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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부담 얼마나 줄어들까

[심층진단] 한·EU FTA…단계적 철폐로 소비자 체감효과 제한적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7.01 15: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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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6월30일 오후 이마트 용산점. 네덜란드산 돼지고기 100g당 1180원이라는 문구가 크게 걸린 돈육코너 앞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한 가정주부 조인아(용산‧53세)씨는 “구제역 때문에 여름철 가족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 가격이 크게 올라 구매를 주저했다”며 “외국산이라 우리 입맛에 맞을까 걱정은 되지만 가격이 낮아졌다는 소식에 비싸진 야채나 과일가격을 보충할 생각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순차적인 물가 상승이 예고된 가운데 1일부터 발효되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소비자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EU FTA 발효되면 관세 인하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소싱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림에 따라 유통업계는 유럽산 상품확대와 해외소싱을 늘리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품목에 대한 제한성과 농산품의 경우 출하시기도 엇갈려 소비자들의 당장 느끼는 체감 가격 인하 효과는 당분간 제한적일 전망이다.

◆관세 즉시 철폐되는 품목 제한적, 과일 생산시기 문제

1일부터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주요 품목은 와인, 홍차, 파스타면, 향신료, 코코넛, 아몬드 등. 나머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축산물이나 올리브 오일, 밀가루 등은 짧게는 2년에서 15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어류, 육류 등의 유럽산 먹을거리들은 관세 철폐기간이 10년가량이다. 수입 삼겹살의 경우도 현재 무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롯데 측은 한‧EU FTA 발효 시점인 1일 네덜란드산 냉장 삼겹살을 100g당 1150원의 가격으로 할인판매하고 있다. 사진출처는 롯데마트.
하지만 FTA 발효 즉시 약 2.5%의 관세가 인하되고, 10년 후엔 25%가 점진적으로 모두 철폐되면 국내 가격보다 최대 50% 가량 저렴한 가격대인 5000원 수준의 삼겹살을 구입할 수 있다.

과일의 경우 역시 당장 눈에 띄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체감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오렌지나, 포도, 키위 등 유럽산 과일의 경우 미국산과 비교해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배송기간의 차이가 있어 대체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일부터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주요 품목은 와인, 홍차, 파스타면, 향신료, 코코넛, 아몬드 등. 나머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축산물이나 올리브 오일, 밀가루 등은 짧게는 2년에서 15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게 된다.
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렌지의 경우 출하 시기가 12월에서 3월. 미국 오렌지 나오는 시기인 12월과 5월과 겹쳐 배송기간이 14일가량 걸리는 미국산에 비해 10일 정도 길다. 국내산 밀감과도 나오는 시기가 11월부터 2월로 겹친다. 프랑스와 이태리 등지에서 생산되는 포도도 국내산 포도인 캠벨과 머루, 거봉 등 시기가 겹친다.

◆유통업계, 유럽산 상품 소싱에 발 빠른 행보

하지만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와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와인은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가격이 12% 인하되는 등 혜택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FTA가 발효되면 유럽산 와인에 붙은 15%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실제 소비자가격하락폭이 어느정도 될지는 수입회사의 가격정책에 달려있지만 대체로 업계에선 와인가격이 13%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와인 수입 1위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FTA 발효 시점부터 유럽산 와인 가격을 5~15%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일부터 소비자들은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라 꾸르뜨’ 와인을 이전보다 13% 내린 13만원, 마스까롱 메독은 10% 내린 4만5000원에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에따라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먼저 유럽산 와인 소싱에 나섰다.

우선 홈플러스는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이 개발에 참여한 영국 프리미엄 와인 ‘테스코 파이니스트’의 구색을 확대 할 예정이다. 현재 25개 상품을 취급 중이며, 단계적으로 40개까지 구색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한-EU FTA발효를 기념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전점에서 ‘유럽 와인 박람회’를 진행한다. 이번에 준비한 와인은 총 100여종의 유럽 인기와인으로 물량도 평소 대비 4배 가량 많은 20만병 가량 준비했고, 가격도 정상가 대비 최대 50% 가량 저렴하다.

   
홈플러스 유럽산 파스타 40종 할인 품목 및 직수입 와인 인하 품목
홈플러스 주류팀 오미경 와인바이어는 “물가 안정 정책에 호응하고 와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관세 철폐 이전에 수입된 상품에 대해서도 가격을 전면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소비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일부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의 와인 1000여종을 30~6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열고, 롯데백화점도 새달 1~10일 20~60% 할인 판매한다.

◆유럽산 상품 잡아라

유럽산 상품 확대, 확보를 위해 소싱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한해 1000만 달러 규모였던 유럽산 수입품을 올해는 2200만달러로 약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재 홈플러스가 수입을 준비하는 상품은 아이스크림과 냉동 피자류 등. 홈플러스는 물류비, 보관비 등의 가격구조 때문에 기존에 판매하지 않았던 냉장 및 냉동 상품의 소싱도 고려중에 있고 기존에 판매하던 유럽산 제품인 덴마크 데니쉬, 영국 치즈, 영국 시리얼, 이탈리아와 프랑스 커피, 덴마크 쿠키, 스위스 초콜릿 등의 수입량은 크게 확대시킬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유럽산 수산물 수입에 초점을 두고 그동안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를 수입, 판매해오던 것을 앞으로 새로 관세 혜택이 생기는 스코틀랜드나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으로 수입 지역을 확대하고 품목도 킹크랩과 골뱅이 등으로 늘릴 예정이다.

생활용품의 경우에도 테팔, TVS, 루미낙 등의 유명 브랜드 상품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고 메모리폼은 수입 업체를 선정에 나섰으며 유럽산 고급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적용되는 와이퍼나 내장 액세서리 등 운영도 준비 중이다.

최희준 홈플러스 글로벌소싱팀장은 “품목에 따라 관세 인하율과 시기가 다소 다르지만 한-EU FTA 발효되면 기존에 판매하던 유럽산 상품들은 관세 인하율만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유럽산 수입상품들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돼 소비자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