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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요청에 메아리 없는 ‘반쪽공청회’

경제단체장들 대거 불참, 납품단가·적합업종 등 현안논의 의미 퇴색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6.29 14: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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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9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는 경제단체장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 등 현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감세 정책 철회와 반값 등록금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일부 재계 인사간 갈등이 증폭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공청회를 둘러싸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장들이 직접 참석할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내부 전문가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초 방침에 따라 결국 회장이 아닌 실무자를 참석시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이희범 회장은 출석하지 않아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대조를 이뤘다.

◆“청문회 열어서라도 (단체장) 출석시켜야” 비판 쏟아져

이에 따라 이번 공청회는 시작부터 해당 경제단체장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공청회를 시작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세 분의 대표가 국회에 포퓰리스트라는 낙인을 붙였다. 국회가 나라의 앞날도, 경제도, 기업도 안중에 없는 오직 표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치집단으로 내몰렸다”면서 최근 일고 있는 ‘재계 때리기=포퓰리즘’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아랫목을 데우면 윗목이 따뜻해진다는 ‘낙수효과’를 지금까지 믿어왔다. 성장이 곧 분배라는 신자유주의를 믿어온 신자유주의자였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하고“대기업의 시장 싹쓸이 전략이 서민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겠다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나는 포퓰리스트가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오늘 불출석한 경제단체장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해 반드시 출석시켜야 하며, 제멋대로 의회를 무시하고 불출석하는 사례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는 법안도 여야 합의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회장단 대신 출석한 경제단체의 실무진을 모두 돌려보내자는 주장도 내놨으나, 일단 열린 공청회이니만큼 진행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 공청회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침탈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게 국민 정서다. 중소기업 보호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런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과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측 답변 못 구했지만 세부영역별 문제의식 풍성

무소속 최연희 의원은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도 대기업 오너들이 어떻게 의식 개혁 할 건지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의식,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좋은 실적을 내야 임기를 연장하거나 그룹내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는 대기업의 전문경영인 사장들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이같은 구조는 속칭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즉 이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들이 인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대기업은 수출지향적인 고환율, 저금리 감세 정책 등의 수혜자”라고 전제하고 “30대 기업의 유보금이 자기 자본 30배가 넘는 상황에 첨단 기술 개발이나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오는 8월 발표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여러 업종에 진출,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킨다는 우려가 높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박사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 사업의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낙수효과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운영과 관련, 과거 있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향후 운영 강제성 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은 “시장경제를 해치지 않으면서 운영”한다는 전제 조건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적합업종이 된다면 사회 여론에 의해서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하도급 과정 불공정 거래에 관련해서는 실질적 처벌 강화를 주문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은 하도급 과정의 불공정 거래와 관련,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권 의원은 “(신고를 한다고 해도) 하도급 업체들이 대기업에 밉보여서야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유지, 형성하려면, 불공정 거래 관련 신고 업체에 대해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주고, 하도급 업체에 피해를 주는 대기업에는 공공기업 발주 공사 입찰 못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편 백화점 입점 수수료 문제나 대기업의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업) 분야 진출에 관련해서도 대기업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익성 선임연구원은 “유통시장 자체가 독과점”이라면서 “모바일 환경 속에서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데 백화점이 브랜드 파워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한다면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입점 기업 81%가 수수료가 높다고 생각하는 점을 언급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희연 정책개발본부장은 “대기업이 MRO 사업을 확대하면서 소상공인 경영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김재균 의원 역시 MRO 문제와 관련, 30대 대기업 오너 자녀의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상생 문제 뿐만 아니라 편법 상속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특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