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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인터뷰①] 남자상담사 ‘저음’ 신뢰감 ‘팍팍’

기술·상품내용 전달하는 고객센터, 남자상담사 니즈 높아져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6.28 09: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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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땐 보통 “반갑습니다~고객님”이라고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ㆍ보험ㆍ공공기관 등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종종 예상치 못한 굵직한 상담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전체 상담사 중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남자상담사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 여성상담사 보다 친절한 느낌은 덜할 수 있지만 대신 신뢰감만은 최고라고 강조하는 엠피씨 남자상담사 4인방을 만나 ‘남자 상담사’로써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ㆍ여 직업에 구별이 점점 없어지며 컨택센터에도 남성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의 경우 남자 상담사의 비율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상담센터에는 오히려 여자보다 남자의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아직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나’라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컨택센터 상담사 4인방은 남들의 시선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일의 가치를 어떻게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내 일에 스스로 가치를 두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 한창림 부팀장은 ‘나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상담사 일에 도전할 것을 부탁했다.
◆ 남자가 왜 이런 일을?

4인방은 모두 처음 상담사를 할 땐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니VAIO 안율길 파트장은 처음 상담사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다른 일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째 고객센터에서 꾸준히 일했고 이제 소니VAIO 고객센터의 파트장까지 맡게 됐다. 안 파트장은 “소니 고객센터는 목소리로만 서비스를 전달하는 직업이 아니라 제조 금융 등 전문 기술 및 상품내용을 전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남자상담사에 대한 니즈도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파트장은 “남자상담사 1세대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예전에 선입견이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KT M&S 하상욱 상담사 또한 남자상담사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하 상담사는 “아직도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상담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음의 매력은 ‘신뢰감’

남자상담사 4인방은 상담사로써의 장점에 대해 ‘저음이 주는 신뢰감’을 꼽았다. 대한항공 국내선의 이도현 상담사는 “고객에게 신뢰감은 매우 중요한데 아무래도 남성이라는 점과 낮은 목소리에 고객 분들이 점수를 더 주는 것 같다”며 “상담 후에 다시 남자 상담사를 찾는 분들도 있는데 청일점이다 보니 금방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상담사는 남성 특유의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특공대 육군 중사 출신인 그는 “업무 중 군인할인율이 있는데 군 계급을 잘 모르는 여직원들이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며 “상담사 직원도 남녀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창림 부팀장 또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객들이 더 신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5명의 팀원 중 유일한 남자인 한 부팀장은 “공공기관 민원센터라는 특성과 나이 많으신 고객 분들이 많다 보니 남자직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다”며 “처음에는 생소한 업무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민원해결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거친 고객도 문제없이 ‘OK’

하 상담사와 안 파트장은 거친 고객들을 상담하는데 있어 남자상담사가 여성상담사보다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 상담사는 “좋지 않은 예지만 여성상담사는 무조건 무시하는 고객 분들이 가끔 있다”며 “악성 고객들은 남자상담사가 상대하는 것이 적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상담사는 “여성상담사보다 남자상담사가 마음의 상처도 덜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안 파트장은 전자상품에 관한 이야기를 같은 남자끼리 ‘거칠게’ 말하길 원하는 남자 고객들이 남자 상담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 파트장은 “여자 직원 분들도 남자 못지않게 IT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만 콜센터에 여성 직원이 많다는 편견처럼 전자분야다 보니 고객들이 남자 상담사와 이야기 하는 것을 편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니 고객센터는 컨택센터 중 드물게 남자상담사의 비율이 여자상담사 보다 높은 곳이다. 안 파트장은 “보통 고객센터에서는 여성의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여기는 남자들이 많다 보니 거친 장난도 많고 땀 냄새도 난다”고 평소 컨택센터 분위기를 설명했다.

◆업무 효율성ㆍ생산성 좋아져

엠피씨는 이밖에도 HP, 현대모비스 등 남자상담사가 많은 고객센터가 적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남자상담사가 전무했던 시절 조영광 사장이 남자사원을 적극 채용할 것을 권장했고 그 뒤 업무 효율성ㆍ생산성이 좋아졌다.

남자상담사 4인방은 후배들에게 ‘남자라서’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나만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근무할 것을 추천했다. 한 부팀장은 “상담업무는 점점 전문화되고 있다”며 “업무에 대한 지식,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다양한 상황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인성을 갖춰야 하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부팀장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할 수 있는 아니다”라며 “타고난 인성과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은 남자분들이 상담사직에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