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땐 보통 “반갑습니다~고객님”이라고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ㆍ보험ㆍ공공기관 등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종종 예상치 못한 굵직한 상담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전체 상담사 중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남자상담사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 여성상담사 보다 친절한 느낌은 덜할 수 있지만 대신 신뢰감만은 최고라고 강조하는 엠피씨 남자상담사 4인방을 만나 ‘남자 상담사’로써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ㆍ여 직업에 구별이 점점 없어지며 컨택센터에도 남성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의 경우 남자 상담사의 비율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상담센터에는 오히려 여자보다 남자의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아직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나’라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컨택센터 상담사 4인방은 남들의 시선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일의 가치를 어떻게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내 일에 스스로 가치를 두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자가 왜 이런 일을?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 한창림 부팀장은 ‘나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상담사 일에 도전할 것을 부탁했다.
4인방은 모두 처음 상담사를 할 땐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니VAIO 안율길 파트장은 처음 상담사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다른 일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째 고객센터에서 꾸준히 일했고 이제 소니VAIO 고객센터의 파트장까지 맡게 됐다. 안 파트장은 “소니 고객센터는 목소리로만 서비스를 전달하는 직업이 아니라 제조 금융 등 전문 기술 및 상품내용을 전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남자상담사에 대한 니즈도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파트장은 “남자상담사 1세대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예전에 선입견이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KT M&S 하상욱 상담사 또한 남자상담사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하 상담사는 “아직도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상담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음의 매력은 ‘신뢰감’
남자상담사 4인방은 상담사로써의 장점에 대해 ‘저음이 주는 신뢰감’을 꼽았다. 대한항공 국내선의 이도현 상담사는 “고객에게 신뢰감은 매우 중요한데 아무래도 남성이라는 점과 낮은 목소리에 고객 분들이 점수를 더 주는 것 같다”며 “상담 후에 다시 남자 상담사를 찾는 분들도 있는데 청일점이다 보니 금방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상담사는 남성 특유의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특공대 육군 중사 출신인 그는 “업무 중 군인할인율이 있는데 군 계급을 잘 모르는 여직원들이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며 “상담사 직원도 남녀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창림 부팀장 또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객들이 더 신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5명의 팀원 중 유일한 남자인 한 부팀장은 “공공기관 민원센터라는 특성과 나이 많으신 고객 분들이 많다 보니 남자직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다”며 “처음에는 생소한 업무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민원해결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거친 고객도 문제없이 ‘OK’
하 상담사와 안 파트장은 거친 고객들을 상담하는데 있어 남자상담사가 여성상담사보다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 상담사는 “좋지 않은 예지만 여성상담사는 무조건 무시하는 고객 분들이 가끔 있다”며 “악성 고객들은 남자상담사가 상대하는 것이 적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상담사는 “여성상담사보다 남자상담사가 마음의 상처도 덜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안 파트장은 전자상품에 관한 이야기를 같은 남자끼리 ‘거칠게’ 말하길 원하는 남자 고객들이 남자 상담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 파트장은 “여자 직원 분들도 남자 못지않게 IT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만 콜센터에 여성 직원이 많다는 편견처럼 전자분야다 보니 고객들이 남자 상담사와 이야기 하는 것을 편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니 고객센터는 컨택센터 중 드물게 남자상담사의 비율이 여자상담사 보다 높은 곳이다. 안 파트장은 “보통 고객센터에서는 여성의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여기는 남자들이 많다 보니 거친 장난도 많고 땀 냄새도 난다”고 평소 컨택센터 분위기를 설명했다.
◆업무 효율성ㆍ생산성 좋아져
엠피씨는 이밖에도 HP, 현대모비스 등 남자상담사가 많은 고객센터가 적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남자상담사가 전무했던 시절 조영광 사장이 남자사원을 적극 채용할 것을 권장했고 그 뒤 업무 효율성ㆍ생산성이 좋아졌다.
남자상담사 4인방은 후배들에게 ‘남자라서’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나만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근무할 것을 추천했다. 한 부팀장은 “상담업무는 점점 전문화되고 있다”며 “업무에 대한 지식,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다양한 상황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인성을 갖춰야 하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부팀장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할 수 있는 아니다”라며 “타고난 인성과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은 남자분들이 상담사직에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