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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잘한 일

[칼럼]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프라임경제 기자  2011.06.26 12: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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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나는 4년 연속 예결위원이다. 특혜 혹은 독식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것 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을 빌렸다는 억지소리도 듣는다. 같은 당 의원으로부터 면전에서 항의도 들었다. 동료 의원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이정현 의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 사정사정했다. 원내 대표, 수석 부대표, 정책위 의장, 예결위원장에게 예결위원 포함 시켜 달라고 매년 애걸했음을 고백한다.

여당 의원입장에서 정부에 호남지역민의 정서를 최대한 전달하고 싶었다. 또 예결위 당정회의에 참여해서 예산안이 국회 넘어 오기 전에 호남지역의 절실하고 시급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해서 간곡하게 요청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일을 할 다른 의원이 나서면 난 당장 기꺼이 양보하겠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이고 전국 정당을 지향한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도 소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특히 호남에 대해서는 더 특별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화합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옳다.

그런데 한나라당 내에는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 없다. 누군가는 여당 내에서 호남 관련 예산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 했고 호남 출신 비례 대표인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자임한 것이다. 여러 분야를 챙기기는 역시 예결위 활동이 중요하고 그래서 나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매년 예결위 포함을 간청한 것이다.

호남지역 공직자들은 예산 철이면 못난 나를 많이 의지한다. 예산 심의 때는 하루에 호남 지역에서 올라와 내 방에 들른 팀이 최고 열 일곱 팀에 이른 적도 있다. 평균 열 팀은 넘는다. 나는 내 의원회관 사무실을 그들의 연락처로 쓰라고 한다. 팩스도 받고 이메일도 교환하고 전화도 하고 임시 연락처로 쓰기도 한다.

계수 조정 회의가 진행 될 때 심야에 회의장 밖 복도 벽을 기대고 서서 동료 의원 화장실 가는 것을 지키고 서 있다가 호남 관련 예산 반영을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결위를 그냥 배려 받진 않았다. 나도 나름대로 양보와 희생을 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문방위를 포기하고 원내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소위 기피 상임위인 법사위로 상임위를 옮겼다. 예결위로 보내주면 다른 의원들이 가기 싫어하는 법사위를 가겠다고 자청했다.

집권당답게 국토의 큰 한 부분인 호남의 관련 예산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자청하고 나서는 의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기꺼이 예결위원을 사퇴하고 양보하겠다.

한나라당은 이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후보를 내기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다. 그나마 용기 내서 나선 후보들에게 제대로 지원 하지도 않았다. 호남이 변하고 있다. 변할 수밖에 없다. 일당 독주 거부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얼마나 현장성을 갖고 얼마나 계속성을 유지 하느냐에 따라 호남 민심은 반드시 변할 것이다. 나는 국회의원 되고 나서 지난 3년 동안 그 마음으로 일했다.

나는 최근 호남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따뜻한 정에 자주 눈물 흘린다. 5.18 어머니회장이 나를 보듬어 주고 민주당 당원이 나의 손을 꽉 잡아 준다. 진정성, 현장성, 계속성의 위대한 힘을 나는 수없이 체험하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호남출신 비례대표 나 이정현 의원을 4년 연속 예결위에 배치한 것은 한나라당이 한 일 중에 가장 사려 깊고 잘한 일이라고 본다.

진정성의 위대한 다른 사례를 소개 하겠다. 지난 5월 18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1주년 기념일 오후 일 곱 시였다.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는 KBS 교향악단 연주회가 생중계로 열렸다. 5,18 유가족들과 부상자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초청되어 함께 감상했다. 5.18 환타지를 시작으로 여러 연주 및 성악 프로그램이 진행 되었다. 해 거름 묘역에서의 교향악단 연주는 엄숙했지만 장엄했고 이색적이었다. 지휘자와 연주자, 출연 성악가들은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연주회가 끝났고 생중계도 끝났다.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 연주했던 5.18 환타지를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뜻밖에 한 사람 두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주에 맞춰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선구자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둠이 깔린 5.18 묘역에 참으로 진중한 합창이 울려 퍼졌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리고 합창과 연주가 다 끝났다.

그런데 전혀 시나리오에 없는 일은 계속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복을 입은 할머니 유족 두 분이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지휘자를 끌어안았다. 한참 서서 연주자 등을 도닥여 줬다. 그 장면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다른 할머니들이 줄줄이 앞으로 나가 다른 연주자들을 끌어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 5.18 때 그리도 힘든 일을 겪으신 저 분들이 다른 곳도 아닌 그 때 잃은 가족들이 묻혀 있는 그 묘역에서 혼신을 다하는 연주 모습을 보고 저렇게 마음을 열고 넓은 가슴으로 아픔을 내려놓는구나. 왜 진즉들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 KBS 사장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것도 봤다. 조명 빛이 있긴 했지만 어두워서 흐르는 것을 닦지 않았다면 그 분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나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호남 사람들을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분들이 그것으로 인해 기뻐하는 것을 보고 한번쯤 실컷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