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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회법 따라 총수 고발”…재계 총수 청문회 앞두고 ‘초강수’

"회장님 국회로 좀 나오세요" vs "대기업 회장이 포퓰리즘 희생양?"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6.24 16: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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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치권과 재계가 그야말로 ‘충돌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재벌 총수의 국회 청문회 및 공청회 출석문제와 대기업 법인세 감세철회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양측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2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 등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을 모두 출석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 역시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이 정치쟁점으로 비화되면서 한진중공업의 실질적 오너인 조남호 회장을 같은날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 “경제단체장들이 만약 출석을 거부할 경우 공청회를 출석 의무가 부과되는 청문회로 격상하고, 그래도 국회 등원 요구를 거부할 경우 국회법에 따라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역시 청문회에 불출석한다면 청문회를 연기해서라도 반드시 출석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이처럼 재계를 향해 ‘초강수’ 행보를 걷고 있는 까닭은 감세 철회나 반값 등록금, 재계 총수의 국회 출석 요구 등 일련의 정치권 목소리에 대해 재계가 연일 “정치권 포퓰리즘의 연장선상”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자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허창수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정부의 정책을 보면 포퓰리즘 냄새가 짙다”며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반값등록금에 대해선 “성명을 낼 수도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치권은 곧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정치권 일각에선 재계의 이 같은 공격이 오히려 ‘호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또한 정치권과 재계의 충돌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고려하면 재계를 향한 정치권의 공격 배경에는 ‘친 대기업 중심의’ MB노믹스와는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기업의 ‘일방적 이기주의’를 비판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 현 상황엔 여당까지 가세하고 있어, 국회와 재계의 충돌이 ‘반 기업 정서’를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즉흥적으로 정치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무조건 도와주면 도움 안된다'고 발언했는데, 지경위와 지경부가 이 발언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한 거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29일 개최 예정인 대중소기업 상생을위한 공청회 때 허창수 전견련 회장을 부르겠다”면서 “아무도 대기업 권력에 손을 못대기 때문에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 오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아파트 전세 값, 청년일자리, 감세, 고환율 저금리정책 등의 국정기조의 변화와 대기업 정책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동의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국민이 피부에 느끼는 국정기조 변화는 새로운 인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재계를 향해 국민 여론과 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재계의 포퓰리즘 정책 논란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것 같다”며 “재계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이어 “재계가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에는 전반적인 국민여론과 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재계가 우려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새겨듣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인 차원의 정책추진과 비전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면서 이른바 ‘재계 성토장’을 연상케 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금 학생들은 등록금 걱정 때문에 목숨을 끊고, 생활이 피폐해지고 젊은 대학생들의 생활은 완전 파괴되고 학부모, 학생,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면서 “그런데 대기업을 대표하는 분들이 반값 등록금이 포퓰리즘이라 폄하하고 비하하면서 감세 정책에 대해 감세는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고 있다. 과연 이 피맺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절규가 포퓰리즘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대기업을 겨냥했다.

손 대표는 이어 “감세가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창출한다고 했지만 지난 10년간 대기업들이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 지난 10년간 10대 기업의 유보율은 1,200%가 된다. 또 그간 20대 기업의 계열수가 500~900여개로 늘어나면서 40%정도의 계열사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런데 투자는 어떠했나. 1966년 투자율이 38%이고, 2009년에는 26%가 총 투자액이다. 실제 총투자금액은 10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실업자는 늘어나 4백만이 되고, 정규직은 567만, 청년실업은 140만이 되었다. 과연 대기업들은 그동안 투자증가와 고용증가를 위해서 할일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손 대표는 또 “지난 3년간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73% 증가했고, 일자리는 불과 10% 증가에 그쳤다. 이제 대기업은 양극화 해소의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복지시설에 조그마한 돈을 기부한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경총, 전경련, 대항상공회의소, 대기업과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의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발언이 도를 넘었다. 재벌대기업들의 사회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참 안타깝다”면서 “최근의 행태는 헌법정신에 대한 이해부족이거나 헌법정신을 아예 깔아뭉개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국회 환노위에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했더니 이는 국회가 포퓰리즘에 젖어서 일부 친노동계 정치인이 무분별하고 부적절한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거의 막말 수준에 가까운 국회의 역할과 권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공식 성명서에 담아 연일 쏟아내고 있다”면서 “제1야당으로써 민주당이 재계와 경제단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전경련이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했었고 전경련의 성격상 그러려니 국민이 많았다. 그런데 전경련에 대해 경총과 상의까지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앙단체로써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전경련, 경총, 상의가 세제나 복지, 노사관계 등 국정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회가 청문회까지 개최하려는 것을 보면, 환노위 위원들이 사태의 진상 파악보다는 사주에 대한 압력을 통해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토록 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면서 “정치권의 무분별한 현장개입은 노조의 기대심리만 상승시키고 노사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자율적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할 뿐”이라고 정치권의 행보에 강력 반발했다.

경총 한 관계자는 “정치권은 노조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노사문제에 개입하려는 불공정한 행보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면서 “기업인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는 보다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