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꿈의 ‘10조·1조 클럽’ 눈앞 두기까지엔…

[대기업 해부] 이랜드…②지분·후계구도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6.24 14:14: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 해부] 이번 회에는 이랜드를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이랜드 그룹은 올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7조4000억원, 4900억원)보다 각각 35%와 104% 가량 늘린 것이다.

이랜드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뉴코아를 인수한 2004년부터 매년 20%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더니 2007년 들어선 그룹 매출 5조원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가속페달을 달고 올 한해 공격적 경영을 통해 4년만에 2배 이상의 외형성장과 대기업 계열이 아닌 회사로는 처음인 ‘10조·1조 클럽’ 에 가입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것이다.

오랜 세월 교회장로로 재직하며 국내 대표적 기독교 기업의 하나인 이랜드를 이끌어온 박성수 회장은 기독교적 마인드를 기업에 담아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흑자 경영체제로 만드는 등 ‘소리없이 강한 기업’으로 이랜드를 이끌고 있다.

◆이랜드월드 중심으로 24개 계열사가 우산형태로

이랜드의 핵심은 단연 이랜드월드다. 이랜드월드는 기업집단 이랜드의 실질적 지주사다.  눈에 띄는 것은 25개의 계열사 중 상장사는 단 2개라는 것.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도 비상장사인데 반해 2010년 기준 각각 연매출 1245억2487만원과 29억6201만원을 기록한 데코네티션과 이월드 등은 상장사다. 사실상 이들 기업은 상장돼 있던 것을 인수한 것으로 자체 상장은 한군데도 없는 셈이다.

   
 
이랜드월드는 그룹 계열사 지배구조면에서도 여타 계열사를 장악하는 핵심축 역할을 한다. 즉, 25개의 국내 계열사의 지배구조는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우산형태를 띄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자사주가 53.81%를 비롯, 다른 핵심계열사인 이랜드 56.23%, 유통업을 담당하는 NC백화점 및 뉴코아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 74.6%, 데코네티션 70.31%, 이랜드건설 100% 등의 지분을 소유, 9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아울러 이랜드월드와 이랜드 등 그룹 주력회사들의 지배구조는 철저히 박 회장과 부인 곽숙재 씨에게로 집중됐다. 전 계열사에 걸쳐 1대 주주로 올라 있는 이랜드월드를 제외하면 박 회장과 부인인 곽숙재 여사가 대부분 2, 3대 주주다.

이랜드월드의 경우 박 회장과 곽 여사는 각각 33.95%과 6.54%, 이랜드는 각각 31.26%, 7.78% 보유, 가족을 중심으로 철저히 소수에 의존하는 견고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박성수 회장 부인인 곽숙재 여사는 지분만 가지고 있을 뿐 사회봉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동을 하며 본인을 노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워한다는 평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동생인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네티션닷컴은 EnC, 96NY, A6등을 보유한 네티션닷컴에 회장직을 맡기도 있다. 우먼파워를 보여주는 여성 경영진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박성경 부회장도 이들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 출신으로 이랜드월드와 제롤라모의 대표이사를 거쳐 2001아울렛의 상무로 재직한 바 있다. 이랜드가 데코를 인수한 이후에는 기획부문의 고문 역할을 담당하다 정희순 대표에 이어 데코 경영을 직접 맡았고 그 사이 데코의 시가총액은 4배가 상승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M&A의 귀재 지휘 하에 다각적 인수

각 계열사가 종사하는 업종을 살펴보면 ‘이것도 이랜드나’ 싶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는 이랜드가 지난 10여년 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M&A따른 결과다. ‘박성수 회장은 도대체 어디까지 먹어야 배가 부른다 할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박성수 회장이 M&A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박 회장과 이랜드는 2003년 데코, 2004년 뉴코아에 이어 2005년에는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부문, 2006년 삼립개발 하일라콘도와 의류업체 네티션닷컴, 2009년 한국콘도, 2010년 동아백화점 5개점, 국내 4대 테마파크 중 하나인 우방랜드 등 크고 작은 M&A까지 합해 20여개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것은 국제상사와 세이브존 단 두 곳 뿐.

사실상 세이브존은 용석봉 세이브존 회장이 이랜드 과장 시절이던 1998년에 아웃렛사업 확장에 난색을 표하던 박 회장을 떠나 독립해 세운 회사이다. 이랜드에서 한솥밥을 먹던 유영길 세이브존 사장과 문태수 세이브존 기획실장도 용 회장의 독립에 동참해 패션 아웃렛 전문점 세이브존이 탄생한다. 하지만 박 회장과 용 회장은 세이브존이 한신코아백화점 인수경쟁에서 이랜드를 제치고 공격적으로 회사 영역을 넓혀가자 둘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랜드의 손으로 넘어온 뉴코아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세이브존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법정 공방 끝에 이랜드가 차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아랫사람으로 부리던 용 회장의 도전으로 인수합병 전에서 직접 맞붙어 심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박 회장은 세이브존의 주력 상장사인 세이브존I&C의 주식을 사들이며 적대적 M&A의 시도, 법정 공방과 주총 대결까지 갔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이랜드는 아직 세이브존과 세이브존I&C 주식을 각각 11.7%, 2.1%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아동복 브랜드인 엘덴, 뉴골든, 캠스, 앙떼떼 등의 영업권을 인수했고, 주얼 브랜드인 제이빔, 소베이직, 쏘시에, 라틀레틱, 콕스의 영업권이나 상표권을 사들 이랜드는 내 의류시장에서 단기간내에 최대 규모의 사업 확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유명의류브랜드 소유. 신사복을 제외한 전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에는 이마트에 킴스클럽을 매각함에 따라 현금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제2의 신화창조, 해외에서도 질주 중

중국은 올해도 이랜드 패션사업의 화두다. 1000여개의 매장을 올해 신규로 오픈 하는데, 기존에 주력했던 백화점과 더불어 최근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인 고급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는 방향으로 출점 전략을 바꿨다. 이를 통해 초기 단계인 고급 쇼핑몰 상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랜드그룹은 2015년까지 중국시장에서 연 매출 6조원을 달성해 ‘2015년 중국 패션 1위’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서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랜드의 해외진출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이자,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인도도 있다. 지난해 10월 이랜드는 인도 3위의 의류 직물제조 업체인 무드라 라이프스타일의 경영권을 확보해 인도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무드라는 1986년 설립된 매출 규모 3위의 직물 및 의류 제조업체로 방직부터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직물과 OEM 방식의 의류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된 의류 전문 생산 회사다.

2009년 4월 인수한 베트남 국영 기업인 탕콤과 인도의 ‘무드라’ 인수를 통해 이랜드의 패션사업 세계화도 한층 속도가 빨라 질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번 돈은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리스오블리제’

중국에서 성공 신화를 이루는 이랜드는 다양한 사회공헌 역시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거둔 수익은 중국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65억원을 출연한 것.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5000명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한다.

또 지난 2002년부터 실시한 의수족 지원사업을 통해 850명의 장애인들이 잃었던 손발을 찾도록 했고, 백혈병 환자들의 조혈간세포 이식 수술비로 지금까지 17억 원을 지원했다. 또 신장 지역에는 7개의 보건소를 무상 건립, 기증키도 했다.

아울러 2010년부터 각종 재난에 긴요한 긴급구호키트도 중국 적십자와 함께 지진, 홍수지역에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