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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안되는 2세는 경영 배제’…진심일까?

[기획연재]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④웅진그룹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6.22 10: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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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놓인 국내기업들은 저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기업의 지속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동력’을 쉼 없이 가동시켜야만 한다. 시대흐름을 방관했다간 자칫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기 십상인 시대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든 탓을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스타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잡고 있는 재계 3‧4세들은 대부분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창의적인 경영스타일로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들도 있다. 본지는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 시리즈를 연재, 대기업집단의 내일을 진단한다. 네 번째로 웅진그룹을 조명한다.

웅진그룹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30주년을 제2도약의 원년으로 천명, 주력사업의 글로벌화와 신성장동력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그룹은 우선, 생활환경가전 분야 부동의 1위 기업 웅진코웨이를 세계 1등을 목표하고 있으며, 그룹의 모태인 교육 사업은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미래지식산업 1등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전략도 구체적이다. 그룹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통한 태양광 사업과 웅진코웨이-웅진케미칼-극동건설이 주도하는 수처리 사업도 일찌감치 진출했다. 이들 사업을 통해 그룹은 오는 2012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각오다.

웅진그룹의 제2도약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있다. 윤석금 회장은 슬하에 아들 둘인데, 이들 2세들의 전진배치가 흥미롭다. 꿈틀대기 시작한 2세경영이 그룹의 미래 비전과 불가분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이유다.

◆경영능력 우선? 2세경영 조짐 곳곳서 포착

윤 회장은 지난해 창립 30주년 자리에서 “경영능력이 뛰어나면 2세 경영도 가능한 반면, 더 훌륭한 경영자가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회장의 발언은 2세의 경영능력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전문 경영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풀이로 양분됐다. 하지만, 창립 30주년을 기준으로 1년여가 흐른 현재, 무게는 2세경영의 전진 배치로 기울고 있다.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웅진그룹 내 2세경영 전진 배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 윤형덕씨는 지난 2008년 9월 웅진코웨이에 입사해 영업팀과 신상품팀 차장을 거쳐 지난해 8월 경영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차남 윤새봄씨도 지난 2009년 웅진씽크빅의 학습지 영업을 관리하는 교문기획팀에서 전략기획팀을 거쳐 지난해 9월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세경영이 주목되는 일차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룹이 기존 사업과 신성장동력을 집중하는데 핵심이 될 계열사에 이들이 포진돼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에서 시작되는 그룹의 지배구조 속 2세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들 2세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룹이 제2도약을 선언한 지난해 이후 지분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시작으로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에서 두 아들은 장내매수와 신주교부 등으로 주주로 참여 중이다.

윤형덕씨와 윤새봄씨는 지난 3월말 기준 각각 웅진코웨이 주식 1.26%를 신주교부 형식으로 보유 중이다.

특히, 웅진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참여가 이뤄졌는데, 두 아들 모두 당시 0.25%의 지분을 시작으로 지난 3월말 0.40%, 지난 9일 0.49% 등 주식을 늘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웅진홀딩스에 대해서도 윤형덕씨가 2.08%, 윤새봄씨가 1.6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윤 회장이 웅진케미탈에 대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아들이 주식을 매입하는 것 아니겠냐”고 언급한 내용과 그룹 관계자가 밝힌 “웅진그룹은 계열사간 이동이 자유로운 편으로 두 아들의 인사 또한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웅진케미칼의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분위기에서 두 아들의 지분에만 변화가 있었고, 기업을 배제한 개인주주로는 웅진코웨이를 포함해 영향력 있는 주주 반열에 올라있는 상황이라 2세경영 전면배치를 마냥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 검증 무대 될까?

이러한 가운데 웅진그룹의 신성장동력 집중을 우려하는 시선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폴리실리콘의 경우, 대기업들의 시장 선점과 투자비용 등 만만치 않은 현실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룹은 태양광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1차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올해 5000톤을 시작으로 3년 내 1만7000톤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만 봐도 OCI가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했으며, 삼성과 KCC, 한화 등이 대규모 투자를 밝혀 가깝게는 오는 2013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시장 포화가 예상되는 오는 2013년부터 그룹은 매년 1조원씩의 투자를 밝혔지만, 그룹의 현재 매출과 영업이익으로는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전망과 엇갈리고 있다.
 
아버지 윤 회장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두 아들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