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중 첫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 테이프를 끊을 경우 리먼브라더스 부도사태와 같은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되고 신규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디폴트 우려가 높다.
21일(현지시간) 그리스 내각 신임안이 통과되면서 긴축 재정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2012년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채무를 상환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 경제 상황(5월23일) 발언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21일 내각 신임안이 통과되면서 그리스의 긴축 정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외부에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리스의 정책적 의지 부족이 꼽혀 왔는데 이 부분이 해결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파판드레우 총리 정부는 당장 긴축계획법안과 법안시행령 등 2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며, 이에 실패할 경우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은 물거품이 되고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첫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회의를 통해 그리스 정부가 재정 긴축 프로그램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후 추가 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리스가 단행해야할 재정 긴축 프로그램은 증세·임금 삭감·7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유·자산의 사유화 조치 등이다.
◆ IMF, 유로존에 그리스 지원 압박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현지시간) 정례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 결단력 있는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재정위기 사태가 전세계적 월경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유로존의 역동성과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부 당국의 강력한 통화정책을 전제조건으로 모든 유로존 국가들의 일치된 접근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IMF는 "지금까지 위기 해결을 위한 용기 있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최종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하고 있는 불편한 딜레마들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5차 지원금 120억유로(약 18조5600억원) 지급을 사실상 유보했다.
◆ 유로존 존재 자체에 영향 끼쳐 '대마불사' 우려
문제는 유로존의 지원 의사인데, 그리스 문제를 유로존이 방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즈 보도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도이체방크나 바클레이즈 등 일부 금융기관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는 위험하지 않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이나 크레디트아그리꼴, BNP파리바 등 프랑스 은행은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상당해 85억유로나 된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머니마켓펀드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대규모 유럽 은행 자산이 리먼 때와 같은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고, CDS 거래까지 합하면 미국 금융권의 그리스 익스포저는 73억달러에서 414억달러로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유로존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경우 다른 주변국들의 동반 탈퇴를 초래하여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디폴트를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차기 프랑스 재무장관 선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브루노 르 메이르 프랑스 농림장관은 RMC 라디오와의 대담에서 "유로존은 지난 15년간 유럽이 이룬 유일한 정치적 업적"이라며 그리스 탈퇴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메이르 장관은 차기 IMF 총재직에 출마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재무장관이 당선될 경우 그의 뒤를 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으로손발을 맞출 것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향후 IMF의 유로존 구상 시나리오 중 선택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이르 장관은 "유로존은 유럽의 통합을 위한 실질 동력이며,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를 허용할 경우 회원국 수가 점차 줄면서 결국 한 국가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디폴트 등과 연계된) 그리스 등 탈퇴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유로존과 IMF 등이 협력해 문제를 풀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 신용등급 추가 강등 등의 부정적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의 재부상 배경과 전망'에 따르면, EU와 IMF의 5차 추가 지원금 120억유로로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기존 EU·IMF 1100억유로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2012~2013년 중 그리스의 필요자금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600억유로 정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국제금융센터 역시 17일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제2의 구제금융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더라도, 지불능력 개선 미흡으로 수개월 후 현재와 같은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존의 구제금융 합의 등으로 시장이 안도감을 표출하더라도, 위기 재발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긴축과 외부 지원을 통해 그리스 위기가 한 고비를 넘는다고 해도, 그리스 위기는 수개월을 주기로 세계경제에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부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리스가 대마불사 논리로 유로존 전체를 볼모로 잡는 민폐 국가가 될지, 스스로 해결 의지를 입증할 수 있을지 향후 몇 달간의 흐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