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상반기에만 총 4번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지만,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추락한 아파트 거래심리로 인해 매매수요가 서민주거영역인 전세시장을 침범했고, 치솟는 전셋값은 결국, 보증부 월세 이른바 ‘반·전세’ 등 새로운 전세문화를 탄생시켰다. 시장 풍속도가 바뀔 만큼 서민주거환경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각종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거래공백기는 점점 장기화되고 있다. 서민주거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아파트 거래 침체와 갈수록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전세시장을 두 편에 걸쳐 되짚어 봤다.
올 상반기 전셋값 상승세가 6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2분기부터는 안정세로 돌입했지만, 앞으로의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올 하반기에 전세난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세시장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전세난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수요들이 전세시장으로 대거 발을 돌린 까닭이다.
매매·전세수요가 전세시장에 몰리면서 올 상반기 초 전셋값 상승이 시작됐다. KB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전셋값은 전월 대비 0.9% 상승한 수준을 보였지만, 이는 지난 2002년 1월 2.1% 상승한 이후 9년 만에 동월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초부터 전셋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된 것이다.
◆100주 연속 전셋값 상승
상반기 전셋값은 꾸준한 상승폭을 유지하면서 매매가 대비 6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오른 전셋값에 여유자금을 보태 차라리 집을 구매하는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월 비강남권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높은 곳에서 내집마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파트 값이 최고점 수준으로 회복했다.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전셋값이 아파트 매매가 대비 57.3%선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13 전세대책에 이어 2·11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꺼냈다.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는 정부의 한 달 새 두 번째 발표다. 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전세수요들의 빠른 움직임이 예상됨에 따라 ‘응급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요 측면에선 전세자금 지원을 늘리고, 공급측면에서는 매입임대사업자와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2·11대책이 시장에 큰 실효성을 발휘하진 못했다. 물론 준공 후 ‘악성’ 미분양을 비워두지 않고 전세로 돌림에 따라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이었지만, 전셋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거래활성화 부분이 빠진 대책으로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전셋값은 매주 발표되는 조사에서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웠다. 결국, 지난 3월14일 기준 10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4월 이후 100주째 상승한 것이다.
◆서울 신도시 전셋값 평당 50만원 ↑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한 전셋값이 전국 상승률보다 수도권 지역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도시 평균 전셋값은 3.3㎡당 50만원이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4.25% △신도시 7.02% △수도권 7.78% 등의 전세변동률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서울 강북권, 경기남부, 신도시 등으로 확산되면서 서울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그러나 신도시와 수도권에 비해 서울 전셋값 상승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지난해 새 아파트 입주가 많았던 △성북(8.7%)과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했던 △도봉(8.62%)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외곽지역과 기업체 수요가 꾸준한 경기 남부 일대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올 상반기 △파주운정(18.48%) △화성동탄(13.74%) △용인(12.57%) △화성(12.12%) △오산(11.26%) △의정부(10.90%) 순으로 올랐다.
올해 1분기는 전세물량 부족이 계속되는 가운데 봄 이사수요가 미리 움직이면서 전세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데 비해, 2분기에는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 및 여름방학, 신혼부부 수요 등 국지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안정세를 빠르게 찾아갔다.
하지만, 입주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에 극심한 전세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 이호연 팀장은 “주택시장 위축세로 거래관망이 심화되면서 하반기 국지적 전세수요 쏠림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 감소와 재건축 등에 따른 이주수요 발생 등 전세 선호현상 등에 따라 하반기 전세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도 ‘2011 하반기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 대비 33.3% 감소,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수도권은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 주택 증가와 매매가격 정체에 따라 전셋값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