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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장애 유발하는 ‘연축성 발성장애’

박유니 기자 기자  2011.06.21 1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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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진아영(여, 80년생, 마포)씨는 1999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증상을 처음 느꼈다. 학교 성적이 좋고 취업을 위해 9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100:1의 서류심사도 통과한 경험이 있으나 면접에서는 늘 실패했다. 경쟁률이 높은 다른 서류심사에서도 여러 번 통과 했으나 모두 면접에서 탈락하였다. 결국 취업 포기하고 아파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연희진(여, 75년생, 충북)씨는 2004년 갑자기 목소리가 끊기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현재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의사소통도 곤란한 상태다. 은행원으로 재직하다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남들은 들어오지 못해 안달인 회사를 제 발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목소리 떨림과 끊김이 심한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질환은 ‘연축성 발성장애’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성대나 발성기관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여 목소리가 끊기고 떨리게 되는 질환이다.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떨려 면접, 대화 등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크게 방해하지만 대부분 긴장 탓으로 오해할 뿐,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긴장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긴장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의 곤란한 점이 많다.

◎ 응답자 97.6% “사회생활에 지장있다” 의사 소통의 단절과 사회장애 유발..
실제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에서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 1380명 중 336명(남 28%(94명)/여 72%(24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연축성 발성장애로 인해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전체의 97.6%(328명)로 나타났다. ‘말 하는 것이 괴로워 대인관계를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변한 경우’가 64.3%(216명),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게 되는 경우’도 64.3%(216명)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지적을 당한 경우’는 51.2%(172명), ‘면접이나 발표 등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당한 경험’도 25.6%(86명)으로 나타났다. ‘마치 장애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경우’도 25%(84명)로 나타나 그 심각성이 더했다.(중복응답)

연축성 발성장애는 목소리 질환 중 난치병에 속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2배 이상 많은 것은 호르몬의 변화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현이 쉽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목소리 질환이 생소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목소리질환은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을 현저히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치료. 현재 보톡스 치료가 가장 효과적
이러한 연축성 발성장애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치료방향이 결정된다. 목소리의 주파수와 음성 파형을 검사하기 위한 음향학적 검사와 스펙트로그램 검사, 비정상적으로 수축되는 후두 근육과 성대 근육을 감별하고 후두 반사기능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후두근전도검사로 진단한다. 기타 후두내시경, 공기역학검사, 후두스트로보스코피, 최근에는 초고속성대촬영 등을 이용해 성대근육의 경련 정도를 관찰하는 하는 것도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신경차단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콜린계 약물과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치료와 수술적 방법들이 이용된다. 지금까지의 수술적 방법들은 신경이나 근육을 절단하거나 신경자극기를 이식하는 등의 방법이 있었지만 재발의 위험이 높아 완치가 힘들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축성 발성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성대근육에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 뇌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보톡스 주입술’이다. 보톡스의 작용으로 이상이 있는 성대 근육이 마비되어 뇌신경이 성대의 경련을 일으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도 성대가 반응하지 않게 됨으로 발성장애가 개선되는 효과이다. 절개 없이 주사로 치료하기 때문에 비교적 시술이 간단하지만 영구적이지 않아 정기적으로 재주입을 해야 하고 주입시기를 달리해야 한다.

◎2주 이상 쉰 목소리, 이물감, 헛기침 등 지속되면 진료 받아야..
연축성 발성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소리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감기나 급성후두염처럼 단순히 성대가 부어 거친 목소리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적당한 휴식을 취하거나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거나, 목이 잠기거나, 거친 목소리, 이물감, 잦은 헛기침, 통증 등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잠깐 괜찮아졌다고 하더라도 다시 증상이 반복된다면 결국 만성화되어 나중에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 중 30~40%는 목소리가 정상으로 나타나 단순히 목이 불편한 정도의 감기로 인한 것으로 여겨 오랫동안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에는 목이 불편한 정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할 때 힘을 주게 되면서 조절이 안 되고, 이러한 패턴이 굳어지면 목소리가 떨리면서 증상이 심해진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현대는 외모뿐 아니라, 목소리도 경쟁력인 시대이지만 많은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인해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취업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목소리는 대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목소리를 잃게 되면 소통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목소리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연축성 발성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