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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인터넷뱅킹, 옥에 티 ‘셋’

‘해지사유’ 잘못 관리되면서 ‘꺾기’ 악습 유지 흔적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6.20 09: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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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의 인터넷뱅킹 기능 중 일부가 불필요하거나 고객이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을 잘못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오류 정보의 수집 통로로 잘못 기능할 수도 있는 것으로도 보여 개선이 요청된다.

하나은행은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뱅킹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보람은행과 서울은행 등 여러 은행과 순차적으로 합병을 해 온 복잡한 역사로 전산 기능 강화에는 다소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산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팍스하나 시스템’을 출범시킴으로써 인터넷뱅킹의 기능과 편의성 면에서는 다른 은행에 뒤지지 않는 선도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뱅킹은 물론 모바일뱅킹 등 새롭게 발전하는 금융 수요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 인터넷뱅킹의 백미는 e-플러스 통장 등 인터넷전용의 계좌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것.

예금과 적금 등을 영업점 방문 없이 개설, 이체(입금), 해지(만기 혹은 중간해지) 후 회수 등을 인터넷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잔액이 일정액을 넘는 경우는 영업점 방문 要)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일부 기능의 노출과 관리에 문제가 있어 편리성을 제고하려다 자칫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노출된 기능을 보면 일부 탈법적(문제 있는) 영업활동이 여전히 ‘회사 전산망’ 차원에서 관리 중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직원용 해지 사유 입력란, 개인에게 왜 보여주나

하나은행의 홈페이지에서 인터넷뱅킹을 활용해 전용 상품으로 적금을 가입, 납입하다가 중간해지를 하는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소비자 A씨는, 하나은행에 씨크릿적금, 금산엑스포적금과 소원적금 등을 보유하고 있다. A씨의 씨크릿적금은 영업점 권유로 개설했고, 금산엑스포적금과 소원적금은 인터넷을 통해 가입했다.

이런 경우, 뒤의 두 가지 상품은 (중간)해지를 바로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하나은행은 해지 사유를 골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하나은행은 본행 재예치, 타행 예치 등을 구분해 조사하고, 주택구입, 결혼 등 개인 사생활 정보에 해당하는 정보를 함께 제시하고 있으며, 채무자 파산 면책‧압류 및 가압류(국고환수)‧제3자대위변제‧구속성예금‧주택신보담보평가 등의 사유 또한 해지 사유로 선택 입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서 A씨가 충남 금산에서 열릴 금산엑스포적금을 후원한다는 좋은 목적이 있으나 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산엑스포적금을 해지하는 사례다. 아울러 소원적금 가입 시 고를 소원이 당분간 불가능해져 이를 해지하고 이 자금들을 모두 다른 금융상품에 넣고 싶다고 하자.

◆고객정보 무차별 수집 ‘눈초리’

문제는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유 중 상당수는 사용이 안 되도록 막혀 있거나, 개인이 사용한다는 것을 절대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본인사망(국고환수)’ 같은 사유는 고객 본인이 인터넷뱅킹에 접속해서는 선뜻 입력하기 어려운 항목이다.

‘강제해지(당좌, 가계당좌)’ 역시 개인 거래에 유리한 문제가 아니라 입력을 개인이 택할 기대치가 없는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 인터넷뱅킹으로 가입한 적금 상품을 중도해지할 때 사유로 고를 수 있는 예시 항목들. 기업 금융 관련 항목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구속성예금 등 문제 항목, 기초생활수급자나 파산면책자 관련 정보 등 불필요하게 은행이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논란이 불가피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또 ‘NPL 매각’이라든지 ‘워크아웃’ 같은 기업뱅킹의 인터넷뱅킹 지원 항목이 개인뱅킹에서도 보이는지 의아한 부분도 있다. ‘근로소득미달’ 같은 항목은 하나은행이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인 ‘희망키움통장사업’ 관련 코드로 파악된다.

실제로 당좌 거래 중단 같은 경우는 ‘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발행인에 대해 참가은행이 기존의 당좌(가계당좌)예금거래를 강제해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거래정지처분자는 거래정지일로부터 만2년간 당좌(가계당좌)예금거래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개인이 자기 예금 내지 적금의 해지 사유로 택할 리 만무한 것이다.

아울러 기업 금융 용어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이런 기능 중 상당수가 직원에게만 열람 가능하도록 제공돼야 하는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낳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상품을 해지하던 중 사유 설명을 요구받은 A씨는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 관리 기법에서는 이 같은 사유를 요구받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사진 참조).
   
신한은행 인터넷뱅킹의 경우, 상품의 중도해지 해지신청을 받는 경우에도 별다른 사유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바로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들보다 무분별한 고객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신한은행 등과 달리 하나은행이 잘못된 기능 제시, 홈페이지 운영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는 것으로까지 의혹을 낳는 부분이다.

◆달콤한 ‘꺾기의 추억’ 못 벗어나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하나은행은 구속성예금 즉 속칭 꺾기 기능을 홈페이지 전산 차원에서 여전히 관리할 수 있도록 방치 내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속성예금’이라는 사유를 택할 수도 있는데, 이 구속성예금이란, 대출을 받을 때 반대급부로 어떤 예금 내지 적금 상품을 들도록 권유(강제)하는 은행계 관행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여러 은행들이 과거부터 이 구속성예금 유치를 영업에 활용해 왔는데, 그만큼 대출을 덜 해주면서도 대출이자를 받는 상황이 되므로 은행에 음성적 이익이 되는 것이다.

특히나 2010년 연초부터 하나은행은 구속성예금수취 및 상계·해지 불철저로 금융 당국에 적발돼 당국이 규제 강화를 검토했던 바 있다.

그러므로 사실 이 기능은 이미 전산에서 사라져 지원이 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다.
   
'구속성예금'으로 중간해지 사유를 입력하는 경우, 오류 코드라는 경고가 뜬다. 이는 일반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코드가 아니라 별개의 예금과 함께 세트로 관리하는 이른바 꺾기로 가입된 경우의 관리 코드로 추정된다. 문제는 불법인 꺾기 관련 코드가 왜 시스템상에 현존하고 있는가라는 대목이다.

즉, 구속성예금이 어떤 사유로든 다른 상품 고객 정보와 연동돼 움직이다가, 거래가 모두 해소되는 경우에 관리코드로 이것이 존재했다는 과거 상황이라면 모를 일인데, 실제로 일반 고객이 자신의 해지 사유로 이 코드를 선택, 입력해 보니 ‘해지사유 오류’로 경고창이 뜬다.

이는 여전히 이 기능이 사용가능하도록 허용되고 있으나, 다만 해지사유를 사용하도록 연동정보가 입력돼 있지 않아 거부된 경우로 해석된다(대출과 꺾기성 가입 상품 간 ‘세트’가 돼 있지 않은 경우에서 이 코드를 사용하는 명령어가 입력됐으니 처리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꺾기 관행이 언제고 음성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관리 기능을 남겨두고 있는 점은 금융질서 관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잘못하면 “당신도 파산자?”

문제는 또 있다. 일부 항목은 ‘구속성예금’ 같이 직원에 의한 사용이 아니면 사용 불가 경고가 제시될 필요가 있으나(혹은 그런 필요가 훨씬 높으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경로가 열려 있는 것이다.

A씨가 두 상품을 해지하는 중에 실제로 달리, ‘파산자채무면책’, ‘기초수급자매각’ 등 개인적으로 금융기관에 집적되면 불리할 금융정보를 오류로 입력할 가능성을 살펴보자.

실제로 여기 해당하는 정보를 사용할 사람이라고 해도, 금융기관이 예를 들어 파산자의 채무면책 정보나 기초수급자인지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파산자라 해도 일단 면책을 받으면 금융거래, 부동산구입 등 이후의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상 은행들이 파산면책자들의 정보를 속칭 '1201' 코드로 관리해 현실적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과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부당성에 대한 검토는 차제에 논하기로 하고, 더욱이 정보가 ‘잘못 입력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파산자는 면책을 받은 이후에도 은행권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하나은행의 경우, 이렇게 온라인상 예적금 해지에서 중도해지사유로 파산면책자 해지 항목을 선택입력할 여지가 열려 있다는 데 있다. △이같은 정보 항목을 만들어 놓은 것도 문제려니와 △마우스휠 관련 오류가 적지 않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이 민감한 정보가 쉽게 오류 입력될 여지를 열어놓은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지 사유를 ‘선택’해 넣는다고 하지만 하나은행 인터넷뱅킹은 상당한 자료 입력에서 ‘마우스’의 ‘휠’을 굴려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바, 다른 칸으로 정보가 잘못 지정돼 오류 입력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점은 실제로 오류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A씨가 ‘파산자채무면책’으로 입력을 하고 해지 신청키를 누른 결과 정상적으로 계좌가 해지됐다.

종합하면, 이같이 개인 경제능력을 방증하는 지표들은 왜 정작 ‘구속성예금’에 대한 관리 이상의 주의를 기울여 처리되지 않느냐는 경중 판단 실패에 있다고 하겠다.
   
파산면책자의 경우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하나은행에서는 버젓이 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파산이나 파산면책 해당자가 아닌 일반 고객이 이를 입력해도 사진과 같이 그대로 처리 과정이 진행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하나은행 고객들이 입력 실수로 언제든 '파산 경력자'로 하나은행 전산기록에 잘못 입력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요컨대 하나은행 인터넷뱅킹 기능은 개인정보를 불필요하게 집적하고 언제고 불법성 대출 등 기능을 다시 가동할 수 있는 ‘괴물’과도 같은 상태를 보이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나 오류 입력 등을 바로잡는 순기능은 오히려 잘못 설계돼 있는 문제작으로 볼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 추진 등으로 향후 금융 관리 수요가 더 늘기 전에 내부적 문제부터 개선돼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