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나라, 앵무새처럼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 되풀이"
한나라 "평양방송 그대로 읊조리는 앵무새 정당에 불과"
민주당은 “북측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체면을 손상한 이명박 정부가 실효성도 없는 북한인권법을 밀어붙여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려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전에 여야 원내대표는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북한 주민의 민생이 실효성 있게 개선될 수 있도록 북한민생인권법 제정하기 위해서 법사위에 상정하여 토론 한다”고 합의한 바 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당정협의를 열어 북한 인권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전해지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1일 북한 주민 9명의 귀순 문제가 발생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법안'까지 처리하려고 하자, 북한은 지난 14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관계 완전 격폐'를 거론하며 잔뜩 뿔이 난 형국이다.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양당이 임시국회 전에 합의한 내용은, 민주당이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과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명기한 ‘북한민생관련법’을 내놓고, 한나라당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북한인권법과 통합해서 ‘북한민생인권법’으로 법사위에 상정해서 논의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 민주 “실효성 없는 북한인권법”
일단 한나라당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에 민주당은 ‘북한민생인권법’을 별도로 발의,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발의한 ‘북한민생인권법’의 핵심은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증진과 인도적 지원이 남북공동번영과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며, 초당적인 국민적 합의하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등의 기본원칙을 설정했다.
민주당 김동철 국회 통외통위 간사는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과 관련,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상호 체제 인정과 존중’의 정신에 반해, 북은 이 법 제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의 경색은 장기화 될 것이며, 또한 체제위협을 의식해 북한당국은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법이 아니”라면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남쪽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제14조 남북교류협력의 선언적 규정, 제15조 북한 인권 증진 관련 민간단체 지원, 즉, 삐라를 살포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8조이다. 8조를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정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무사항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즉,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주민의 인권이나 민생이 실효성 있게 개선되는 것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명목상으로조차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조항이 한 줄도 없는 법”이라면서 “인프라라는 것은 삐라 단체에 돈 주고, 인권재단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한 인권이라는 포장지를 씌워서 그 내용은 기관·기구의 설립,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제, 대북 삐라 살포 단체의 지원이 이 법에 전부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조항은 한 줄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황희 부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북한인권법 8조에 규정된 ‘인도적 지원’ 조항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 ‘준수’해야 할 내용만 들어있어 실제로는 ‘인도적 지원 제한’ 조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황 부대변인은 특히 “정부는 북측과 몰래 접촉하다 발각되고 이제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북측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여야원내대표 합의까지 일방적으로 묵살하면서까지 실효성 없는 북한인권법을 들고 나오는 것이 혹여,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북정책을 무마하기 위한 공세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체면을 손상한 정부가 실효성도 없는 북한인권법을 밀어붙여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려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청와대의 한마디에 중수부 폐지 입장을 돌변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이 북한인권법마저 입장을 표변해 앵무새처럼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나라 “민주당의 논리는 성립될 수 없는 주장”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이 제정이 되면 남북관계가 악화된다, 이런 얘기를 해왔다. 그런데 북한은 북한인권법을 가진 미국하고는 인권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북한인권법이 없는 우리 남쪽하고는 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인권법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다, 하는 그런 논리는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어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면, 왜 북한에서 탈북한 우리 동포들이 남쪽에 와서 절규를 하면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제 의원총회를 통해서도 북한인권법 통과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님들의 강력한 촉구의견도 개진이 되었지만,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그런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하면서,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을 외면함으로써 북한 동포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은재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마치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은 마치 삐라 살포단체를 지원하는 법, 또 북한인권이 아니라 북한인권재단에만 관심 있는 법안이라면서 맹비난을 하며,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김정일 정권에 의해서 자행되는 2,300만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분명히 이 기회에 답변을 해야 될 것”이라고 민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또 “북한인권의 참혹한 실상을 외면하며 북한 퍼주기에 광분하는 민주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정당인지, 아니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치적인 혼선거리로 전락시키면서 평양방송을 그대로 읊조리는 앵무새 정당에 불과한지, 국민 앞에서 역시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민주당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사진=YTN 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