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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엔 슈퍼에서 박카스 볼 수 있다? ‘글쎄∼’

44개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약사 눈치 보는 제약사 ‘변수’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6.17 10: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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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르면 오는 8월부터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OTC)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슈퍼에서 판매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15일 11년 만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재분류소분과위원회(소분과위)를 열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는 일반의약품 44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의약외품이란 의약품에 속하지 않지만 인체에 미미한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품목으로, 이번 전환에 따라 약국 외 슈퍼마켓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은 약사법 개정과 소분과위 의결 없이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만으로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말 고시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8월에는 44개 품목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허용 품목수 부풀렸다’ 지적 있지만…

의약외품 전환 대상 44개 품목으로는 박카스D 등 자양강장 드링크제 12개, 까스명수액 등 소화제 15개, 정장제 11개, 마데카솔연고 등 외용제 6개 등이다.

그러나 이들 중 과반수인 23개 품목은 지난 2009년 이후 생산이 중단된 품목으로, 슈퍼판매 허용 품목수를 부풀리기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일반의약품 44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44개 일반의약품 중 21개(색칠된 약품) 품목만 현재 생산되고 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의약외품 전환 대상 44개 품목의 지난해 생산액은 1616억653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동아제약의 ‘박카스D’ 1493억1843만원으로 가장 높은 생산액을 기록했다. 또, 삼성제약공업의 ‘까스명수액’, 광동제약의 ‘생록천액’, 유한양행 ‘안티푸라민’, 동화약품 ‘알프스디-2000’ 등 5종을 제외한 나머지 39종의 생산액은 전무하거나 10억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품목들도 제품 허가가 살아있어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약외품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품목을 슈퍼에서 판매한다고 매출이 오르겠냐”며 “생산 중단된 품목 중 이번 의약외품 전환으로 생산을 재개하는 품목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찬성, 제약사는…

이번 일반의약품 슈퍼판매가 예고됐지만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는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제약사들은 슈퍼판매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박카스D' 등 일반약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슈퍼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증권가에서 44개 품목의 슈퍼판매가 이뤄지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나, 회사는 슈퍼 판매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박카스D’의 기존 판매망인 약국을 통해 판매를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로서 슈퍼판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으며 향후 다양한 사례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기존 거래처인 약국과의 관계 때문에 슈퍼판매를 고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약사들이 약사, 약국과의 관계가 있어 슈퍼판매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약국에서 슈퍼판매를 하는 제품이나 제약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일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슈퍼판매에 대한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실제, 동아제약은 과거 광동제약이 ‘비타500’으로 음료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카페인을 뺀 ‘박카스’를 의약외품으로 출시해 ‘비타500’을 견제하려했다. 이에 약사들은 ‘박카스’가 의약외품으로 슈퍼에서도 판매되면 약국 매출 감소를 우려, 동아제약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동아제약은 결국 의약외품 ‘박카스’ 출시를 포기한 바 있다.

제약사들의 슈퍼판매에 대한 입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가 개정돼 이르면 오는 8월 일반약의 슈퍼판매가 시행되더라도 제약사들이 실제 44개 품목의 슈퍼판매를 시행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약사법 개정안 불씨도 여전

한편, 지난 15일 소분과위에서는 당초 심야시간대와 공휴일,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감기약과 해열진통제의 슈퍼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은 약계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을 슈퍼에서 판매하기 위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현행 의약품 2분류체계에 ‘자유판매약’ 분류를 추가해 3분류체계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 마련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일부를 처방 없이도 판매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안건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감기약과 해열진통제를 ‘자유판매약’으로 분류해 슈퍼판매를 하기 위한 ‘정공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계와 약계가 팽팽히 맞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복지부는 오는 21일 2차 회의를 열고 약사법 개정안(자유판매약 분류 추가)과 의약품 재분류 안건을 재 논의키로 했다.

이날 소분과위가 끝난 후 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44개 품목의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21일 구체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44개 품목의 의약외품 전환 고시 추진과 함께 올 정기 국회에 약사법 개정안 상정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며 약사회 입장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