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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테이너 김제동의 ‘미장센’

‘외풍’에 시달린다 이미지 VS 외풍 효과 보고 ‘바람 키우기’

이종엽 기자 기자  2011.06.17 0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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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예인(엔터테이너)이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일명 ‘소셜테이너’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정권 출범 무렵부터 친노 가수로 이름을 높였던 윤도현, 최근 각종 이슈에 부쩍 많이 참여하고 있는 탤런트 김여진 등과 함께 진행자 김제동 등이 ‘반값 등록금’ 정국에서 소셜테이너로서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소셜테이너의 특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복잡하다.

과거 큰 선거 전에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본업인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는 도외시하고 정가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와 달리, 이들 소셜테이너는 사회적 비판 대상으로 바로 매장되거나 적어도 큰 비판을 받는 대상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왜 본업을 도외시하고 사회적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해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느냐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시대가 변했다’고 반박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속칭 ‘개념찬 연예인’으로 추앙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의 와중에 서 있는 여러 연예인 중에 김제동이 있다. 특히 김제동은 이러한 논란에서 가장 적당히 치고 빠지기를 구사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바로 김제동의 미장센(Mise-en-seene, 의도된 연출)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말 실수 없이 책임도 없이’

과거에도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거나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연예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즉시성이 강조되는 트위터 등이 중심이 되는 SNS 세상이 큰 위력을 떨치게 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제동은 이런 와중에도 가장 특이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김제동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일부 연예인들은 과거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로 열기가 뜨겁던 당시에도 이슈 따라가기 차원에서 돌출 발언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탤런트 김규리 ‘청산가리’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가수 김흥국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의 하차를 한나라당 관련 정치 관련 집회에 얼굴을 내민 데 따른 후폭풍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해고 관련 상황에서 탤런트 김여진이 경찰에 연행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김제동은 잘 되면 ‘개념 있는 연예인으로 부각’되고 역풍은 교묘히 피해가는 길을 골라 걷고 있다. 사회 현안에 공인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동참하기 보다는 이슈 선점, 얼굴 알리기라는 일종의 마케팅 관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에게 더 쏠리는 이유다. 일부 연예인들에게는 일종의 ‘홍보의 블루오션’이 열린 셈이나 다름없는 현 상황에서 최고 수혜주가 바로 김제동이라는 해석마저도 나온다.

◆ 탄압받는 이미지 은근히 더 커지는 이유는?

이번 반값 등록금 정국을 기본적으로 뜯어보면, 학생들 편에 서서 등록금 부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문제 삼기가 상당히 어려운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일단 88만원 세대에 대해 온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사회적 현안에 민감한 정치적 감각을 가졌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서는 자체를 비판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 같은 경우는 예산 대책이 없이 구호만 앞세우거나, 과거와 다른 발언으로 이번 시류에 영합하려 하는 경우 등에 강하게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재평가를 받을 일도 없고, 그 와중에서 대안 마련 등의 부담을 지지도 않는다. 김제동은 그런 틈새시장을 잘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자기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기민함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박경철과의 대담 프로그램(MBN, ‘박경철의 공감플러스’)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 요지를 보면 그런 와중에 특히 의미심장하다.

김제동은 이 프로그램에서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모든 것들을 조율해서 함께 행복한 사회가 어떤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할 쪽은 정치 쪽이다”이라는 밝힌 바 있다. 결국 대안 문제는 정치적 요소인데, 현재 그의 포지션은 책임은 정치에 미루고, 비정치적인 발언 자유인 ‘생활 영역’에 남아 있겠다는 선언으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정치와 비정치, 정치와 생활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다원화 사회에서 이런 주장이 먹혀들겠느냐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가 이원론으로 명쾌히 분리된다는 사상은 이미 19세기에나 통용되던 것인데, 자기 변호가 필요한 경우에 이러한 주장을 펴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다시 그 연예인은 왜 남의 영역에 감놔라 대추 놔라를 하는지가 궁색해진다는 비판이다.

도에 지나친 청산가리 발언으로 두고두고 발목을 잡히거나(김규리), 정치 관련 행사에 경솔히 얼굴을 내미는 사례(김흥국)나 오히려 모든 논란에 대해 당당히 반박을 하며 담대하게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케이스(김여진) 등에는 적어도 자기 행보에 좋든 싫든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들이다.

그런데 김제동 같은 경우에는 이런 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반값 등록금 관련 투쟁 현장에서 벌어진 햄버거 관련 경찰 모욕 사건의 대처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기부한 자금으로 구매한 햄버거를 일부 학생들이 경찰에게 전달하려 시도한 과정에서 태도 논란, 모욕 논란이 불거지자 김제동은 발 빠르고도 지나칠 정도로 저자세로 사과, 아예 빌미를 차단했다. 

이는 그 스스로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으며, 과거 폴리테이너, 소셜테이너들이 논란에 말려들었던 데 상당히 학습되었거나 원래 감이 탁월하거나 어느 형태로든 고도의 대응 능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여러 방송에서 하차했다는 논란과 겹치면 그에게 더욱 우호적인 시각을 끌어낼 수도 있는 행보라는 점에서, 과도한 사과와 고개 숙이기는 절대로 손해가 되는 행동이 아니다.

◆ 대학 축제서 수입 올리고, 등록금 논란에서 개념인증

문제는 이처럼 ‘사회적 이슈에 발언과 동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이로 인해 종종 탄압도 받지만 꿋꿋하고 반듯한 제동’이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의 허구와 사실로 구성됐느냐다.

예를 들어, 김제동, 윤도현 등 유명 연예인은 매번 대학 축제나 특강을 통해 행사 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지적은 이런 상황이 모순이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문제는 윤도현이나 김제동 등은 대학의 축제나 특강에 나서면 적지 않은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반값 등록금 집회가 소위 ‘고객 관리’차원에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이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이나 사실상 대학생 관련 행사에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고객관리 성격이 없지 않다는 비판이 따라붙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 방송 하차 논란, 탄압 과연 실체 있나?

더욱이 김제동이 현재 소셜테이너로 사랑을 받는 축 중 하나는 방송 섭외 문제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연예가중계’에 이어 ‘스타골든벨’ 하차, ‘김제동 쇼’ 불발 등 인련 선상에 있다고 이야기되는 여러 사건을 보면 김제동은 정권 교체 후 모종의 힘에 의해 밀려나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응을 보면 ‘연예가중계’ 하차 당시에는 외압 논란이 별로 없었고 ‘스타골든벨’ 하차 무렵에 이것이 적극적으로 의혹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제동 쇼’ 관련 잡음에 이르면, 이번에는 김제동 소속사인 다음기획에서 성명서를 내면서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제동의 태도는 이런 와중에서도 명확하지 않다. 많은 논란이 쏟아지고 그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그와 그 주변에서는 적지 않은 말을 했지만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스타골든벨’ 하차와 관련 ‘일요인터뷰 인’에서 그는 97%는 내부에 3%는 외부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대부분이 방송사의 편성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동정론(외압에 의해 밀려났다)을 명쾌히 차단하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제동 쇼’ 문제와 관련한 김제동 소속사의 당시 성명과 김제동 발언(MBN)을 봐도, 공세적이지만 묘하게 명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관련으로 케이블방송사와 일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럴 것이면 우리가 (김제동 쇼를) 안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 성명서는 '외풍이 있다 없다'를 중점적으로 말하지 않고 논점을 ‘외풍 때문에 불쌍한 김제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MBN 방송에서 김제동 스스로가 그를 둘러싼 편성과 섭외 관련 볼이익 논란을 ‘무서워서 먼저 문 개’에 비유하고 ‘그렇다면 그건 불쌍한 것’이라고 에둘러 답한 점은 외압을 인정하고 맞서는 것도, 그렇다고 이것이 없다고 확인해 주는 것도 아닌 모호한 영역에 서 있다.

동정론을 적극적으로 키우거나 없애는 쪽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현재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쪽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모호한 태도로 ‘바넘 효과’ 발생

이는 김제동이 과거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단지 말을 잘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 온 점,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와 우호적으로 잘 지냈던 과거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촛불 집회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예인’ 2위로 꼽히는 등 모순된 위상을 가졌다.

그러던 김제동은 어느새 탄압받는 이미지가 강조되면서 한층 反여권 이미지가 강화됐다. 하지만 김제동 스스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경우든 아니다, 맞다를 확실히 규정하지 않고 적당히 모호한 화법을 쓰며 해석의 여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는 태도인 셈이다.

즉 대체로 모호한 문장을 나열해 놓으면 적극적으로 우호적으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다고 하는 일명 ‘바넘 효과’(Barnum effect, 혈액형 관련 정보를 신뢰하는 이들이 많은데, 바넘 효과의 좋은 예)가 김제동에게 덧씌워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 외풍 적절히 활용해 ‘전화위복’

그를 원래는 보수적이나 그래도 말은 통하는 연예인으로 보든, 원래 진보적인데 말을 제법 가려서 정제한 뒤 내보내는 연예인으로 보든, 혹은 탄압받는 연예인의 대명사로 보든간에 적당한 정도의 이미지 관리가 이뤄져 왔다면, 이는 오히려 그는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불가지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연예인을 무대 위에서 허상을 보여주는 광대 이상으로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게 소셜테이너 탄생과 발전의 이유이고, 존재 가치이자 매력인데, 아무리 까도 모호한 양파같은 소셜테이너가 과연 어떤 긍정적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명 김제동 햄버거가 이슈가 되거나, 그의 반값 등록금 관련 뉴스들이 신문 연예면을 장식하는 것은 몰라도, 그의 이런 행보에서 한국형 소셜테이너 탄생과 발전의 키워드를 찾는 것은 현재로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더욱이 소셜테이너로 대변되는 사회구성원과 정치가 실시간을 소통하는 새 역사의 물줄기를 김제동에서 찾거나, 그에게 앞으로 더 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21세기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시도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