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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사 체제 출범1년] 상지대에선 지금 무슨 일이…

상지대 총동창회장 “일부 교수들, 비리 감추려 정상화된 이사회 거부”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6.15 15: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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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둘러싼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17년째 계속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쉽게 말해 한쪽(정추위)은 “굴러온 돌 이제 나가라”이며, 다른 한쪽(비대위)은 “박힌 돌 영원히 빠져라”다.

이러한 기나긴 내홍은 학내 분열과 갈등마저 가져왔다. 상지대 및 상지영서대 총동창회와 상지영서대 총학생회·대의원회·동아리연합회는 정추위를 지지하는 반면, 교수·직원·노동조합·총학생회는 비대위에 붙은 구도다.   

◆누구를 위한 17년 공방인가

‘상지대 사태’의 시작은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퇴진한 직후부터다. 이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오던 상지대는 2004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판단에 따라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상지영서대학교 총학생회 김준섭 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정상화 안착을 기대했던 상지대는 대법원 판결로 또 다시 시련을 겪게 된다. 당시 대법원은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임시이사 체제로 급전환한 상지대는 지난해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조정으로 정이사 9명을 구성, 이사회를 정식 출범했다.

이로써 상지대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 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일 뿐이었다. 비대위서 옛 재단 추천 정이사 4명에 대한 출근을 저지하면서 상지대 사태 제2 라운드가 펼쳐졌다.

제2 라운드는 ‘상대방 치부 폭로전’으로 확산됐다. 정추위에서 먼저 ‘선방’을 날렸다. 지난해 12월17일 오전 정추위는 강원 원주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수·직원·노동조합·총학생회로 구성된 비대위 비리를 낱낱이 공개했다.

정추위는 이날 기자회견자리를 통해 “상지대 교수·직원·노동조합·총학생회가 조직적으로 통학버스 대표에게 8억원에 이르는 돈을 상납 받았다”며 주도적 역할을 한 비대위 해체를 요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상지대 통학버스를 운영해온 회사 전 대표 A씨의 양심선언으로 만천하에 알려졌다. A씨는 상지대 총동창회를 통해 “2001년부터 2008년 말까지 8년간 교직원들의 조직적 상납요청에 의해 8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상납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통학버스 입찰 편의제공 및 원활한 운영을 위해 8년간 대학축제 및 체육대회, 각종 행사나 명절 때마다 현금과 백화점상품권, 주유권 등 2억8000만원 정도를 관례적으로 제공해 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음해세력에 의한 것”이라며 A씨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비대위 측은 반박자료를 통해 “통학버스 사업자 선정은 복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입찰에 의해 투명하게 이뤄져 교수나 직원에 의해 사업자가 선정될 수 없다”며 “여러 정황상 객관적 근거없이 상지대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사주를 받아 왜곡된 정보를 유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대위는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리곤 곧장 정추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공격대상은 정추위가 아닌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 전 이사장, 개인이었다. 게다가 그 피해대상도 상지대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복수를 위한 폭로인 셈이다. 
 
비대위는 지난 6월7일 춘천지검 원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기 전 이사장이 법인 돈으로 16개 국회의원후원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강원저축은행 은행장인 김 전 이사장과 아들 성남씨가 배임·횡령죄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문기 전 이사장 측 주장은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전직 3선 국회의원이자 대한민국헌정회 제14대 의원회 회장으로써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법정 한도내에서 후배 국회의원을 후원했을 뿐이란 얘기다.

또한 34년 전 강원저축은행을 설립해 최대주주로 있긴 하지만 이는 상지대와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업체이며, 오히려 은행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는 게 김 전 이사장 측 설명이다.  

◆양측 다툼에 학생들 뿔났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 설전에 상지대 총동창회를 비롯해 학생들이 참았던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13일 상지대 총동창회는 상지영서대 나래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상지학원 분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상지대 총동창회 길향철 회장은 이날 자리를 통해 “상지학원은 정이사 체제 출범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이는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의 부정 비리를 감추기 위해 정상화된 이사회를 거부하며 또 다시 교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길 회장은 또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온갖 허위사실을 유포해 설립자를 음해·모략하고 성스러운 교육의 장을 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학생들을 선동해 정상화를 방해하는 비대위의 조속한 해체와 임시이사시절부터 현재까지 허수아비 총장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상지대를 운영해 온 상지대교수협의회(상교협) 자진 해체”를 촉구했다.

재학생들의 불만도 하늘을 찔렀다. 재학생 B씨는 지난 16일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우리학교에 또다시 천막농성을 실행한다는 소문과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며 “우리 부모님들의 피땀어린 등록금으로 상경집회를 하고, 천막농성을 하며 정부기관의 결정에 불복종운동을 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B씨는 “농성이나 집회를 하는 이유를 과거에 의존하지 말고 현재에 맞는 그 타당한 이유와 자료를 8000학우들에게 공개 및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