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컨택센터 학과가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열기에 맞춰 생겨나던 컨택센터 관련 학과는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른 학과로 대체되거나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13개에 해당하던 컨택센터 관련 학과는 조사결과 현재 8곳을 제외하고는 컨택센터 인력을 배출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 학교는 ‘학생들의 컨택센터 취업 기피현상’,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 등을 학과 유지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5~6년 전 각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열기가 고조되며 ‘컨택센터 유치’가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지방 대학들도 지자체의 정책방향에 맞춰 컨택센터 유치 시 인력을 바로 투입 시킬 수 있도록 해당 인력 양성을 위한 컨택센터 학과 개설을 시작했다. 당시엔 지자체의 경우 컨택센터 인력풀을 확보 할 수 있고 대학은 새로운 학과 개설과 취업률을 높일 수 있어 지역과 대학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컨택센터 학과’였다. 하지만 5~6년 사이에 절반 가까운 곳이 학과유지를 포기했다. 현재 13개 컨택센터 관련 학과 중 유지되고 있는 곳은 8개에 불과했다.
◆ 졸업생들, 컨택센터 취업 원치 않아
각 대학은 컨택센터 학과 유지에 가장 힘든 점으로 ‘졸업생들의 취업 기피현상’을 꼽았다. 대덕대학은 텔레마케팅학과로 컨택센터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학생들이 취업을 기피함에 따라 2006년 마케팅관리과로 학과명을 변경했고, 올해 다시 비즈니스관리과로 바꿨다.
컨택센터학과 폐과 원인으로는 신입생 모집 실패와 재학생들의 관련 업계 취업 기피현상이 꼽혔다. |
사회적으로 컨택센터 업무가 유망업종으로 인식돼있지 않다 보니 각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기전대학은 전주시와 협약해 학과를 운영했었으나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으로 현재 학과가 폐지돼 재학생이 없으며 현재 남아있는 휴학생 1~2명은 타과로 전과 시킬 예정이다. 부산경상대학 또한 2006년 텔레마케팅학과를 개설했으나 작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있다. 부산경상대학 기업경영과 박영수 교수는 “입학생 모집에 실패해 결국 폐과를 결정했다”며 “처음에는 활발하게 운영 됐으나 전체적으로 학교가 원하는 방향과도 달랐고 취업에도 한계가 있는 등 폐과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 현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학생들 외면 부추겨
열악한 업계 복지문제도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 후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은 선ㆍ후배로 구성돼 있는 만큼 업계의 좋지 않은 점 등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 학내 컨택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성되기 쉬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혜천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인사ㆍ관리가 바뀌지 않으면 대학에서 컨택센터 인력을 배출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현재 소비자행동론 등의 관련 과목을 수업하고 있긴 하지만 그쪽으로 취업을 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며 “실질적으로 컨택센터만을 갖고 학과가 만들어지기에도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컨택센터가 평생직장으로 모델링되려면 현재의 인사ㆍ관리가 바뀌어야 한다”며 “상담사들 사이에서 교육 강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흔치 않고 급여 또한 잘 오르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력제한을 두지 않는 점 또한 지적했다. 한양여대 비서인재과 엄명우 교수는 한국텔레마케팅관리사 자격증에 학력제한을 두는 방안을 교육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계속해서 건의중이라고 밝혔다. 엄명우 교수는 “산업 초창기에는 학력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전문직종이 되려면 지식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텔레마케팅관리사 자격증 등에 학력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엄교수는 “나조차도 학생들에게 업계 전반적인 상황파악을 위해 1년 정도만 텔레마케팅업무를 하고 이후엔 사내강사나 교육 강사로 직업을 전환하는 것을 추천 한다”며 “컨택센터가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학교를 믿고 학생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상담사들의 고충 중의 하나인 언어폭력 등도 학생들이 취업 초창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 지자체 지원 단기적, 사업 끝나면 학과 유지 힘들어
대성글로벌네트웍이 학교건물에서 컨택센터를 운영하며 4년간 마케팅컨택관리과를 개설해 운영하던 안동과학대학은 기업의 사업이 끝나 안동에서 철수하며 학과를 폐지했다. 안동과학대학 이명국 교수는 “대성글로벌네트웍에게 학교가 건물을 무료로 임대해줘 사업을 할 당시에는 학생들도 컨택센터에 취업을 많이 했지만 기업 철수 후엔 컨택센터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이 적어 학과 유지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지원에 대해서도 “안동시와 경상남도와 협의를 맺어 취업약정제 사업을 진행했었는데 1번의 지원금 지급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각 지역 지자체들은 학교나 기업 지원 등은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고 컨택센터학과 폐지엔 지자체의 지원보다 신입생 모집 실패와 지역유치 컨택센터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섞여있다고 주장했다.
대덕대학과 혜천대학이 위치한 대전의 경우 컨택센터 학과 유지가 힘든 점에 대해 지자체의 지원보다는 업종 자체가 갖고 있은 한계와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이 더 크다고 전했다. 대전시청 투자유치과 이홍직 주사는 “2008년 대덕대학에 교육비 일부를 지원했으나 컨택센터로의 취업성적이 좋지 않아 이후 외부교육기관에 전문교육을 맡겼다”며 “자제체의 학교 지원과 상관없이 컨택센터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주사는 “콜센터의 경우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중간관리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경력을 더 우선시 하는 만큼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시 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동시 투자유치담당 이종원씨는 기업에 꾸준히 재정지원금을 지급했으나 기업 측의 사업수주 실패가 학과폐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종원씨는 “안동시는 기업에 행정적 지원을 하고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컨택센터에 제공, 기업은 그 인원을 고용하는 형태의 협약을 맺었지만 회사가 장기간 사업운영에 실패하며 협약이 지속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종원씨는 “안동시의 경우, 회사가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신문광고 등을 통해 꾸준히 인원모집 홍보지원을 해줬다”며 “당시 아웃바운드 사업이 많았던 만큼 고용된 직원도 힘든 부분이 있었고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학생고용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부 대학은 특색 살려 ‘승승장구’
여러 컨택센터 학과가 신입생 모집과 취업문제로 폐과되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의 특색을 살려 높은 신입생 경쟁률과 취업률 100%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곳이 있다.
컨택센터 관련 학과 중 유일한 4년재 대학교인 광주여자대학교는 상담사 보단 ‘중간관리자 양성학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산학연계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재학 중 인터쉽을 통해 경력도 쌓고 등록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 삼성전자, KTdom 등이 학생들에게 실무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여자대학교 콜마케팅학과 박득 교수는 “졸업 후 수퍼바이저, 사내강사, QAA 등의 중간관리자로 활동하는 비율이 40%에 달하며 콜센터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해 학생들이 원하는 콜센터를 선택해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 된다”고 전했다.
부산여자대학의 컨택마케팅과 또한 매년 약 4대 1의 신입생 경쟁률을 기록하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은 콜센터 명칭을 컨택센터로 지정하고 ‘부산광역시 컨택센터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컨택센터 유치에 활발한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부산여자대학 조보상 교수는 “우리학과는 기업요청에 따라 학생을 모집하고 졸업과 동시에 전원 취업을 보장하는 주문 맞춤형 교육을 실시 한다”며 “기업 요청에 따라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포함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교육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여자대학의 경우 취업 시 3년 계속 근무 서약을 통해 취업을 추천하는 만큼 이직이나 기피현상이 적고 1, 2회 졸업생의 경우 팀장 등 중간관리자로 승진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