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7월초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저마다 분주하다. 상황에 따라 그간 쌓아온 노사간 협력 관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노조를 고집해온 기업의 경우, 이를 예의주시할 것은 보다 분명하다. 국내 ‘무노조 신화’의 대표격인 삼성그룹의 복수노조 시행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주목할 것은 노조 설립과 대응에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는 것. 7월 이후 삼성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봤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노조는 안 된다”고 밝힌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강한 의지가 오는 7월 복수노조제도 시행으로 보다 먼 기억 속에 자리할 전망이다.
‘무노조 신화’로 불리며 글로벌 톱 기업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삼성에 한바탕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풀이된다. 화두는 아무래도 사측과 노조와의 관계 재정립으로, 무노조로 일관해온 기업의 대표로서 향후 변화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노사간 이해관계를 놓고 의견은 분분하다. 복수노조 시행을 떠나 그간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통한 상생을 실천해온 삼성이지만 노동계의 불만이 곳곳에서 새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지난 2007년 민주노총은 ‘삼성노동자 민주노조건설 투쟁백서’를 발간하고 삼성의 인재제일, 인간본위 경영이념과는 다른 철저한 노조관리를 꼬집기도 했다.
◆선대회장의 의지, 변화는?
7월1일 복수노조제도 시행은 지난 2009년 12월4일 노사정 합의를 거쳐 13년간 묵은 노동 현안을 해결하고, 노사관계가 원칙을 지키며 균형과 조화 속에서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근로자들은 내달 1일부터 사업장 단위에서 자유롭게 2개 이상의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소수 노동조합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했고, 이의 위반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시정할 수 있게 했다.
오는 7월초 복수노조 시행은 ‘무노조 신화’로 불리며 글로벌 톱 기업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삼성에 한바탕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
이는 한편으로 기업 내 ‘노-노’ 갈등의 발생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의 75.2%가 복수노조 시행 후, 노조의 투쟁이 강화돼 노사불안이 심화될 전망이다.
결국, 복수노조 시행은 노-노간 갈등과 교섭창구 단일화, 그리고 기업의 대응 여부에 따라 그 차이는 천차만별로 예상할 수 있다.
◆노사관계 변화, 비단 삼성만은 아니다
삼성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무노조 신화’로 불리지만 노동계에서 그간 바라본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삼성은 대여섯 개의 노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절반은 유령노조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도 변화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분위기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삼성 내 복수노조 설립은 기정사실로 단정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현재 노조가 없는 계열사는 그간 노사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급격하게 노조로 집단화되지는 않겠지만 산별노조가 활성화돼있기 때문에 일부 직원이 산별노조에 가입함으로써 노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예상되고 있다.
백현민 노무사는 “노조가 있던 계열사의 경우, 노조 내 현 노조의 활동에 문제의식이 있는 일부 조합원이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추정완 노무법인 나우 노무사는 “최근 무노조 기업들이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제도를 보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복수노조를 대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무노조 전략에서 노조의 세력 확대를 예방하는 전략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추 대표는 “무노조 기업에 노조가 설립돼도 당장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노사관계에 변화를 만들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기업의 대응 여부에 따라 점차 노사관계의 큰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삼성의 노-노 갈등 또한 예고되고 있는 상황. 신규로 노조가 설립된 경우 조합원간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이는 노-노 또는 노사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추 노무사는 “신규로 노조가 설립된 경우, 노조원과 비노조원, A노조와 B노조 조합원간의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기업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활용할 여지도 있는 바, 노노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는 무조건 진행되는 게 능사는 아니며,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두 노조 조합원간 근로조건의 격차가 현격한 경우는 교섭을 분리해 진행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노무사는 “실무적으로는 오는 7월1일 바로 직전에 기존 노조와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 복수노조가 발생하기 전 이미 교섭을 진행 중인 경우가 있어 교섭창구 단일화 방법에 대해 여전히 해석상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 등의 정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 노무사는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노사협력을 이끌어낸다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미 예상
한편, 민주노총은 앞서 투쟁백서를 통해 삼성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무노조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비노조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서에 따르면 삼성은 ‘3, 4, 5사업장 수호전략’에 따라 매년 3~5월 임금인상, 단체협상 시기가 집중돼 있다.
백서에는 또, 삼성이 이를 바탕으로 사업장 특별노사팀을 운영해 여론수렴조, 문제사원 관찰조, 문제단체 관리조 등 3개조로 나누어 운영을 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외부의 동향을 파악, 사업장 자체 정밀 노사점검실시 및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