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도와 구미시에 따르면 김문수 도지사는 이날 오후 5시 '분권과 자치로 통일강대국을 만들자'라는 내용의 특강을 위해 구미 금오공대를 방문한다.
금오공대 방문은 해당 대학의 초청으로 이뤄졌는데, 김 지사의 경북지역 대학 특강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 지사가 특강에 앞서 오후 1시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둘러본 후 생가보존회 사무실에서 지역원로들과 미팅을 갖는다는 것.
박 전 대통령 생가가 구미 지역 명소이기 때문에 김 지사가 지역 일정에 맞춰 해당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지사가 ‘그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것은 나름대로 ‘계산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일단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치적, 역사적 화해’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반독재투쟁을 하고, 학생운동을 하고 노동운동을 해오면서 줄곧 ‘박정희 역사’와 선을 그어왔던 김문수 지사가 박 전 대표와 ‘화해’를 통해 친이계 여권 잠룡으로서 대구 경북지역의 ‘워밍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세다” “지금 당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마음대로 되고 있다” “김문수 혼자 당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박근혜 혼자 구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등의 표현구로 박 전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지사는 또한 지난해 여러 강연 등을 통해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박 대통령의 공이 제일 크다”고 극찬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쿠데타를 했고 18년간 독재를 했다”고 쓴소리를 던져왔다.
이에 따라 김 지사의 구미 방문과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은 ‘홀연 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박 전 대표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내비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실제 박 전 대통령 생가방문은 측근들의 제안이 아닌, 김 지사가 직접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 지사 측은 이 같은 정치권의 해석에 대해 “구미 방문을 순수하게 봐달라” “생가 방문은 큰 의미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해설은 앞서 나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난 4월,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군에 포함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있는 충남을 방문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바 있어 과감한 ‘적진 정치’를 선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 구미 방문은 김 지사 특유의 ‘특강 정치’의 일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가벼운 분석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