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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전화 보험설계사’는 근로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한다는 첫 판결나와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6.13 1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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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화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와 향후 유사한 형태로 보험설계사를 운용하는 보험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률구조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재판은 대법원이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끌어낸 판결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전에 사는 정모(26ㆍ여)씨는 지난 2009년 M생명보험에 TFC(내근 보험모집원)로 입사했다. TFC는 보험회사 내에서 근무하며 전화 등을 이용해 보험계약의 체결 및 중개, 보험계약의 유지ㆍ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3주간 기본교육을 마친 정씨는 보험설계사 등록을 하고 같은 해 2월 M사와 정식으로 ‘TFC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위촉계약서에는 ‘TFC는 독립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법상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회사직원에게 적용되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기며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 종일 전화를 이용해 보험 상품을 설명하다보니 잦은 기침과 음성변성에 시달렸고, 병원 검진결과 급성 후두염, 후두부종, 성대 및 후두용종 등의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근무 중 생긴 질병이라고 주장하며 M사에 치료비 지원을 요구했으나 M사는 정씨가 입사 당시 작성한 ‘TFC 위촉계약서’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씨가 계약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항의하자 M사는 정씨를 해고했다.

2009년 8월 정씨는 대전지방법원에 부당해고로 인한 임금 상당액의 손해 등 총 2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향후 소송 진행이 어려워져 2010년 4월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1심 진행결과 재판부는 TFC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에게 수당을 지급하라는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이후 공단은 항소를 제기했고 1심과 다른 판결을 이끌어 냈다.

   
법원은 TFC 위촉계약서에도 불구하고 전화 보험설계사를 근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올해 3월 2심 재판부는 TFC 위촉계약서에도 불구하고 ‘TFC 업무의 내용과 처리방식이 회사가 정한 보험영업지침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고 근무시간을 회사가 관리하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감독을 했고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회사가 제공하는 점 등으로 보아 회사의 지휘 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했다 할 것이므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와 약제비(5만6000원 및 지연손해금) 2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했고 M사가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이 판결은 4월 14일 확정됐다.

위 판결은 보험설계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와는 다르게 내근 모집인(TFC)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로 유사한 형태로 TFC 보험 모집인을 운용하는 보험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법률구조공단 김완수 과장은 “보험업체가 상고해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면 전례가 됐겠지만 보험업체가 스스로 판례가 만들어지길 원치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 판결만으로도 보험업체들이 갖는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근로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 과장은 “앞으로도 구조공단의 도움을 원하는 TFC가 있다며 구조타당성과 승소가능성을 심사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