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월말 예정인 4차 건설사 구조조정을 앞둔 건설업계 분위기가 의외로 조용하다. 매년 구조조정 때면 나오는 증권가 살생부 명단 등 이른바 ‘찌라시’가 돌아도 업계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번 구조조정은 최근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와 연관된 기업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강도와 파장은 예전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공능력순위 50위 업체 중 15개 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만큼 솎아낼 건설사들은 이미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금융권의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는 이달 말경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 2, 3차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건설사들이 가려질 대로 가려져 이번 구조조정에 최대 5곳 정도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조조정 명단 공개 안한다
특히 금융권은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 부실화 가중 등 부작용을 방지키 위한 조치다.
실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1, 2차 건설 및 조선사 구조조정 당시 기업 신용 등급과 업체 명까지 공개됐다. 이후 해당 기업의 수주가 끊기는 등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이 부실기업에 대한 정보를 차단키로 한 것에 대해 시장 혼란이 높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업신용위험평가는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발행 현황과 상환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ABCP투자자들에게도 이 같은 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와 업체명이 업계에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업체명이 공개되면 아파트 소비자들이 보는 건설사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게 되면서 분양이나 입주 등 모든 것 꺼려하게 된다”며 “특히 기업 어음, 신용등급 역시 낮아져 공사 수주에도 제한이 따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바라는 곳도 있을 것”
한편, 앞서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선배’ 격 건설사들은 최근 들어 활발한 경영정상화를 통해 이미 졸업했거나, 앞두고 있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후배’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퇴출, 법정관리 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4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건설·증권업계는 무덤덤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데 다 앞서 그룹에 편입된 일부 건설사 등에 대한 구조조정 소문도 유상증자 또는 대여금 형태의 그룹지원이 이뤄지면서 불안감이 수그러든 상태다.
특히 이번 4차 구조조정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심 워크아웃을 기대하는 건설사들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업신용위험평가가 PF대출 금액과 대출 만기일, 연장 가능 여부 등이 심사의 잣대로 이뤄지는 만큼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이 정상화로 돌입할 때 까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구상이다.
물론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기업 어음 등급이 떨어지면서 신용등급 역시 하락, 은행권 자금조달 자체가 어렵게 되지만, 발등에 떨어진 PF대출금, 지급보증 원금 등에 대한 이자 연장은 가능하게 되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주택시장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어 주택사업 외에 금융권 지원이 가능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B주택건설전문업체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채권은행에서 주택사업은 못하게 하지만, 주택사업 외의 해외사업이나 국내 틈새시장 등 가능성이 높고 리스크가 적은 사업은 오히려 은행이 든든한 백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30위권 건설사 PF대출잔액 현황 및 재무상황(2011년 1분기 기준, 단위: 십억원) 자료는 신영증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