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교육 선진국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덕성 마비의 현장이 될 것인가?
2011년 상반기 ‘반값 등록금 투쟁’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일명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20대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든 사건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등록금에 대한 반발 뿐만 아니라 프랑스 68혁명처럼 사회적 불만의 배출구로 이번 문제가 기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학금 등록금 논란은 68혁명 같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소용돌이가 아니라 욕망의 표출이라는 계기로만 작용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먼저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등 야4당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은 한국대학생연합 즉 한대련이 주도해 온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에 동참하고 나서는 가운데 이같은 문제 확산과 우려는 동시에 커지고 있다.
◆ 대학 현실 외면하고 매타작 부터?
대학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몰아붙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먼저 부각되고 있다. 등록금이 대학 재정의 70%를 차지하는 한국 대학의 현실상 갑자기 대학 등록금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는 학문 발전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물론 일각에서는 높은 기부금 모금과 거대한 적립금 총액을 자랑하는 세칭 명문 대학들도 있지만, 이들의 경우도 일시에 등록금 관련 압박을 받을 경우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보다 나쁜 대학들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반값 등록금 집회가 연일 이어지면서 정책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
◆ 김진표, 6년 전 등록금 인상 주장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반값 등록금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바로 이 대목에 부각되는 문제다. 정치인들이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내고 어젠다를 선점하는 일은 정당 민주주의 경쟁 구도상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무작정 먼저 이슈를 선점하자는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내놔서는 포퓰리즘 선심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추가감세 철회과 세계잉여금,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성한 서민예산 10조원을 마련, 이를 자금으로 활용하는 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정당들은 대부분 추경예산 편성 즉 별도로 세금을 거둬들이자는 아이디어나 법정 전입금 짜내기 등을 예산 마련안으로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소요 재산 9500억 원 중 5000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민주노동당은 내국세의 10%를 고등교육 재정에 투입하는 안과 사립대에 법정 전입금 납입을 의무화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카드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세금 폭탄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일부 정치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서민 입장을 대변한다는 문제를 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정책 아이디어가 가능한 게 아니냐는 진정성 의심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2005년 교육부총리 시절 현재의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 등록금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05년 교육부총리 시절 대학 등록금 인상을 주장한 바 있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결국, 이번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정치집단에게는 선동과 반격을 위한 최고의 '아이템'으로 활용한 셈이다.
◆ 정치인 자녀 해외 유학, 수면 위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정치인들 중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해외 유학을 보내 서민 정책 실현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어 비난의 봇물이 쏟아지고 있다.
향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오후 반값등록금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9일 미리 발표한 성명에서 “정동영, 권영길 등 무상등록금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경우 자녀들은 고액 등록금을 들여 자녀를 외국에 유학을 보내고는 마치 서민 입장을 대변하는 척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무상 등록금을 주장하려면 국민들의 혈세인 자신들의 세비도, 정당보조금도 마땅히 무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정 의원은 아들을 미국 유학 전력이 있으며 권 의원은 프랑스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인연으로 자제들을 유학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10년 동안 끊임없이 올랐는데(2010년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대학 등록금은 국립, 사립을 막론하고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큰 폭으로 오르다가 이 폭이 MB정권으로의 교체 이후 다소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정치인들이 이 당시에는 이같은 문제에 책임있는 제동을 걸지 못하고 이제 반값 등록금 관리에 나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성명서를 공동 발표한 단체들은 “상고나 공고 등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먼저 사회에 나와서 어렵게 돈을 버는 젊은이들에게 이들이 내는 세금으로 또래의 대학생들 등록금을 부담하라는 이야기야말로 잔인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으나, 전문대를 졸업, 4년제보다 먼저 사회 진출을 해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도 결국 세금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彿 '68세대' 반면교사 삼아야
현재 대학 진학률은 4년제 대학과 각종 전문대를 합쳐 82%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상황에서 대학과 관련없는 소수, 혹은 대학 교육을 먼저 마치는 전문대 출신들에게 4년제 관련 세액 지출을 (사회에 먼저 진출한 죄로) 안고 사회 초년생 시절을 시작하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는 게 이번 반값 등록금 관련 재정 논의의 딜레마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렇게 자신은 서민이 아닌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한다는 프레임을 형성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은 이번 사안은, 재정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교육 입국’이라는 공동선을 위해 ‘폭탄 돌리기’상황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이같은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쏠릴 가능성마저 있다는 기우가 나오는 등 모순점이 없지 않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진지한 계산과 검산을 거듭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68세대'가 산업사회의 인간 소외와 자본주의의 문화행태를 비판하면서 기성 체제를 뒤흔들었지만(5월 혁명) 결국 영속적으로 사회 모순을 해결하는 파워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다시 사회에 흡수된 사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번 반값 등록금 관련 투쟁도 사회 현상으로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질주하는 경우 이슈 내지 해프닝으로 끝나고 관련 논의를 오히려 후퇴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