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우울한 흐름에 영향을 받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 후퇴 현상은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달 경기와 고용지표들이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지표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생산설비 정비 및 교체, 부품조달 차질에 따른 생산조정 등으로 지난 4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대비 1.5% 감소했다. 하지만, 당국은 선행지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회복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광공업 생산은 생산설비 정비 및 교체, 부품조달 차질에 따른 생산조정 등으로 전월대비 1.5% 감소했다. 사진 출처는 기획재정부 ‘경제동향 6월호’. |
다만, 기재부는 유럽 재정위기 지속, 미국의 경제 둔화 가능성 등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소비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목했다.
같은 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월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비슷한 분석을 제시했다. KDI는 “고용 개선 추세가 유지되고 물가 상승세가 높게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 증가세는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한국 경제는 고용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물가 부담의 압박이 세지고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미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요인을 주목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비틀거리면서 세계 경제에 더블딥 먹구름이 끼고, 우리 경제도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던 상황의 종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쌍둥이 적자 모델’ 남 일 아냐
미국과 우리의 사정을 겹쳐서 읽어 보자.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S&P와 무디스, 그리고 피치 등은 미국 경제에 대해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우려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 및 추가 하향 검토도 검토 중이라는 외신도 흘러나온다.
미국 전체 정부(연방+지방)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10.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 총부채는 지난해 말 13조4190억달러로 GDP의 91.6%에 달했다.
이 같은 거대한 부채는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3차 양적 완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더 이상 지출해 빚을 키울 여력이 안 된다는 판단)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 최근 움직임으로 연결된다.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경우도 미국 경제의 속사정과 다르지 않다. 미국 경제는 고용 개선이 없는 개선이라는 달갑잖은 상황을 겪고 있다. 더욱이 미국 소비자들의 연봉 및 노동 시장 정체로 향후 가계수입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CNBC를 통해 2일(현지시간) 나왔다.
우리 경제를 보면 고용은 나아지는 듯 보이나(그린북), 막상 청년 실업률의 체감도는 공식 통계의 4.5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를 통해 발표된 바 있는 ‘체감 청년 실업률 보고서’). 더욱이 물가 부담은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개월만에 소폭 상향 조정, 물가 불안 대응에 나설 정도로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세가 주춤한다는 기재부와 KDI발 뉴스, 또한 GNI 감소세 관련 소식 등은 미국 베이지북 최신호가 “미국 일부 지역 경기가 팽창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과 겹쳐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재정 지출을 억제하자는 다짐이 나오고 있고,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도 정부기관에 준정부기관을 모두 포함하고 대차대조표 상 부채항목을 망라하는 등 OECD 산출 기준에 가깝게 수정해 뽑아 보면 GDP의 76.4%에 근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2009년, ‘규제연구’에 실린 ‘정부부채의 추정: 개념, 쟁점 및 향후과제’ 논문). 겉으로 드러난 발표치만 보며 안심하기에는 높다는 분석인 셈이다.
◆생산성 높이지 않으면 미국 위기 답습
즉, 우리도 물가 문제와 생산성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미국이 경제 침체 상황을 보이는 근래 사정과 유사한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용 관련 지표가 겉으로는 개선되나 고령화 되고 있다는 점, 청년 미취업이 심각하다는 점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들이 생산성 높게 일할 거리를 새로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면 경제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미국 ‘러스트 벨트의 부활’ 조짐으로 입증된 바 있다. 러스트 벨트는 과거 100년간 미국 제조업의 영광의 시대를 구가했던 중심지였지만, 노조의 강세로 결국 기피되며 잊혀졌던 지역. 하지만, 최근에는 높은 경쟁력을 입증함으로써, 제조업체 최고경영자들이 러스트 벨트 지역에 보다 높은 노동비용을 투자해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본다고 평가한다(파이낸셜타임즈 5월 보도).
우선 그 세부적 실천 방안으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중소기업 인적자원 활성화가 제시되고 있다.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과)는 9일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개최한 ‘사회통합과 동반성장 토론회’에서 “IMF 금융위기 이후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대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관심은 미흡했다”며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스트 벨트 부활 케이스에서 보이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 못지 않게, 두 번째로는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전략 산업을 새롭게 준비할 필요도 높아 보인다.
일본의 과거 경제 성장 사례에서는 자동차와 전자, 엔지니어링 등의 발달(미국식 러스트 벨트 부활과 흡사)이 성장 모델의 주요 동력이었으나 이후 이것이 경쟁 과열로 어려움을 다시 겪은 바가 있다. 그러므로 중견 기업 등으로 골고루 제조업 강화를 하는 한편, 금융 등으로 새 인적자원의 역량을 펼 무대를 마련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성장세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구상을 마련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