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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집회, 연예인 ‘꽃놀이패’ 변질 우려

이종엽 기자 기자  2011.06.09 17: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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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집회에 얼굴을 내미는 유명 연예인들의 행태가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된 이 집회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토로하고 토론의 장을 연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일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대안이나 구체적인 정책 뒷받침 구상 없이 무조건적인 등록금 인하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이 겹치고 있다.

특히 이 와중에 연예인까지 개입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반값 등록금 가두 선전전은 정치인에게는 입지를 강화하고 대중적 인기를 모으려는 의도에서, 연예인의 경우에는 특강 및 축제에서 고액 출연료를 받고 이미지 관리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반값 등록금 집회 장면.
◆ 연예인 홍보의 장으로 변질된 집회

실제로 지난달 29일 첫 집회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나왔고 이달 들어 2일 같은 당 안민석 의원, 3일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김선동 의원, 4일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노당 권영길 의원 등이 집회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나마 이 같은 정치인들의 반값 등록금 관련 집회 등장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책무인 ‘여론 수렴’이라는 명분이 있다.

문제는 연예인들이다. 일부 연예인들은 과거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로 열기가 뜨겁던 당시에도 이슈 따라가기 차원에서 돌출 발언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탤런트 김규리씨가 ‘청산가리’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좋은 예다.

선거로 매번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과 달리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 개입해도 대중적으로 평가를 받고 결과에 책임지는 문제에서 일정 부분 비껴서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거나, 정치적 지향을 표시하는 연예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즉시성이 강조되는 트위터 등이 중심이 되는 SNS 세상이 큰 위력을 떨치게 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잘 되면 ‘개념 있는 연예인으로 부각’되고 못 되어도 ‘시간이 약’인 편리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연예인들이 사회 현안에 공인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동참하기 보다는 이슈 선점, 얼굴 알리기라는 일종의 마케팅 관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연예인들에게는 일종의 ‘홍보의 블루오션’이 열린 셈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대학 축제서 높은 수입 올리고, 대학 등록금으로 개념 인증?

더욱이 김제동, 윤도현 등 유명 연예인은 매번 대학 축제나 특강을 통해 행사 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지적은 이런 상황이 모순이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런 예산은 모두 대학의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결국 등록금의 인상 부담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숭실대에서 ‘호화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이 불거지는 등, 이런 문제 의식은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등록금 시위에 얼굴을 드러낸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가수 박혜경씨, MC로 유명한 김제동씨 등이 두드러진다. 유명가수 윤도현씨는 오는 15일쯤 등록금 투쟁 지지 콘서트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문제는 윤도현이나 김제동 등은 대학의 축제나 특강에 나서면 적지 않은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반값 등록금 집회가 소위 ‘고객 관리’차원에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이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이나 사실상 대학생 관련 행사에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고객관리 성격이 없지 않다는 비판이 따라붙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김제동의 경우 지난해부터 금년까지 활동 현황을 보면, 이화여대와 영남대, 세종대, 경희대 등 여러 곳의 축제와 강연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윤도현 밴드도 연세대, 한양대, 고려대 등 다채로운 무대의 신입생 환영 콘서트, 축제 등을 장식하고 있다.

학생회 등의 행사지원에 이들이 출연하고 특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찌 본다면 학생들이 내야 할 등록금에서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일부 대학 학생회 간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비약하자면, 등록금 인상을 실질적으로 부채질하는 계층에서 반값 등록금 관련 투쟁에 얼굴을 내밀어 ‘우군’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아이러니’가 형성돼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발언을 해 얼굴도장을 찍고 다시 이 같은 평판을 확대 재생산한 다음에 이를 초청 근거로 이용하는 것으로 못 볼 것도 아니다. 마케팅 논란이 불편하지만 끊이지 않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 학생회 강성 경향에 순교자적 이미지 ‘오버랩’

이런 사정은 현재 학생회가 강성 운동권으로 재편성되고 있는 대학가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이 같은 분위기가 이들 연예인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연말에 구성된 2011학년도 대학 총학생회 구성 경향을 살펴보면, 경희대, 고려대나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이른바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의 총학생회가 운동권 중심으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근래 몇 년 사이에 일명 비권이 주류를 편성했던 경향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며, 이들의 대학 목록은 김제동이나 윤도현 밴드가 초빙된 축제나 특강이 개설된 학교들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또한 이들 대학은 이번에 ‘동맹휴학’ 카드를 꺼내들고 당국을 압박 중인 대학들의 면면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순수한 의도의 집회가 점차 정치화 및 일부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대학생들이 지난 성장주의 세대(일본식으로는 ‘단카이 세대’)와 민주화 운동에 열을 올렸다는 자부심을 공유하는 386세대에 대해 “우리는 대학에 올 때부터 고생하고 있다”는 88만원 세대 정서를 내뿜으며 갈등을 빚는 사정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런 사정에 윤도현 밴드나 김제동은 MB정권 시기에 방송에서 퇴출되는 등 고통받고 있다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이런 사정에서 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상황’에 얼굴을 내밀고 ‘같은 편’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자신들을 아끼고 열광해주는 주요 시장에서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를 관리하는 점에서 전혀 손해 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 같은 문제는 이념적 잣대로 정색을 하고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보수라고 이 문제에 무조건 찬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막상 그렇다 해도 찬성이라고 대대적으로 공표하기도 분위기상 어렵다), 비판을 받을 소지도 적다고 하겠다.

어찌 보면 광우병 관련 촛불 정국에서 소신 발언을 다소 위험하고 무책임하게 ‘내질렀던’ 연예인들보다도 영악한 셈법을 이들 연예인들은 본의 아니게 직면하고 있고, 또 이를 적절히 자신에게 아전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 문제 본질은 국민들이 이해하고 이를 정치권에서 재원 마련을 위한 각종 대책을 준비하는 ‘정상적’인 수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일방적 감성 호소와 이를 일부 정치세력이 준동하는 정권 비판으로 몰고 가는 ‘비정상적’인 방법의 어리석음에 경계가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