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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절상 부담…수출기업 '괴로운 하반기'

[심층진단] 원자재·물가안정 환율안정운용 정책과제 시급

노현승 기자 기자  2011.06.07 12: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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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화살표가 줄곧 아래 쪽을 향하고 있다. 지난 1년새 꾸준히 하락해 온 원·달러 환율은 7일 아침 9시40분 현재 10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업계가 '손익분기점'이라고 주장해온 선을 이미 깬 셈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위안화에 이어 한국도 원화가치 절상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등 환율 흐름이 더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29일 콜린스 미 재무부 차관보는 "한국은 환율관리에 유연하게 접근해서, 원화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원화절상의 이유를 거론했다. 또한 5월27일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원화 절상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미국이 원화 절상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하는 등 '환율 전쟁'에서 한발 비껴서 있던 우리 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절상, 다시 말하면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다. 원화절상이 이루어진다면 1차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수출 중심 기업이다. 같은 상품을 수출하더라도 상품에 대한 달러 표시는 상승하기 때문에 이는 영업 이익 산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미국에 1만원짜리 컴퓨터 주변기기인 마우스를 수출한다고 가정하면, 1달러가 1000원일 때 10달러로 표시하지만 1달러가 800원으로 감소한다면 같은 마우스임에도 불구하고 12.50달러가 된다. 결국 이 업체는 수출 경쟁력을 잃거나, 손실을 감수하며 수출을 지속해야 한다.

◆손익분기점 환율 1081.8원 상반기 '간당간당'
 
국제무역협회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기업이 수출채산성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은 1151.4원, 수출마진이 0이 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081.8원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적정 환율은 각각 1136.8원, 1154.2원으로 나타나 현재 환율 수준은 이미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7일 오전 9시40분 현재 1080.0원). 손익분기점 환율 역시 대기업이 1067.9원, 중소기업이 1084.5원으로 응답해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마진은 한계상황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별 환율조사 결과, 1067~1084원선이 깨지면 손익분기점의 기로에 서는 등 원·달러 환율 변동에 수출기업들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무역협회 '최근 환율 동향 및 2011년 수출업계 환율 영향 조사'에서 인용.

또한, 2011년 수출기업의 사업계획 환율은 1122원으로 조사돼 올해 사업계획 환율인 1122원 수준보다 하락할 경우 중소기업의 사업계획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재의 환율 동향은 이같은 우려 수준에 이미 도달했거나 도달하기 직전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환율 흐름이 안정되지 않으면 명목상 수출이 지속되더라도 손에 쥐는 게 없는 공회전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축재정 영향…수출전망 어두워

이런 상황에 경제 성장과 수출 전망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4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5% 감소하는 등 둔화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하고, 이는 중국 긴축경제에 따른 수요 둔화, 규모9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공급망 피해 등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재고 조정과 자동차 등 일부 산업 설비 시설의 유지·보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특히 HSBC는 "4월 산업생산 둔화는 일본 공급망 피해뿐 아니라 선진국 경기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재고 조정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선진국의 재정긴축 조치가 임박한 점은 한국 경제 성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래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3%로 낮췄다.

재정의 긴축 전망과 세계 경제 성장률의 햐향 조정은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정책 만료가 이달말로 임박했고, 유로존과 일본은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시아 경제권 힘 얻기 어려워

이 같은 상황에서 동아시아 단일 경제권 설립을 활로로 찾으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일고 있다. 동아시아의 높은 경제 성장 가능성과 시장 규모를 배경으로 삼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가 단일 단위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각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역내 FTA 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단일 통화 추진 등으로 외환 변동성에 대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당장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제주포럼' 기조 연설에서 "번영의 동아시아를 위해 역내 국가들의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역내 경제 통합' 문제를 언급했다. 이 같은 역내 FTA 확대 문제 외에 한 발 더 나아가 지역통화 도입을 통한 동아시아 협력을 논의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UC버클리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앞으로 국제통화체제는 미국 달러화·유로화·중국 위안화로 대표되는 다국적 기축통화시스템으로 개편될 것"으로 내다보며 "이는 한국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일 니어재단의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본 히토쓰바시대 오가와 에이지 교수는 원화가 독자 생존을 추진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역 통화에 통합되는 게 낫다고 전망하면서도 한·중·일 3개국은 유로 지역과 달리 단일 통화를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재정위기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들은 단일 통화권으로 들어가는 게 능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내외 악재 속에 지역 경제공동체 건설은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의 환율 문제는 우리 혼자의 힘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 △원자재가·물가 안정(58.5%) △안정적 환율 운용(37.9%) △중소기업 지원 강화(34.8%) △저금리 기조 유지(17.1%) △수출기업 지원 강화(11.4%) 등이 꼽히는 것(5월 상공회의소 발표 설문조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