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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더블딥 우려…국내증시 6월에도 조정?

소프트 패치 vs 더블딥 논란 확산…‘해외발 악재 겹치나’ 불안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6.02 16: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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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호조세를 이어오던 미국의 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졌다는 것이 확인됐고 당분간 주택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해 더블딥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제에 보다 직접적인 고용·제조업관련 지표도 악화되면서 미국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도 유로존 불안이 희석되기도 전에 또 다른 해외발 악재가 겹치면서 크게 출렁거렸다.

최근 독일이 그리스 채무조정을 포기하고 추가지원에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유럽재정위기 우려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한숨 돌렸던 국내 증시에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진통을 겪자 최근 순매수로 전환했던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전환해 6월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미국 경제지표의 급격한 악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아직까진 미국 경기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며 따라서 국내 증시 하락은 단기에 그치고 오히려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미국 정부의 세제지원에 힘입은 반짝 회복세 이후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더블딥을 맞게 될 것이며 국내 증시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용지표, 美 경제 향방 결정할 가늠자

안심하고 있던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바닥을 찍었다고 분석됐던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면서다. 미국 주요 대도시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S&P 케이스·실러 국가주택가격지수는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4.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S&P지수위원회 데이비드 블리처 의장은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국가 전체적으로 주택가격이 더블딥에 빠진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에서 더블딥 우려와 관련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들은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빨리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진은 포럼 개최 당시 그린스펀의 화상기조연설 장면.
주택시장보다 더 큰 관건은 미국 경제에 보다 직접적인 제조업 경기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의 위축이 완만한 소프트 패치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고용 및 투자 악화에 의한 악순환 침체로 확대될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향후 경기 방향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조업 둔화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지난 5월 ISM 제조업지수는 고유가로 인한 기업부문의 경기기대심리 불안 및 일부 자동차산업의 생산 차질, 악천후 등이 겹치면서 시장예상(57.0)을 대폭 하회한 53.5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대비 6.9포인트 급락한 것이고 지난 2009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모두 미국 자동차산업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산 부품조달 문제로 1분기 생산이 10% 이상 떨어진 게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5월 미국 ISM 제조업지수의 급락세 반전은 2분기 들어서의 미국경제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5월 ADP 민간고용 부진과 같이 취업자마저 급격히 악화될 경우 2분기 이후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경제 위축 일시적 현상, 국내증시 하락 ‘제한적’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보다는 소프트패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경기의 위축이 완만한 소프트패치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고용 및 투자 악화에 의한 악순환 침체로 확대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2분기 중 미국경제의 위축에는 상당부분 일회성 마찰적 요인이 작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마찰적 요인도 하반기에는 해소되고 있어 소프트 패치 국면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재차 형성되기 전까지는 눈높이를 낮추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미국 경기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에 따른 일정 수준의 하향조정과 함께 실망감 또는 공포감 확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경제연구소 나중혁 책임연구원은 “일단 주택경기 악화는 달러 약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 서비스업 지수가 좋아지는 상충 효과가 있어 미국 정부가 일부 용인한 것으로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유로존 악재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나 국내에 들어온 유럽계 자금이 재정리스크로 자국으로 빠지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우수한 국내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6월 국내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증시가 5월 큰 변동성을 지나 새로운 악재를 맞이했으나 글로벌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하락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추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도 이번 미국 경제지표 악화와 유로존 악재가 국내 증시의 추가하락을 견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미국 국채가 3%를 하회한 2.96%를 기록했는데 이 수준에서 머물러 준다면 오히려 위험자산 선호심리 쪽으로 기울 것”이라며 “2차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면서 유동성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엔화강세가 일단락되고 있고 엔케리트레이드 재개 신호도 나오고 있어 유동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이지 않아 약세장은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