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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KB 자사주 정리 난항

국민은행 보유 KB금융지주 주식 ‘블록세일’ 형식으로 판다할 때…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5.31 14: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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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관계법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국민은행이 갖고 있는 KB금융지주 주식 9.05%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록 세일 형식으로 팔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국민은행이 매각을 한 다음 KB금융이 배당 형태로 지급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인수자금으로 쓰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덧붙이고 있다. 약 2조원 정도의 자금에, 이미 갖고 있는 내부 유보금 3조원을 합하면 총 5조원 가량의 현금유동성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금융 매각 추진 상황에 이 자금의 조달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

하지만 무조건 빨리 파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현재 KB금융의 주가는 5만원대 초반,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매입한 단가(5만7200원)를 10% 이상 밑돌아 지금 팔면 그만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정리‘하면’ 가격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예컨대, 토러스증권 분석), 빠른 시일 내에 자사주 처리에 유리하게 가격이 다시 오르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초 팔았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는 것.

매각 시점 실기

KB금융 주가 흐름을 보면, 2008년 매입 단가를 충족하는 가격대가 충족됐던 흐름을 보인 구간(종가 기준)은 2010년 12월 중순부터 2011년 2월 하순 정도의 기간이다.
   
오는 9월까지 국민은행이 자사주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가 흐름 때문에 손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자사주 취득분을 3년 내 처리해야 하는데 그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손해없이 팔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2010년말과 2011년초에 자사주 매각의 절차를 매듭지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 주가가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인 것은 PF 문제 등과 관련한 은행주 전반에 대한 불신과 KB금융의 지난해 실적 등에 원인이 있다.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졌고,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냐는 문제로 은행주가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 스스로가 PF와 관련한 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할 무렵에 부지런히 자사주 정리 협상을 진행, 매듭을 지었다면, 흑자는 몰라도 본전 정도로 자사주를 넘기는 데 성공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또 지난 2010년 실적이 안 좋았던 것도 미리 염두에 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10년 실적이 전년 대비 83.6% 급감한 요인은 △카자흐스탄 BCC 투자 여파 △부동산 대출 부실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희망퇴직에 따른 판관비 부담 등이다. 이 중 대부분은 예견이 가능했거나(직원 명예퇴직 추진 등), 의욕적으로 추진(KB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벽보에서 대손충당금을 과도하게 쌓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은행의 2~3배에 달하는 3조원대 충당금을 쌓은 것”을 업적 쌓기용 사전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한 바이므로, 향후 주가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전망, 자사주 매각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피로감, 9월 시한 전 ‘영업능력 과시’ 어려울 수도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주가를 다시 한 번 부양하고, 블록 세일 상대방이 될 투자자들에게 보다 높은 매력도를 선보일 방법은 KB금융의 마진 상승이나 건전성 개선, 영업력 강화 등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1분기 실적이 나온 이후의 주가 흐름을 보면, 드라마틱한 모습을 연출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채찍질을 더 가해 더욱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다.

직원들은 이미 각종 개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향상추진본부 배치 연장 겁토 조치, 방카슈랑스 판매 독려 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개혁 이슈를 꺼내 모텐텀을 받았을 때(연말) 자사주를 정리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나오는 이유다.

어떤 형태로든 개혁과 군살 빼기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창출 능력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볼 때 KB의 갈 길은 아직 멀기 때문이다. KB금융은 4년 전 7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당시에는 자본이 14조~15조원로 ROE가 18% 수준이었으나, 이후 이익 흐름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본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금년 1분기말 자본은 21조원(2011년 3분기까지 완료되어야 하는 자사주 2조원 매각 가정 시 약 23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자본이 크게 증가한 상황은 이익 회복에도 불구하고 2011년 ROE를 11% 수준에 머무르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NH투자증권 4월말 보고서). 하지만 이 개혁 추진 초입 과정에서 자사주 매각손이 크게 발생할 경우, 개혁 좌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