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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⑦] 강정환의 통(通)통(通)튀는 세상

과거와 소통하기

강정환 대표 기자  2011.05.31 09: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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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과거를 알아야 현재가 보인다. 우리네 삶은 오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집안 내력과 지역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도 나와 별개의 일이 아니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명문가와 지역출신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도봉산 앞자락에서 벌써 17년 넘게 살아왔다. 도봉산 입구에 들어서서 매표소를 지나면 왼편 큰 바위 위에 “도봉동문(道峯洞門)”이라고 우암 송시열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또 5분여 더 걸어가면 오른쪽에 도봉서원이 있다. 조선시대 조광조과 송시열 두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조광조선생을 배향했던 도봉서원을 우암 송시열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세기 중후반 조선사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강력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하려는 시대요구에 부응했던 인물이 바로 우암 송시열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암 송시열 행적과 조선 사림파의 계보에 대한 기초적 이해마저 부족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350년전 이 지역을 자주 드나들었던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망각한 채 여전히 바빴다고 핑계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자기 뿌리도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조선 역사책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봉산이 공기 좋고 산세가 좋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도봉산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소통은 상대와 만나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이다. 전화나 이메일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 20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헬릿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에 부단히 상호작용하는 과정이고,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현재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거를 살았던 조상과 지역 인물과의 소통, 즉 과거와의 소통도 그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지배하의 36년, 해방 후 한국전쟁, 그리고 의식주해결을 위한 경제적 자립,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과거와 소통할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조선을 일본에 빼앗긴지 만 100년이 흘렀다. 이제 나라를 잃게 된 시대적 상황과 그 당시 지식인의 처신을 따져 보아야 하지 않을까.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지러웠던 조선시대말 지식인들의 다양한 처신을 챙겨보아
   
통통 강정환 대표
야 한다. 개화라는 명분으로 친일의 경계에 서 있었던 인물, 나라를 되찾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한 채 만주 등 해외로 망명했던 분, 위정척사의 기치아래 의병활동을 통해 죽음도 불사했던 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의 조상은 그 당시 무엇을 하셨고, 우리 지역에 살았던 선배들은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듯 과거와 소통하기 위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과거에 살았던 인물의 시대적 배경과 환경을 숙지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통방식도 상대방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다 다르듯 역사를 보는 관점 역시 다양하다. 여러 관점에서 과거를 볼 수 있다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부터 내 지역의 과거와 소통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