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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상금 상향’ 격려 수준에서 그쳐야

이철현 기자 기자  2011.05.27 15: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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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남부발전에 이어 올해에도 공기업의 포상금 상향조정 소식을 접했다. SH공사가 포상금의 규모를 대폭 올리면서 투명한 공기업의 모습을 선언, 대대적인 홍보로 이 같은 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SH공사는 지난달 22일 기존 2000만원에서 무려 10배인 2억원으로 포상금의 규모를 크게 늘렸다. 공기업으로의 청렴한 이미지가 훼손, 이를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차원에서의 강력한 의지라는 것이 SH공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SH공사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에서 매우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당연히 이 같은 판정에 만족할 수는 있는 기업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공기업들은 기업의 깨끗한 이미지를 판가름 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조치인가. 급한 불 끄고 보자는 식으로 이 같은 대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 이런 단세포적인 발상이 공기업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두 공기업의 이 같은 사례가 향후 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소한 너도나도 올리는 그런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회사가 그 만큼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상금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청렴을 강조하고 있지 않는 것인가. 어떻게 모든 것을 단순히 돈의 규모로 표현하려는 것일까.

내부 직원과의 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비리를 용기 있게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신고한 직원에 대해 포상하고 격려하는 것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매우 합당한 조치다. 하지만 이를 포상하고 격려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대박의 꿈을 안겨주는 수준에 도달하면 이는 로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남부발전은 포상금을 최고 20억원으로 올려 이를 현실화 했다. 단순 포상금의 규모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포상금 규모로 본다면 남부발전 만큼 청렴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기업이 또 있을까.

굳이 포상금을 인상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내부적으로 방침만 정하고 진정 용기를 가지고 내부 비리를 신고한 자에게 포상할 때 이 같은 금액을 밝혀도 충분하다.

포상금의 규모로 청렴 의지를 밝히고 있는 공기업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잘못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