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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진 구본무 LG회장…계열사 실적 어땠길래

심상찮은 임원 기강잡기…“미래 못 보면 낙오” 현장경영 강화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5.26 16: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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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LG그룹 계열사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룹 오너의 현장 추스르기가 예년에 비해 강화되고 있는데 따른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이 이렇듯 몸소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고객 가치를 높인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그룹 계열사들의 부진을 끌어올리기 위한 질타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 5월17일 이례적으로 정기 임원 세미나를 열고 임원들의 기강을 다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기대되는 자연스러운 이유다. 내용을 살펴봤다.

구본무 회장이 올 들어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예정에도 없던 임원세미나를 개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
구 회장은 지난 17일 임원세미나를 개최했다. LG는 1년에 네 차례 정기 임원세미나를 가져왔지만 이번 5월에 임원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통상 그룹은 1월 신년하례식과 3·7·10월 정기 임원세미나를 열었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이날 전 계열사 임원 및 사장을 소집하고 기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 몇몇 계열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이유로, 조직의 느슨함을 옥죄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룹은 이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각 계열사들의 실적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구 회장이 고삐를 틀어 쥔 직접적인 원인이 어디서부터 촉발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계열 대부분 1분기 기대 못 미쳐

실제로, LG그룹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올 1분기 기대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반면, LG전자,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는 예상치를 밑돌았으며, 비상장 계열사도 서브원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예상을 하회했다.

LG전자는 TV와 휴대폰 부문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0.5% 줄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HE사업부가 흑자로 반전했고, MC사업본부도 적자폭을 대폭 줄이며 턴어라운드를 재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무선 매출 감소와 유선 가입자 증가 둔화 등 예상보다 미흡했지만 우려가 컸던 스마트폰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G하우시스도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모양새다.

LG생명과학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2분기 이후에도 매출 성장은 지속되지만 마진 낮은 사업비중 확대와 연구개발(R&D) 비용 급증으로 연간 수익이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비상장사의 경우 그룹은 서비원을 제외하면 실적이 예상을 하회했다. 하지만 2분기 개선의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구 회장 필두 하반기 그룹 변모 기대

이러한 가운데 구 회장의 최근 행보가 올 하반기 LG그룹을 기대하게끔 만들고 있다. 구 회장의 행보가 보다 강화된데 따른 기대치가 반영된 셈이다.

구 회장의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사업현장 방문 횟수는 총 13회로, 이는 지난해 5회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동거리만 따져도 2000km 이상이 될 정도다.

구 회장은 올 들어 “경영자들이 현안에만 신경 쓴다면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략하게 될 것이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미래준비’를 지속 강조했다. 그룹의 미래준비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게 구 회장의 의중이다.

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차세대 성장엔진 사업장 방문 5회, 부품·소재 사업장 방문 4회, R&D현장 방문 3회, 디자인현장 방문 1회 등 LG의 미래준비 현장을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R&D와 디자인경영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해 그룹의 미래 R&D전략에 대해 점검하며 “단기간에 사업화될 제품을 위한 R&D뿐 아니라, 5, 10년 뒤를 내다보고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 R&D활동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LG 경쟁력의 근간인 R&D활동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경영간담회’에서 “디자인이 고객가치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LG의 올해 디자인 전략에 대해 점검했으며, 전시관에서 휴대폰, TV, 생활가전 등 3개 분야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각 분야 디자인 연구소장들로부터 구체적인 디자인 전략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른 계열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그룹의 오너십이 어떠한 목표점과 공감대를 만들어낼지 올 하반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