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보금자리와 전세시장…불안한 역학관계

[심층진단] 보금자리 당첨자, 입주까지 무주택 유지 현상…전세 수급 비상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5.26 08:58: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보금자리주택 청약대기 수요로 인해 전세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민을 위해 주변 시세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되레 서민 주거 악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서울지역 전셋값은 보금자리 시범지구가 처음 지정된 지난 2009년 5월보다 12.30%나 올랐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조사한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6% 상승했다.  지난 2002년 10월 14.5%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 보금자리 사전예약에서 입주까지 예정된 기간이 최고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시장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이어지면서 전세수요가 증가,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보금자리 청약대기수요와 당첨자들은 입주 때까지 무주택세대주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들이 전세로 눌러 앉을 수밖에 없게 되자 서민 주거 악화의 직격탄격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역대 최고 입지로 평가받고 있는 5차보금자리 역시 공급을 앞두고 있어 서민 주거 안정에 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 가계부채 ‘빨간불’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증가, 가계부채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이 물가는 물론 가계부채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6%로 상승하면서 20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률은 지난 2월 10%대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3%를 넘어섰다. 전세 계약 주기인 2년 전 대비 상승률도 23.3%로 2003년 6월 23.8% 이후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판매신용과 주택담보대출 등이 감소하면서 가계빛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1분기 가계부채(잔액기준)는 80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감소했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 여파로 인해 전세자금 대출수요가 증가,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신용대출로 이뤄지는 전세자금 대출 증가는 가계부채 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9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2년간 신규 전세자금 보증액은 11조7334억원으로 2007년 5월~2009년 4월의 6조8253억원에 비해 71.9%(4조9081억원) 급증했다.

최근 2년간 전세자금 보증액 공급 건수는 45만3000건으로 2007년 5월 이후 2년간에 비해 43.1%(13만6472건) 늘었다.

◆보금자리 안착 “실제론 먼 이야기”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 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부터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 앉은 수요자가 증가한 까닭이다.

여기에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전세시장으로 몰리는 대기수요가 증가했고, 고질적인 전세난이 시작됐다. 특히 최근에는 보금자리의 사전예약에서부터 입주까지의 기간이 최대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사전접수를 받은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이후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4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5차보금자리주택 위치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부터 사전예약 접수를 받은 보금자리주택 1차, 위례신도시, 2차, 3차지구의 본청약 및 입주일정을 분석한 결과, 사전예약 이후 입주까지 예정된 기간은 2년11개월~5년2개월로 조사됐다. (총 48개  단지 평균 4년1개월) 또 사전예약이후 본청약은 1년3개월~3년5개월, 본청약 이후 입주는 7개월~3년1개월로 지구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문제는 보금자리에 청약 하려는 수요자와 이미 당첨된 수요자들이 최대 5년 이상 무주택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5차보금자리 공급도 예정돼 있어 최근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보금자리 청약대기수요와 이미 당첨된 당첨자들도 입주까지는 무조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특히 사전예약 이후 본청약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입주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입주예정자들이 내집마련, 거주, 이주계획을 마련하는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하락, 보금자리 수요 증가, 입주 지연 등으로 발생한 전세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변창흠 전임교수는 “정부나 일각에서 보고 있듯이 보금자리 공급이나 주택가격이 안 올라서 매매수요가 전세로 눌러 앉는 바람에 전셋값이 올랐다고만 볼 게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 확충과 일부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비중을 높이는 대안책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