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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월세시장에 일본인들 왜이리 많지?

[심층진단] 대지진 70일…신촌 평균월세 60만원↑ “신주쿠 월세 절반”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5.24 09: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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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70여일이 지난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일본인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본열도의 크고 작은 여진과 방사능 유출 등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지진 발생이 낮은 우리나라로 일본인의 발길이 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대학가의 월세를 찾는 일본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젊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월세시장을 찾고 있는 독특한 현상을 살펴봤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로 입국하는 외국인들 중 일본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3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일본인은 68만3174명으로 전년 동기(74만3273명) 대비 약 92% 크게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 2007년(221만5611명)부터 점차 증가하기 시작, 지난해 300만4066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대학가 주변 월세시장에 일본인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 다세대 주택. 

더욱이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임시거처를 마련하려는 일본인, 한국에 지사를 둔 일본 주재원, 유학생 등으로부터 우리나라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일본인들의 시각이다.

한국에서 2년째 일본인을 상대로 부동산을 알선하는 서울헤야나비(서울 부동산정보회사) 다나카 마사미치 대표는 “일본 지진이 이후 송도국제도시, 남양주 별내신도시에서 임대주택과 투자를 목적으로 한 일본인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단기로 머물 수 있는 월세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참사 후 서둘러 한국행

5월 중순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은 많지 않다. 일본과 맺은 자매결연 대학교가 3개월 주기로 교환학생을 받는 데다 일본 주재원들의 인사발령 시기도 3~4월경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지진이 발생하면서 한국에 머물던 일본 동북부 출신들은 고향행을 택하기도 했다.

일본지진 발생 이후 일본에서 한국행을 서두르는 일본인도 나타나고 있다. 초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킨 지진 여파로 인해 한국행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경에 한국에 오기로 돼 있던 일본 주재원 다카타 류타(가명)씨는 지난 3월 초 지진 발생 이후 일정을 한 달 정도 앞당겼다.

류타씨는 “한국 지사에 발령 때까지 시간이 다소 남았었지만, 계속되는 지진 공포감 때문에 일정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최고 선호지역은 ‘신촌’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집’이다. 이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신촌, 이대, 경희대, 서울대학교 인근. 일본인 대부분이 단기 관광객이나 길게는 2~3년 체류하는 교환학생 등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학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안착하기 위한 주거형태로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체류기간이 2~3년 정도가 대부분인 일본 직장인, 교환학생 등도 통상 2년 주기로 돌아가는 전세가 아닌 월세를 고집하고 있다.

물론 최근 서울지역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일본인들에게 전세자금 마련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일본인들은 자국과 다른 우리나라 전세문화를 받아들이기 다소 힘들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전세문화가 없고 월세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월세도 우리나라 전세처럼 평균 2년 동안 거주해야한다는 것. 특히 계약 과정 시 임차인의 신용 보증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연봉, 직업, 근속년수 등의 검사를 통한 후에 계약이 체결된다. 상호간 신용을 검사함으로써 무차별한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서다. 

또 월세 보증금 대신 보통 삼 개월 치 월셋값을 먼저 내야하며, 이 돈은 계약만료 시점에 계약자에게 상환되는 것이 아닌 향후 집 수리비로 쓰이게 된다. 월세 중간에 계약 해지를 원할 시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개업소에 중개료만 물면 되지만, 일본의 경우 위약금으로 두 달 치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마사미치 대표는 “한국 전세는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2년동안 집주인에게 큰돈을 맡겨야 하는데 중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예측 할 수 없고, 전세 경험자들의 피해사례 등도 익히 알고 있어 전세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특히 중간에 계약 해지했을 때 내야하는 위약금이 일본처럼 부담스럽지 않아 일본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월세, 일본인 ‘안성맞춤’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인 신촌에서 월세를 얻고자 하는 일본인들이 찾는 물건은  보증금 평균 1000만원에 월 50~60만원 수준. 월세를 제외하고 관리비, 인터넷 및 TV수신료 등 별도로 부담하면 한 달 평균 6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하는 셈이다.

달랑 방 한 칸에 60만원이상을 내고 살아야하지만, 일본인들의 월셋집에 대한 문의는 늘고 있다. 신촌지역 월셋값이 일본 번화가 지역 평균 월세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 신주쿠에서 온 야나세 아야(가명)씨는 “한국 월세는 일본(신주쿠)의 반값 수준밖에 되지 않아 싸게 느껴진다”며 “특히 학교와도 가깝고, 계약해지나 이사 과정도 까다롭지 않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월세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신주쿠 도심지역의 월셋방의 경우, 10평기준 8만~10만엔 수준이다. 10평짜리 원룸이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마사미치 대표는 “지금도 일본에서 6월경에 한국에 오려는 사람들의 월세문의가 많다”며 “일본 지진 피해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6월부터 수요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