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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유한·종근당 名家(명가)의 고전

천승현기자 기자  2006.11.13 06: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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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절 제약산업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 큰 힘을 보탰던 전통의 명가 유한양행과 종근당. 두 회사가 최근 닮은 꼴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치열한 경쟁구도하에서도 유한은 동아제약에 이어 꿋꿋이 부동의 2위를 지켜왔으며, 종근당은 의약분업 이후 주춤해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최근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위권으로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두 회사가 받은 지난 3분기 성적표는 명성에 비해 실망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유한은 생동성조작의 충격의 여파로 전년에 비해 13%대의 매출감소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에서는 무려 7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급기야 올해 업계 2위는 커녕 대웅의 추격에 3위 수성도 위태해 보인다.

종근당 역시 최근 무리한 영업전략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예상보다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 급성장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두 회사의 부진은 각각의 색깔 찾기에서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인 동아는 박카스 전문회사에서 신약 및 전문의약품 분야의 선전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고 한미는 국내 대표 제네릭회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이다. 대웅 역시 오리지널 제품의 급성장으로 오히려 목표매출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한과 종근당은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명성과는 달리 급변하는 업계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확연하지 않는 것.

우선 회사를 이끌어 갈만한 대형품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유한은 2년 전 콘택 600의 시장퇴출에 이어 최근 생동성조작으로 인한 주력제품의 시장퇴출로 오히려 대형품목이 감소하고 있다.

종근당 역시 애니디핀을 비롯한 신진 제네릭제품에 심혈을 기우는 모습이지만 노력과는 달리 아모디핀과 같은 대형품목의 탄생이 목도하지 않은 실정이다.

두 회사 모두 영업력 보강으로 제네릭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오히려 어정쩡하게 다른 회사를 따라하다가 외형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기존의 좋은 이미지마저 퇴색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하지만 두 회사의 부진이 오래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상황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두 회사 모두 언제든 치고 올라갈 저력은 있다"고 분석했다.

유한은 원료의약품의 선전 및 신약 레바넥스의 출시 등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으며, 종근당은 내실다지기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레비트라의 코마케팅 및 영업력 강화로 다시 한번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함께 한 두 회사의 부진은 결코 전체 제약산업과 경쟁사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과거 제약계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듯이 두 명가가 빠른 시일내 부진을 털고 회사 뿐만 아니라 제약산업의 부흥에 견인차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기사제공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