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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패지기 직면한 동양·오리온…3세경영은?

[기획연재]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③동양․오리온그룹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5.19 15: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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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놓인 국내기업들은 저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기업의 지속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동력’을 쉼 없이 가동시켜야만 한다. 시대흐름을 방관했다간 자칫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기 십상인 시대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든 탓을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스타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잡고 있는 재계 3‧4세들은 대부분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창의적인 경영스타일로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들도 있다. 본지는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 시리즈를 연재, 대기업집단의 내일을 진단한다. 세 번째로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을 조명한다.

동양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두 사위로 승승장구를 이어온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최근 성패지기(成敗之機)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동양메이저의 재무안정성 불안 극복이란 현안을,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를 통한 수십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이란 악재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들 그룹의 향후 3세경영을 예측한다면 현재는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거울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아직은 젊은 오너가의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 중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빗대는 시선도 있다.

◆동양 재무구조개선에 3세 움직임 기대

동양그룹이 최근 투기등급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동양메이저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동양메이저는 단기 기업어음 차환과 유동성에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의 풋옵션이 올 하반기에 도래해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회사채 상환기일도 오는 2013년 5월4일이다. 앞서, 지난해 자본잠식을 보인 동양메이저는 현재 신용등급 BB+로 투기등급으로 구분됐지만, 무상감자와 함께 지난 3월 300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 밖에도 동양그룹은 지난해 11월 동양생명 지분 매각으로 9000억원을 확보, 동양메이저의 유휴자산 매각 및 활용 등 강도 높은 재무구조개선 조치를 발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사업 부진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재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4남매 그룹 주요자리 위치

이는 동양그룹 3세경영의 향후 오너십 발휘를 기대하게 만든다. ‘설탕왕’ 고 이양구 회장이 그룹의 전신인 동양시멘트를 시작으로 그룹을 키웠고, 현재현 회장이 금융계열 사업을 성장시키며 그룹의 이미지 창출을 주도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3세경영이 향후 어떠한 오너십을 발휘할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 3세경영은 현재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위치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분구조 또는 기업 내 핵심 계열사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선, 잘 알려졌듯이 외아들 현승담 동양종합금융증권 부장은 실직적인 지주사인 동양메이저의 최대주주인 동양레저에 대해 20%의 지분을 보유, 아버지 현 회장과 함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에 대해 올 1분기말 현재 44.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 부장은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향후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살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바꿔 말하면 동양메이저 등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은 현 부장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장자승계의 전조로 풀이하고 있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좌)과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우)이 최근 성패지기(成敗之機)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3세경영에 자연스레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장녀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도 그룹 내 신성장동력에 집중해왔다. 

현 상무는 그동안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를 통해 해외진출을 노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 입찰에서 탈락을 하며 이러한 계획이 일순간 물거품이 돼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이란계 엔텍합그룹의 인수가 사실상 실패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현재 차순위 일렉트로룩스와 매각협상 또는 재매각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현 상무의 계획은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눈여겨볼 대목도 있다. 셋째 경담씨와 넷째 행담씨의 향후 신사업 집중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룹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대해 3세들은 어머니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을 제외하고 지난 1월 기준 14.27%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 보유 중이다.

MRO는 현재 주요 그룹에서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업으로, 기업의 물량 몰아주기로 급성장을 이룰 수 있고, 비상장의 경우에는 상장 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어 3세경영의 안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담, 승담씨가 현재 그룹과 주요 계열사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들 경담씨와 행담씨의 향후 그룹 내 영향력은 언니, 오빠와는 또 다른 색깔을 창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리하면, 승담씨가 그룹 전반을 아우르고, 정담씨가 신규사업을 통한 해외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경담씨와 행담씨가 그룹 내 MRO 사업을 통한 그룹 힘 실어주기가 가능한 셈이다.

◆오리온 비자금 의혹, 후계구도 등 해석 가능

현 회장의 아랫동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최근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검찰이 성북동 자택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담 회장과 이화경 사장 부부는 계열사를 통해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배임·횡령)로 구속 기소된 조경민 그룹 전략담당사장이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조 사장은 부동산 이중 매매를 통한 비자금 40억원 조성과 위장 계열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법인자금을 횡령, 약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그림 여러 점을 촬영해 증거로 확보하고 곧 담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담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지주회사인 오리온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에 비자금 조성 액수를 할당하고, 정기적으로 비자금 관리 상황을 확인한 서류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이번 비자금 조성 개입이 사실로 마무리될 경우, 이 자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전망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외식사업에서 잇단 고배를 마신 담 회장 부부가 해외제과 사업에 집중할 태세인 터라 이번 비자금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오리온그룹의 3세경영을 감안한다면 비자금은 후계구도 안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식증여 방법도 있겠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울 수 있고, 대개 비자금 또는 계열사를 통한 부의 축적은 경영권 대물림에 있어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오리온그룹은 후계구도를 논하기에는 현재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입장을 앞서 밝혔다.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경선 씨는 현재 모 컨설팅회사에 근무 중이며, 서원씨는 학생이다.

하지만 경선씨의 경우 지난해 미국 뉴욕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프리미엄 과자 ‘마켓오’의 제품을 확장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경영진의 발표 내용을 꼼꼼히 챙기는 등 경영현장 분위기를 익히는 모습을 보여,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