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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제일은행 드림결제론, 신의칙위반 옥의티?

마이너스대출 후 자기은행 채권확보 등만 유리 특약…권한남용 변제충당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5.18 12: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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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C제일은행이 연이은 아이디어 상품 출시로 눈길을 끌고 있다. IMF 구제금융 위기 무렵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제일은행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 가족이 됨으로써 선진 금융 기법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거듭났다. 일명 ‘조·상·제·한·서’ 중 3번째로 꼽히던 과거의 영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고객 끌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보통예금통장의 경우에도 일부 구간에서 적금 금리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를 제시함으로써 직장인들의 급여 통장 수요를 끌어 들이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이와 관련한 대출 상품을 내놓아 충성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두드림통장’이나 ‘직장인통장’의 고객들을 위해 이와 연계 ‘드림결제론’이나 ‘10일무이자대출’ 등 대출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제일은행에 급여 통장을 옮기고 각종 대출이나 카드대금, 공과금 등을 모두 집중해 놓도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복안으로 읽힌다. 

이중 드림대출론의 경우 이 같은 복합 상품화의 ‘화룡점정’을 찍은 상품으로 해석된다. 월급 통장으로 지정해 놓고 각종 자동이체 수요를 모두 집중하다 보면, 수수료우대 등 여러 혜택을 기대할 수 있으나 종종 잔고 부족으로 일부 자동이체에 실패, 연체로 인한 이자 손실이나 신용 훼손을 겪을 수 있다. 드림대출론을 신청해 놓으면 부족분에 대해 대출을 실시, 아파트 관리비나 제일은행 카드의 대금 등을 처리할 수 있다.

◆SC가 돈 빌려주고 자기은행 관련 대출만 회수하겠다?

   
드림결제론은 이자나 카드 대금 등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낼 때 잔고가 부족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마이너스 대출 상품이다. 그러나 SC제일은행 관련 대출이나 카드 대금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대처해주도록 설계돼 있다. 
이 상품을 보면, 대출을 통해 잔고가 부족해 인출이 되지 못하는 여러 자동이체 수요 등에서 일부를 처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일은행에 따르면, 이 상품은 입출금 기본계좌인 두드림통장이나 두드림2U통장, 직장인통장을 보유해야 하며, 대출신청에 따른 본인확인절차로 제일은행 인터넷뱅킹에 가입된 고객만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신용도 등을 감안하여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하며, 대출금은 50만원 혹은 100만원 한도다.

그런데, 제일은행은 홈페이지와 상품 설명서(지점 배포) 등에서 이 상품의 사용 범위(대출시 사용 제약)를 “공과금·APT관리비·당행 신용카드이용대금·당행 대출원리금 등 자동이체일에 일시 유동성 부족에 따른 연체발생을 방지해 드린다”고 했고 △영업점·텔레뱅킹·인터넷뱅킹·모바일·CD/ATM업무를 통한 이른바 출금업무와 △타행계좌이체·타행신용카드대금결제·타행대출원리금결제·당행요구불간이체 등 이체 업무 중 일부를 대출 실행 불가 항목으로 꼽고 있다.

요약하건대, 이 상품은 대출 상품으로서 실무상 흔히 마이너스 대출이라고 불리는 한도 대출(가계 회전 대출)이다(일선 지점에 방문, 문의한 결과, 11일 서울 강북지역 제일은행 모 지점의 관계자 역시 이 제품을 신용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상품은 잔고가 부족한 자기 은행의 고객에 대해 마이너스 대출을 실시해 자기은행의 대출과 제일은행 카드의 대금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고(제일은행이나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은 은행과 카드 법인을 별개로 두지 않는 이른바 은행계 카드로, 얼마 전 조직을 분화한 KB국민카드와 대비된다) 있다. 그런 한편, 현금 인출이나 요구불계좌간이체 등은 거부하고 있다.

마이너스 대출의 통상적인 예는 신용 대출의 일환으로, 고객의 거래 실적과 신용도 등을 종합, 대출이 가능한 한도를 주고 실제로 이것이 요구되는 경우에 대출 규모가 마이너스가 붙은 숫자로 표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타행의 이체 수요 등이나 현금 인출 등에 대해 보통 인출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

   
SC제일은행은 드림결제론 상품의 별개 약관을 두지는 않고, 다른 여러 대출 관련 일반 약관을 적용하고, '대출 실행의 제한'에 대해서는 상품설명서나 온라인 대출 실행 단계에서 이같은 대출 실행/미실행의 사유를 게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것'은 모두 약관으로 보므로(약관규제법 제2조 1항 등), 형태가 어떻든 결론적으로 이같은 방식으로 동의를 구해도 약관이며, 약관 통제의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04년 5월 들어서 국민은행은 신용불량자에 대해 이 같은 경우 신용대출을 진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해 이 시점을 기준으로 장래에 가입하는 신용 불량자에 대해서만 일정 수준 제한을 둔다고 했다.

즉 마이너스 대출이란 대출의 장례적이고 불특정한 필요를 예상한 고객이 한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신불자 등 사회적으로 상식과 공감대에 의해 제한을 정해진 형태로 받는 경우를 제하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드림결제론의 경우에는 가입 당시부터 이같은 상품 특성을 그대로 고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도 볼 여지가 있다. 드림결제론은 상품 설명서 등에서 이같은 특징을 적시하고 있으며, 심사 후 온라인에서 신청을 하는 단계에서도 (별개의 약관은 아니나) 홈페이지의 상당한 부분을 할애해 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선택 행동은 두드림 통장 등 제일은행 통장 가입자의 추가적인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문제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인출 신청 중 SC것만 수용…통장관리 지위남용 의혹

예를 들어 다른 은행에서 급여 통장을 두고 있던 고객이 여러 혜택에 의해 제일은행 요구불 예금 통장(두드림이나 직장인통장 등)을 개설하고, 이후 추가이율 제공 폭을 높이기 위해 이전에 사용하던 다른 금융회사의 신용 카드와 제일은행 발행의 신용카드, 공과금 등을 모두 이 계좌에서 인출하도록 하였다고 하자.

이는 자동이체의 매커니즘상 자기 은행의 대출과 카드 대금, 극히 제한된 일부 수요(관리비 등)에만 응하도록 프로그래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자기 고객이 걸어놓은 실무상 자동이체들에 대해, 이런 이체(인출) 신호가 여러 건 들어오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인출하도록 사무를 진행하고 있는가?

은행들마다 다소 다르나, 어느 정도 공동 분모가 있다. 우리은행 자동이체 순위를 보면, 여러 개의 출금 요청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 △이자의 지급 △신용카드특수채권출금(연체된 카드 대금)에 이어 △우리카드(자사) 대금 출금에 나서게 된다. 그 다음에 △아파트관리비 출금(이체) △요구불계좌간 이체 등의 순위에 따른다. 우리은행의 경우 효도카드이체(10위) 처리 우선도가 △국민연금 출금이체(23위) △한전 출금이체 서비스(24위) 등에 비해 선순위인 점이 이채롭다.

한편, 신한은행에서는 아파트 관리비를 먼저 처리해 준다. 고객들의 생활에 가장 먼저 불편을 줄 수 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어 대출에 대한 이자 및 지로 등 펌뱅킹 대금 수요가 빠져 나가고, 퇴금연금 C/C에 이어 카드의 대금 요청이 출금 순위를 받는다. 그 다음에 예금의 성격이 있는 이체 수요 등으로 출금된다.

SC제일은행은 자사의 카드 대금이 1순위로 돼 있다. 대출이자조차도 그 다음 순위라는 점에서 다른 은행들과 조금 다르다. 이어서 기일회수(할인어음), 지방세 그리고 지로 출금의 순으로 출금이 되고, 선일자 지급(아파트 관리비)와 타사 신용카드 대금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요구불계좌간 이체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다.

즉 기본적으로는 자유 재량이라고 이해된다. 여기에 자기 관련 대출이나 카드 대금 등을 먼저 확보하되, 잔고 내에서는 다른 은행의 인출 요청 신호나 요구불계좌간 이체 요구 등에도 관리자로서 배려를 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자동이체 관련 처리 순위(자동이체 약관 중 일부). SC제일은행은 자동이체 문제에 대해 약관을 두고 있으며, '이에서 정하지 않은 내용'은 예금거래기본약관, 관련예금약관 등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마이너스 대출 거래가 생겨 인출 가능 잔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다시 자동이체 거래의 해석 문제로 돌아와 이 표에 따른 순위를 공평히 적용한다고 해야 할 것이지, 특정은행과 카드사 대금 인출에만 선별적으로 사용한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별한 예금주와 제일은행간 약속(약관에 의한 동의)이 있었다도 해도, 이는 거래자유의 원칙이나 자유로운 금융상품설계 한계를 넘어서서 약관법상 신의칙이나 일반 민사법상 신의칙, 판례 등에 위배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드림결제론의 경우 왜 문제가 된다는 일부 우려를 살 수 있는가? 이는 마이너스 대출의 특성상 이미 0원 잔고여서 일정한 이체 신청까지 집행하고, 그 외 순위에 대해 이체를 거부하고 끝나는 이상의 일반적인 자동이체 경우와 달리, 이미 50만원 혹은 100만원 한도 내에서 빚을 내줄 새로운 계약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새롭게 형성된 금원의 한도 내에서, 제일은행은 여러 다른 은행들의 자동이체나 요구불계좌간이체 요청 등에도 응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일반적인 마이너스 대출). 그런데 제일은행은 특약 내지 약관 중 일부에 의하여, 이러한 수요를 자기 은행 대출이나 카드 채무 충당, 그렇지 않은 인출 내지 이체 수요 등으로 갈라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신의칙에 위반한 약관은 무효로 하고, 그 외의 부분만으로 계약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였으므로(일부 무효는 전부 무효 법리의 예외적 적용), 만일 이 드림결제론 계약에 문제가 있다면 일부 자동이체나 인출은 불가라는 제약(이 상품의 특징)은 그 빛을 잃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확보한 담보금이라도 변제충당 공평하게 해야 유효 판례

이 상품을 다시 살펴보고 유사한 판례를 유추해 보자.

제일은행은 이처럼 일정한 제약에 의해 자신에게 극히 유리한 채무의 변제 수요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차별적으로) 새롭게 자신이 다시 빚을 내 줌으로써(대환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이율에 차이가 생기므로 꼭 단정할 것은 아니다), 자기 빚을 확보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석된다.

변제충당의 관련 규정을 상당히 자의적으로, 또 임의충당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앞에서 말한 대로 선택적 수용을 통한 거래 형성 등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례 동향을 보면, 법원은 은행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자기 거래 고객에 대해 다른 이유로 채권에 집행을 할 유리한 위치를 갖는다고 해서, 이에 집행을 바로 해 버리는 행동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1994년(대판 1994.6.14, 93다49345) 사고신고 담보금조로 어음금 상당액을 담보로 받아 별단예금에 입금해 놨다가 이를 다른 대출금 변제에 충당한 경우에서, 그 ‘상계’의 효력을 인정하던 과거 관행(대략 1989년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나 이를 인정치 않고 다른 채권자(압류 및 전부명령을 얻은 자)에게 내주도록 한 것이다.

자기 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를 여럿 해 관련 관리상 우월한 지위에 서는 것을 이용해, 자기 채무 관련 인출을 먼저 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부 명령 관련 케이스를 이같은 마이너스 통장의 선택적 인출 채권 발생 논리의 효력을 다루는 데 유추 적용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질권을 설정하지 않은 예금담보의 효력을 다툰 사건에 있어서도 명시적으로 질권을 설정하는 등의 처리를 하지 않고 이 예금이 자기 은행(사안에서는 상호신용금고, 즉 오늘날 저축은행)의 수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임의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서울민사지방법원판 1993.10.22, 93가합35631, 같은 논리는 한국은행-은행감독원 공저, 금융기관 소송재소 사례집, 1994년판 P.65 이하).

즉 판례의 일반적 태도는 어느 은행이 고객에 대해 다른 채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자신이 보관하는 액수를 상계 처리하는 데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인데, 제일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중 일환인 드림결제론의 경우 제일은행에 유리한 이체 신청 등에 대해서만 이를 선별, 자기가 빚을 새로 내 주면서 이를 자기에게 갚는 경우에만 쓰게끔 하고 있어, 이 같은 판례 태도에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약관법상 논리로 보더라도 자기 은행의 계좌에 형성되는 일정 한도의 마이너스 부분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여러 다른 은행들의 인출 요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것이어서 신의칙 위반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제일은행의 드림결제론은 상품 기획상 고객의 편리함을 극대화하고 신용 관리 시대의 지평을 넓힌 획기적인 상품임에는 틀림없으나, 민사법 전반을 지배하는 신의칙과 기타 세부 개별법상 신의칙, 예금의 고객을 위해 선량하게 관리할 금융기관의 책무를 도외시하고 자기 채무 회수에만 특별히 집착하는 한계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