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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도 넘은 언어폭력, 네 ‘누이’ 네 ‘부모’라면…

약자에게 강한 ‘못난 고객’ 대응 지침서 세우기로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5.16 15: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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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컨택센터협회는 지난 12일 제3차 ‘언어폭력간담회’를 개최해 언어폭력에 관한 사례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총 10명이 참가한 이날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제도가 시급한 것에 동의했으며 이날 공유한 의견을 토대로 앞으로 언어폭력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컨택센터협회 황규만 사무총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자리는 언어폭력에 대한 좋은 기업사례를 공유해 롤 모델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자리를 통해 앞으로도 언어폭력에 대한 처분이 법제화ㆍ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원,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한국컨택센터협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언어폭력 대책 회의를 가졌다.
한국컨택센터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담사들의 언어폭력 피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1차 회의에서 ktcs 이동원 전무는 “실제로 신입 상담사의 경우에는 57%가 언어폭력 경험 이후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07년 114에서는 전화폭력, 욕설 사용 시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담사에게 함부로 대하는 고객을 ‘못난 고객’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연구회를 진행하고 대응지침서를 세우기로 했다.

◆ 고객명단 삭제 등 상담사보호 사례 증가

증가하는 이직률과 계속되는 구인난으로 상담사 보호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욕설을 퍼붓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고객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고객명단에서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인터파크CS 서울 고객센터 권주한 센터장은 “상습적으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고객은 고객명단에서 제명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전화를 계속할 경우 법무팀에서 검토 후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CS는 이후에도 문제해결이 안될 시엔 가상번호를 만들어 고객이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을 시 ARS멘트가 나가는 방법으로 상담사들을 보호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인터파크의 경우 오픈마켓 특징상 구매자 콜이 많은 편”이라며 “판매자 쪽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은 만큼 판매자들이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게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GS SHOP 소비자민원팀은 민원팀을 따로 만들어 ‘못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기선애 팀장은 “소비자민원팀 내에 민원팀을 따로 운영해 악성고객들에게 경고를 주고 계속될 경우 과거이력 등을 검토해 거래를 중단시키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성고객이 악성고객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에 대해선 따로 결정권자를 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욕설 등이 3회 이상 반복되면 전화를 끊도록 하는 방법을 상담사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기업은행 김창수 차장은 “고객들이 상담사에게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하며 악성고객의 경우 내용증명 등을 보낸 후 많이 필터링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악성고객에 대한 조치가 잘 이뤄져도 이미 상담사는 상처를 입기 마련인 만큼 ktcs는 심리상담원을 따로 고용해 5월부터 운영 중이다. ktcs CB마케팅부 양춘영 이사는 “한명이 여러 센터를 순회하며 상담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만큼 아직 효과 파악은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향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심리상담사 인원을 늘리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콜센터가 아닌 협력업체의 경우 사용업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담사들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담당자들은 이야기했다. 또한 상담사들도 전화를 끊을 경우 서비스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코스모스 품질관리팀 이은주 부장은 “아웃소싱으로 컨택센터를 운영하다보면 ‘갑’사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사용업체는 모든 형태의 고객을 감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악성고객과 강성고객 구분 명확히 해야

황 총장은 악성고객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는 만큼 상담사도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성고객을 악성고객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황규만 사무총장은 “삼진 아웃제도를 통해 분류를 정확히 하고 한명의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컨택센터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민감한 사안일수록 서비스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한명의 실수가 전체의 실수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악성고객과 강성고객은 전담팀을 두고 구분하는 것이 좋으며, 전담팀으로 넘어가기 전 상담사가 악성고객을 받게 됐을 때는 지침서를 둬 상담사가 언어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컨택센터협회는 매달 꾸준히 모임을 진행해 기업의 사례수집과 대안을 검토한 뒤 국회와 소비자원에 제공해 법제화를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