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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커피믹스시장 1등과 도전자의 신경전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5.16 10: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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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진정한 배우로 남듯이 커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커피를 만듭니다.’

지난 4월20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동서식품 ‘아리비카 100’ 광고. 이 TV 광고는 배우 고현정씨의 명품연기와 국민배우이자 동서의 간판 모델로 활동해온 배우 안성기씨의 품격어린 내레이션이 한 데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아드리해의 진주인 크로아티아 도브로브리크를 배경으로 세련된 미모를 발산한 고씨가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고혹적인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화면 뒤 울리는 안정적인 안씨의 목소리 속 내레이션 내용은 아름다운 화면 이면에 깔린 동서식품의 씁쓸한 의도로 읽혔다. 그런 순간, ‘아, 명품광고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광고는 ‘커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커피를 만든다’는 컨셉트로 최근 커피시장에 진출한 유업체 A사를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등장한 A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프림이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우려한다는 점을 틈새로 보고 프림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어 이 제품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발주자 A사의 강력한 도전에 부동의 1위 동서식품이 바짝 긴장한 것 같다. 매출 확대를 ‘원천봉쇄’ 하기 위한 갖가지 묘안(?)들을 동원하던 중 이번에는 TV광고를 통해 일종의 네거티브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이 76%, 한국네슬레가 21.7%로 동서가 시장 대부분을 지배하는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운 구조다. 특히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는 1980년 출시부터 30여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2008년 이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수십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동서식품의 커피믹스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피 속 프림과 설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커피믹스 속에 함유된 프림과 설탕이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정황이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몸에 더 좋은…’이라는 컨셉트가 시장에 먹히는 것을 직시한 동서식품으로선 후발주자의 마케팅 돌풍이 어지간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40여년간 커피시장 점유율 8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니며 시장 1위를 지켜온 ‘큰형님’ 동서식품이 커피에 품은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은 이해한다. 하지만 신규 진출자에 대한 진입장벽 높이기에 혈안 되기 이전에 시대에 따라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먼저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