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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조차 없는 ‘위험천만 고시원’ 난립

[르포] 신림동 일대 고시원들 화재 등 위험 노출 여전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5.13 10: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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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최상준씨(29세‧남‧가명).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시 공무원 임용 시험을 위해 신림동 고시촌으로 왔다. 학원과 고시원을 오가며 생활한지 2년째. 처음엔 답답하기만 하던 고시원 생활도 제법 익숙해졌다. 최씨가 고시원을 택한 것은 무엇보다 비용 때문이었다. “부모님께서 매월 보내주시는 생활비, 학원비는 솔직히 적지 않은 돈입니다. 방값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죠”

◆값싼 주거지의 대명사 ‘고시원’

최근 최씨와 비슷한 이유로 고시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증금에 각종 관리비까지 부담해야하는 전월세 원룸보다 고시원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역 고시원 수는 6년새 56% 증가했다. 관악구 고시촌 모습.
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고시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서울의 준주택 실태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고시원은 수는 2010년 7월 현재 4085곳으로 조사됐다. 2004년 2621곳과 비교해 56% 급증한 수치다.

자치구별로는 관악구가 651곳(15.94%)으로 가장 많았다. 예전부터 잘 알려진 ‘신림동 고시촌’이 관악구에 위치한다. 이어 동작구 396곳(9.69%), 강남구 323곳(7.91%), 서대문구 225곳(5.51%) 등의 순이었다.

연구원 측은 “1~2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 등의 추세로 저렴한 고시원이 난립하고 있다”면서 “고시원이 주거환경 악화와 화재 및 범죄 등 안전상의 취약성에도 저소득층에 주택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주택 기회 제공 인정”

고시원 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데는 지난 2008년 발생한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자 국토해양부는 고시원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자치구들은 안전점검에 나섰다.

   
대부분의 고시원들이 안전상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화재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서울 시내 고시원은 여전히 안전상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화재사고 발생 시엔 고시원 구조상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고시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조사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A고시원은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를 마련했지만, 고시원 밖 복도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이런 모습은 주변 고시원에서도 자주 발견됐다. 인근 B고시원에선 화재 피난 유도등을 따라 간 피난로 끝에 세탁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고시원에 주거 중인 한 학생은 “안 그래도 좁은 방에 소화기까지 있으면 귀찮은 게 사실”이라며 “생각하기 싫지만 화재가 난다면 고시원 특성상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소방서인 관악소방서 측은 “고시원은 다중이용시설이라 관련법에 따라 각 방별로 소화기를 갖춰야 하고, 피난로에 물건을 적재할 수 없다”며 “이를 어길시 시정 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고시원 소방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에도 관련 점검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