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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주가부양작전'…옛 영광 되찾을까?

자사주매입·담배값·신규사업 등 KT&G 변화에 증권가 주목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5.13 09: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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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KT&G 주변에 여러 굵직한 이슈가 잇따르면서 KT&G의 주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자사주 200만주 매입 당시 그동안 잔잔했던 거래량이 폭발하며 급등했고 경쟁사의 담배값 이슈와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이하 라자드)의 지분확대에 따른 매수주체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소망화장품 인수 등 KT&G는 그동안 저평가된 주가의 모멘텀 찾기에 분주하다.

올해 2월부터 KT&G의 PER(주가수익비율)은 7배 수준, 5만원대의 저평가 매력이 충분함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KT&G는 1분기 실적 발표 직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소망화장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데 이어 자사주 200만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주가부양에 힘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 결정소식이 전해지면서 KT&G는 평소 거래량의 두 배 수준을 기록하면서 주가도 크게 반등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없다 vs 가능성 열려있다

일단 KT&G는 지난 4월20일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주가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자사주 매입 이슈와 경쟁사들의 담배값 인상 등이 호재로 작용, 주가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만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증권업계는 담배 시장점유율이 회복되고 있지 않고 있는 점과 함께 주가를 부양할 만한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것을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으나 KT&G가 주가부양을 위해 전체 주식수의 1.5%에 달하는 20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현재 KT&G를 주목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추가 자사주 매입인데 이 부분에서 KT&G측은 부인을 하고 있는 상태다.
   
KT&G PER(주가수익비율)밴드 추이. 출처는 NH투자증권.

KT&G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배경과 추가 매입 가능성에 대해 "최근 회사주가가 저평가되어 있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충분한 점을 고려,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며 "외국인투자자들과는 상관없는 결정이며, 현재 추가 지분매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추가 자사주 매입을 점치기도 한다. 이는 미국계 집합투자형태의 라자드의 지분 확대가 KT&G의 불안한 지분구조와 더불어 경영권 방어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라자드는 지난 3월17일에 KT&G 지분을 7.7%(의결권 기준)로 확대했음을 공시했는데, 이는 현재 KT&G의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의 지분율 7.5%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라자드는 집합투자형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법상 최대주주는 될 수 없지만 같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KT&G가 최근 자사주 200만주를 소각이 아닌 단순 매입한 의도에 경영권 방어의 목적도 있을 것이라 보는 이유는 이러한 외국인투자가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러한 자사주가 다른 기관에 출연 또는 매각되면 의결권이 생기고, 즉 KT&G가 우호 지분 확대에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특히 KT&G의 주가가 9만원대에서 현재 수준까지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의 지분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외국인주주의 주가 부양 요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어 증권가에서도 KT&G의 변화를 내다보는 시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또한 자사주 매입 시점과 주가 반등 시점에서도 주목해야할 현상이 있다. 외국계증권사 창구에서 유입되는 매수 물량이다. 자사주 매입 당시인 지난 4월20일 기준 이후 실제로 16거래일 동안 개인은 연일 매도를 보인 반면 외국인들은 하루만을 제외하고 연속 매수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매수금액은 약 2조2791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5월 들어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에도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선방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모 증시전문가는 "외국계 창구에서 유입되는 거래량을 살펴봤을 때 기본적으로 순간거래량 기준으로 1000거래 이상 유입되는 현상을 미루어 외국인 개인들의 움직임 보다는 외국계 기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들의 창구에서 들어오는 물량을 살펴보면 초 단위 순간거래량은 5000계약에서 많게는 1만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4일 모 외국계 증권사 2곳은 동시호가에 무려 약 3000계약을 한 번에 매수한 바 있다.

또한 프로그램 매도가 1조6800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며 코스피200종목을 줄줄이 끌어내렸던 12일에도 장 막판 동시호가에 이날 거래량의 6분의1 수준의 거래가 이뤄지며 외국인 창구에서 약 1만2000계약의 매수세가 밀려들어왔다.

일단 KT&G의 지난 4월21일 이후 매수 상위 증권사를 살펴보면 CS증권·유비에스증권·노무라증권·메릴린치증권 등이다. 물론 KT&G의 외국인 주식 보유량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들의 경우 KT&G의 형편없는 1분기 실적을 꼬집으며 구조적으로 내수 담배 시장 회복세는 약하고 단기적으로 제품값 상승 가능성이 낮고 M&A와 신규 사업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를 각각 하향한 바 있으나 오히려 이들 증권사 창구에서 매도물량을 받아내며 KT&G의 주가를 밀어주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KT&G의 모멘텀을 꼽자면 담배값 인상과 소망화장품 인수로 인한 새로운 성장 동력 보유 그리고 추가 자사주 매입에 대한 가능성인데 이중 가장 큰 관심은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다.

대신증권 송우연 연구원은 "KT&G는 지난해 IR을 통해 자사주 매입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달 자사주 매입 결정함에 따라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연구원은 "자사주는 배당금이 지불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주주수익률이 올라가게 돼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해 투자심리를 자극한다"며 "실제로 KT&G는 지난해 기준 보통주 1주당 3000원씩을 배당했다는 점과 원화강세는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지난 2006년 3월 아이칸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주주총회에서 자사를 대표한 리히텐슈타인(Lichtenstein)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보유했던 지분율은 7% 수준이었다. 현재 의결권 기준 KT&G의 우호지분은 22.8%로 지난 아이칸 공격 때와 유사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KT&G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은 현재처럼 주가가 저평가 시점이 지속된다면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증권가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또한 모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장기간 연속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KT&G의 경우 코스피200 편입 종목이라는 점에서 기관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몇몇 기관들도 예의주시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윤곽 드러나는 신규사업, 손익 잘 따져봐야…

KT&G의 대표적인 이슈로 거론되는 외산 담배 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국내 시장점유율 3위인 BAT와 4위인 JTI의 경우 제품가격을 각각 8%(2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담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KT&G의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2004년 담배가격 500원 인상 시 가수요 감안한 판매량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외산 담배들은 외산 담배끼리 대체되는 효과를 감안할 때 그 동안 KT&G의 주가 상승에 이유라고 하기에는 일부러 쥐어짜낸 호재라는 평가를 암묵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메릴린치증권은 "보수적으로 추정했을 때 담배가격은 내년에 8.5%, 후년에 11% 인상되며 같은 기간 중 제품 수요는 각각 2.5% 및 2% 감소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주당순이익이 후년까지 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과 후년 이익 전망을 각각 5%및 15% 상향하면서 목표주가를 지난 2월15일 7만8000원 이후 8만1000원으로 높였고 5월 옵션만기일인 12일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도하는 외국인들의 공세에도 매도물량을 받아가며 선방을 하고 있다. 최근 변동성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고 주도주의 거품 논란이 고개를 들자 급락장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KT&G가 서서히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소망화장품 목동사옥.
또한 KT&G는 담배사업의 성장세 한계에 이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인수와 한방화장품 사업 위한 M&A(소망화장품)를 검토 중이다.

키움증권 우원성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크레텍(kretek) 담배회사(인도네시아 고유의 향료인 정향 담배) 인수를 검토 중인데, 대상 기업의 규모는 매출 1000억원 수준으로 작으나 인수 시 동사의 인도네시아 유통, 영업망 확보에 기여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소망화장품에 대해서는 이미 수면위로 떠오른 이슈로 업계와 투자자들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KT&G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망화장품 인수를 검토하고 협의 중에 있지만, 아직 인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망화장품은 2010년 매출 1220억원, 영업이익 111억원을 기록한 중견 화장품회사로 '꽃을 든 남자'와 '다나한(한방화장품)'으로 유명하다.

KT&G는 지난해 11월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을 출범시키면서 한방화장품 등 신규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홍삼 성분의 화장품 출시를 목표로 시장조사 및 제품 개발을 진행해 온 상태로 이번 소망화장품 지분 인수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유통망 '뷰티크레딧'은 물론 대형마트와 화장품전문점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 연구원은 "KT&G의 경우 원료 조달과 홍삼 성분 관련 기술역량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화장품 사업에 필요한 브랜드, 마케팅영업 역량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 검토단계 이므로 섣부른 판단은 주의할 필요가 있으나, 적정가격에 인수할 경우 KT&G의 한방화장품과 적지 않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