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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박재완 경제팀, 힘은 없고 과제는 많다

재정안정성 의식하면서 복지·고용 풀어야…과잉 유동성 연착륙도 숙제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5.09 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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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MB 정부의 경제팀의 제 3기 사령탑으로 등장할 박 내정자의 과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제부총리역을 해 내야 할 박 내정자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행시 22회)·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21회)·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22회)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에 비해 경륜면에서 압도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점에서(박 내정자 23회)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경제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MB노믹스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권 후반기라는 시기와 맞물려, 정부가 많은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경제 정책 관리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과 청와대 국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박 내정자를 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낙점한 것은, 집권 후반기 정책의 핵심인 ‘동반성장’과 ‘물가안정’에 대한 이해도 면에서 정통 경제 관료보다는 측근 인사가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도 읽힌다. 박 내정자 역시 6일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겠다”고 임명 소감을 밝혀 이 같은 전망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가계대출 뇌관과 유동성 관리 줄타기 과제

서민생활 안정 측면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계대출 불안은 그 자체가 ‘박재완 경제팀’의 과제인 동시에 유동성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이른바 출구 전략을 진행하면서 감안해야 할 큰 변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가계 금융부채는 937조 3000억원으로 2009년 대비 8.9% 증가했다. 특히, 비은행금융회사의 가계대출 규모는 16.7%나  늘었다. 비은행금융회사의 대출 규모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5.4%)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신용으로도 이용하기 쉬운 비은행금융회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와 함께 채무상환 능력 하락 우려는 실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을 연체한 사례가 있는 가구는 전체 조사 대상 중 13%를 차지했으며,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46%로 전년보다 3% 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가계재정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요인이 된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비정상적인 부피와 불량한 상황은 기준금리 조절을 주저하게 만들어 유동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이 3일 발표한 2011년 수정거시경제전망에서 “당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임금상승 등 인플레를 가속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 위축과 가계대출 부실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리 인상의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보완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 점은 가계대출 부실 뇌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유동성 거품을 제거해야 하는 어려운 경제팀의 과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과 복지 확대, 조화는 어떻게?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에 황우여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의 신임 지도부가 들어선 것은 기재부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의장은 사회복지 투자 확대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정부에 10조원 규모의 서민예산 프로그램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세 방안은 MB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여당의 정책 기조 변경 요청이 진통없이 수용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기재부로서는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서 어려운 입장이 됐다. 이에 대한 조율 문제가 박 내정자가 풀어야 할 첫 과제이자 시험대라는 관측도 많다.

문제는 예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이번 감세 철회 한 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복지를 보완하면서도 선심성 복지는 피해야 한다. 재정 안정이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고, “재정 안정에 반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심성 지출에 대한 우려를 짚은 것이다.

이는 그간 제기돼 온 재정 건전성 악화 관련 우려와 맞물려,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한층 지출 관리에 고심해야 한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지난 2월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 연구위원이 내놓은 ‘MB정부 후반기 정책방향 및 과제’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국가채무는 400조원 규모로 3년전보다 100조원 이상 증가했고, 국가채무비율도 GDP의 35%로 3년전보다 4% 급등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감세 철회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국가채무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박 내정자에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물가불만 & 청년실업 진화도 관건

양적 경제 지표에 대한 관리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음에도 물가 불안감은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박 내정자의 숙제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는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7.3%를 기록해 2008년 11월 7.8%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가계금융조사에서도 가계의 경제적 애로사항에서도 물가상승이 32.2%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소득감소가 20.9%로 2위를 차지하는 등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국민의 93%는 현재 물가 상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한국은행 가계금융조사).

청년층이 높은 실업 상황을 보이고 있어 경제 당국은 고용 창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3월 청년실업률이 9.5%로 지난해 2월(10.0%)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같은 청년실업률은 9.5%로 전년 동월 대비 0.5%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11월(6.4%) 이후 4개월 연속 오름세다.

박 내정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던 4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지만 이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이라고 말하고 “경기회복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구직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으나, 이 같은 미스매치론으로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반도체·휴대전화 공장에서는 일자리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건 대학에서의 ‘문사철(인문학을 가리킴)’ 과잉 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한 것 역시 근본적인 고용 창출에 대한 철학 부재라는 비판을 사, 향후 경제 수장으로서 전체적인 경제 운영 기조를 구상할 때에 노동 시장에 대한 시각 확대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