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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암고기숙사 설계자 “내가 설계 안했다”

양심선언문 본지 단독 입수...“모 건축사.공무원 불법 하청 종용”

장철호 기자 기자  2011.05.09 08: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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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본지의 영암고 기숙사 부실시공 의혹(5월 2일)과 관련, 이 기숙사 설계자가 “외압 등이 작용해 실제 설계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해 4월 준공한 전남 영암고 기숙사 전경.

특히 이같은 주장은 공무원과 업자 사이에 관행처럼 이어져온 부적절한 관계를 우회적으로 입증한 것이어서 향후 검찰 수사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설계자가 이같은 고백을 문서에 담아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에게 전달하려했으나, 도교육감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본지 5월 3일 보도) 전남도교육청의 청렴의지가 도마위에 올랐다.

본지는 2010년 11월 1일 영암고 기숙사 설계자 B씨가 전남 소재 M건축사무소 A소장을 통해 장만채 전남교육감에게 전달하려했던 5장짜리 양심선언 문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회사소개, 사건개요, 기초사실, 사건의 부당성, 결론 순으로 정리됐으며, 실시설계 낙찰자인 자신이 설계하지 못하고 행정 지원만했던 배경에 대해 자세히 풀어놨다.

설계자 B씨는 2009년 1월 실시설계 회사로 낙찰직후 지인 C건축사로부터 "'합성스틸목구조 특허'를 가진 H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겨야하니, 자신이 소개해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시기에 도교육청 담당자와의 첫 회의에서 J사무관은 “B씨소유의 S건축은 J고와 영암고 기숙사가 동시에 낙찰됐으니,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그냥 편하게 갑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또다시 J사무관이 전화를 걸어와 “'T건축 H씨가 나와 친구관계이니 그 쪽에 맡기는게 어떠냐'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하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암고 기숙사를 직접 설계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과업지시서상 합성스틸목구조가 특정된 점 △J사무관의 집요한 압력 △타 건축사들의 압력(특허가 걸려 있어 직접 설계를 못한다 등) △향후 불이익 우려(1년간 입찰 금지 등) 등을 꼽았다.

B씨의 주장은 실제 영암고 기숙사 설계자는 다른 건축사이며, 자신은 설계도서에 최종 확인 도장만 찍었다는 것. 그럼 누가 실제 설계를 담당했을까?

그가 최근 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는 ‘(실시설계) 입찰전부터 기본계획안(도면 및 투시도)을 제출했고, 낙찰후 실시설계를 수행한 것은 T건축 H건축사’라고 지명하고 있다.

그는 건축설계가 불가능하다면 건축구조만이라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H건축사와 친분이 있는) L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B씨는 “만약 자신에게 구조계산을 맡길 경우 특허의 허상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문서의 말미에서 B씨는 “사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도교육청 관계자는 어느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편협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조사될 수 있도록 도교육감께서 외부감사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강조했다.

설계자 B씨가 작성한 이 문서는 당초 장 교육감에게 전달할 목적이었으나, 장 교육감이 이를 거부하자 A소장이 보관하고 있었다. B씨는 2010년 11월 3일 내용증명을 보내 이 문서를 되돌려 달라고 A소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B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도교육감에게 전달하려한 문서는 설계 낙찰자가 실제 설계를 할 수 없었던 부당함을 알리려는 것이었으며, 설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의 안전성에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국내 엔지니어로는 보기 드물게 건축사와 문화재수리기술자, 구조기술사 자격을 가진 양.한옥 건축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