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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통과에 한·미 FTA 재점화

청와대는 빠른 처리 희망, 여야 내부 문제로 입장 혼선

임혜현·노현승 기자 기자  2011.05.06 16: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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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EU FTA 비준안이 한·미 FTA 비준이란 또 다른 쟁점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한·EU FTA 비준안이 일단락되며, 관심의 초점이 한·미 FTA 비준에 쏠리고 있는 것. 오는 7월 1일 잠정 발효를 앞둔 한·EU FTA가 향후 10년간 GDP를 5%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쇠고기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아직 산재해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한·미 FTA 비준에 부정적이었던 미 공화당 의원들이 입장을 급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방한한 미치 매코넬 미 상원 공화당 대표를 비롯한 미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가운데 하나인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미 의회 차원에서 각별히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 4월27일에는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과 찰스 랭글 하원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지난 5일에는 미 상원 재무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맥스 보커스 의원이 한·미 FTA 반대 입장을 접고, 찬성으로 선회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로크 장관 등을 접견한 이 대통령은 “한국 내에도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으나, 대다수는 FTA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비준 처리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 시장을 고스란히 EU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여야를 막론한 비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이 대통령 또한 집권 후반부에 치적을 높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야권 ‘정책연합’ 여파, 반대론 급부상

하지만 한·미 FTA 비준 필요성은 야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한·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당초 여·야·정 협의를 통해 비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재보선 당시 야당간 연합을 위한 ‘정책연합’을 맺었고, 이 합의에는 ‘한·미 FTA, 한·EU FTA 비준 저지 및 전면 재검토’ 등 10개 조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재보선 승리로 잠복했던 당 계파 간 갈등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는 분위기다. 손 대표에 대한 일부 비주류의 비판론이 다시 본격화될 빌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등의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나 봉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한·미 FTA 처리 문제에 대한 민주당 입장이 유연해지기는 당분간 여러 모로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나라당, 靑과 온도차 불가피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처럼 비준 반대 기류가 우월한 야권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비준안 처리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무조건적이고 빠른 속행 처리에 무리수까지 둘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상황.

우선, 원내대표 임기가 이제 끝난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부터 한·미 FTA에 대해 “강행 처리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역시 “여야 합의를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같은 원만한 타협을 통한 한·미 FTA 비준 논의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민주당 등 야당이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서라도 비준 처리를 막겠다고 나설 경우고, 또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비준 처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굳건히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한·EU FTA 비준 과정에서 보인 혼선과 사실상 통과 방조라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한 불만을 한·미 FTA 저지로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미 FTA 비준을 위해서는 내부적 단결이 중요한데, 지도부 총사퇴 등 비상 상황을 맞은 현재 한나라당 사정이 이를 위한 구심점을 당분간 제대로 갖기 어렵다.

앞으로 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당 우위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4·27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다.

위에서 언급한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의 입장 변화 이면에 깔린 쇠고기 관련 재협상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쇠고기 재협상 등도 불안 요인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보커스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된 뒤 한국 측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의회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해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을 상대로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위한 협의에 나서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미국이 먼저 (비준을) 하고, 쇠고기의 ‘쇠’자도 꺼내서는 안된다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설명하는 등, 비준에도 일정한 한계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촛불 정국’과 재·보선 패배 등을 경험한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미국 측으로부터 비준 후 추가적인 쇠고기 개방 협의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감수하고 비준 강행 총대를 메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임혜현 기자 tea@
노현승 기자 r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