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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지진 50일…국내車 업계 명암교차

“본격적인 지진 여파는 6개월 뒤에 드러날 것”

신승영 기자 기자  2011.05.04 10: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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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9.0규모 강진의 여파가 지금까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 곳곳에 영향이 미치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펼쳐왔던 기업들 대부분 반사이익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일본 부품 및 소재 산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으로 평가됐다. 특히 일본 부품 의존도가 25%에 육박하고 있는 국내 산업에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했다.

자동차 산업도 위기와 수혜 두 가지 상반된 전망이 쏟아졌다. 먼저 위기론에 따르면 1대당 2만~2만5000여개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의 경우 단 1개의 부품이 비어도 완성될 수 없기에 일본산 부품 수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내용이다.

이에 현재 국내완성차업체들은 아직 불안요소는 남아 있지만 부품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품수급 피해 ‘극히 일부’

현대기아차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부품 수가 28개에 불과해 의존도가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 지진 발생 당시 충분한 재고량이 확보된 상황이었으며, 이후 도료 등 수급 문제가 발생한 부품은 공급루트를 신속하게 바꿨다.

쌍용차도 일본에서 수입되던 부품 비중이 낮은 상태였으며, 대체 부품을 찾을 필요도 없이 현지공장의 정상화와 함께 수일 내 공급문제가 해결됐다.

한국GM은 약 3주간 평일 잔업 및 주말 특근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품 재고량을 조절했다. 지진으로 인해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국GM이 독자적으로 구매처를 변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사의 힘이 컸다.

GM은 글로벌 각 사업장 중요도에 따라 수급을 조절 배분하는 방식으로 부품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그룹 내에서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르노삼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진에 따른 피해가 컸다. 지난 2009년부터 적극적인 부품국산화의 의지를 밝힌 르노삼성이지만, 아직 파워트레인의 일부 부품 등은 일본에서 공수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부품 수급 문제로 지난 3월18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주야간 잔업 및 주말특근을 중단했기에 필연적으로 생산량이 감소 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국내 완성차 업체 1·3·4월 국내생산분 월별 판매(CKD 제외).

이는 올해 생산·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급격한 수요증가로 인해 자동차 시장은 공급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때문에 완성차들은 생산량 대부분이 바로 판매되는 상황이다. 각 업체별로 영업일수가 비슷한 1·3·4월 국내생산분 판매(CKD 제외)를 비교해 보면 르노삼성의 받은 피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주야간 잔업을 다시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4일부터 토요일 특근도 8시간씩 재개함에 따라 부품 수급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상황이다.

◆생산 케파 이미 한계…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부품 수급에 따른 피해는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때문에 수혜론이 더욱 힘을 받는 상황.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자동차의 공백으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대부분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가동을 재기한 상태지만, 지진 발생 이전과 비교해 완성차 생산량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5월 골든위크에도 운영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완전 정상 가동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12월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일본 브랜드 해외 공장들도 비슷한 처지다.

   
 일본 자동차 수출 항만 현장. 지난 11일 발생한 쓰나미로 선적 대기 중이던 신차들이 불타고 있다.(출처: NHK 방송)

지난해 일본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963만대(일본 자동차공업협회 기준)로 2010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 7226만대의 약 13%에 달했다. 일본 브랜드의 해외공장을 포함할 경우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년대비 6.8% 증가한 7684만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인이 없어진 파이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연초 밝힌 올해 판매성장률을 크게 상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은 이미 지난해 운영 생산케파가 100%에 다달았으며, 나머지 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판매량에서 급격한 증가는 없겠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경우 마케팅 및 판매 비용 감소와 시장지배력의 증가 등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동북아시아 지역 내 생산거점으로서 중요성도 부각됐다. 특히 부품 산업의 경우 일본의 대안으로 충분한 역량이 입증되면서 부품구매다각화를 고려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교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전체적으로 일본 지진으로 인해 국내 반사이익이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 내 아직 2~3개월 치 (부품 등)재고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향은 반년 뒤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전체적인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완성차에 비해 부품 산업이 반사이익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완성차와 부품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양대축이지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최근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향상된 국내 부품 산업이 이번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