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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잦은 정비사고는 인력 부족 탓”

[위험한 인력운영 실태 ③] 대한항공 정비시스템의 ‘허와 실’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5.03 15: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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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재무구조개선 졸업을 기대할 만큼 지난해 최대실적을 달성한 대한항공. 하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안팎으로 쌓인 과제가 많다. 근래 들어 잦은 정비결함으로 안전불감증 비판을 받아오던 대한항공은 급기야 올해 초 대통령 전용기 회항 소동까지 벌인 터라 이 회사의 안전시스템을 바라보는 여론 눈초리가 심상찮다. 안으로는 조종사들과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의해 제기된 ‘외국인조종사 파견 논란’ 그 이면에는 대한항공이 인재육성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뒤따른다. 대한항공의 인력 운영 실태를 진단한다.

정비 불량으로 인한 잦은 기체결함 사고에 정부 관계부처까지 나서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대한항공의 이미지 실추가 이만저만 아니다. 100일간 근 10번의 결함으로 운행 지연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불감증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른 터다.

지난 3월에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전용기 회항 사건까지 일으키면서 대한항공은 청와대에 소환되는 망신까지 당했다. 급기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요 임직원들을 직접 불러모아 강도 높은 문책과 대책 강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잦은 결함 지적에 대해 대한항공은 “운항횟수에 비해 오히려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크고 작은 사건이 이토록 잦은 것일까. 대한항공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력운영 실태’를 문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행기 안전사고는 정비인력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소환 그 당시

지난 3월15일 청와대는 대한항공 경영진을 소환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탄 대통령전용기가 기체이상으로 회항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과 해당 전용기 기장, 정비사 등을 청와대로 불러 철저히 조사한 후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전 개발 계약을 위해 아랍에미리트로 향했지만 전용기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진동이 감지돼 이륙 1시간40분 만에 서울공항으로 회황, 일정이 2시간가량 미뤄졌다.

   
대한항공 정비 모습. 최근 잦은 기체결함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일부 조종사들은 ‘정비인력 부족’을 꼽는다. 사진출처는 대한항공정비본부.
정부 일각에서는 진상조사와 함께 전용기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항공사 최고경영자 동승 관행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대한항공은 부품고장과 엔진 문제 등으로 모두 9건의 결함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무려 세 차례나 운항이 장시간 지연되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그 정도의 결함은 정비 과정에서 늘 있는 일이고, 최근 몇번의 사례만 집어 안전이 심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고,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 발생된 몇 건은 충분히 우려되며, 특별점검에도 시정되지 않는 부분은 법령에 따라 처벌을 가할 것이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맨 아우어’ 부족 문제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의 인력운영 실태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예고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원감축이 잦은 정비결함의 실질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그간 정비결함의 문제는 경비절감에 따른 인력감축이 핵심이다. 기자와 만난 한 조종사노조원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맨 아우어(man hour)가 부족하다”며 “한 사람이 1시간을 정비할 것을 두 사람이 1시간을 보면 두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 항공사 과징금 부과 현황에 따르면, 대한항공 기체 정비에 대한 주무 부처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출처는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실.

이 노조원은 또 “보통 비행기는 특정 비행시간이 되면 엔진 등을 다 뜯어서 점검을 하는 방식의 ‘타임 인스펙션(Time inspection)’과 계기 등 육안으로 확인하는 ‘컨디셔널 인스펙션(conditional inspection)’이 있다”며 “지금도 이러한 점검 방식을 하고는 있지만 엔진의 경우 일부 기종에서는 타임 인스펙션을 하지 않고 육안 등으로 이상이 없으면 그냥 사용하는 온 컨디션(On condition)인가? 아무튼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사들은 시간을 충분히 두고 작업을 해야 정확한 조치를 내릴 수 있음에도 한정된 시간 등 ‘맨 아우어’ 부족으로 인해 정비결함이 잦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