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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서태지 사과문? 이지아 심경글? 웃기는 대한민국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5.02 17: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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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태지 사과문, 이지아 심경글. 참 기사가치로서 길고 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서태지라는 네임벨류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서태지가 대통령이 맞나 보다. 이왕이면 9집과 관련된 서태지의 이야기로 포털이 열흘 이상 도배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책상에 앉아 뉴스를 분석하면 서태지 이혼과 관련된 소식은 더 이상 뉴스로서 가치가 없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벌써 열흘이 지난 구문이다. 양쪽의 입장이 나올만큼 다 나왔고, 기자들은 쓸만큼 썼다.

서태지가 무슨 선거판에 뛰어들어서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걸린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뒤에 다른 여자연예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며, 정현철 신분으로 결혼을 하다 이혼을 한 것인데, 정말 너무들 한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깜짝 놀라는’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 볼품없는 연기는 이제 그만 중단하자.

서태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팬들도 한 목소리로 괜찮다는 데 서태지에 평소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과 언론들은 당사자인 서태지와 팬들보다 더 난리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확인하기에 바쁘고, 포털 게시판 등에는 서태지와 관련된 루머들이 꾸역꾸역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연예가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좀처럼 서태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막을 내린 서태지와 이지아의 사태를 여러 연예가 이야기기 속에 ‘구미 당기는 메뉴’로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서태지란 음악인을 그만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누군가 화제로 삼으려 들라치면, “다 아는 이야기,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다 아는 마당에 마지못해 들어준다”는 개운찮은 표정들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은 ‘서태지’에 국한돼 이야기가 혹여나 조심스럽게 나올 경우, “서태지의 9집이 언제 나오느냐, 내년이 20주년인데 나올 수 있느냐”로 가 있다.

서태지는 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던 한국 최고의 뮤지션이지, 이혼으로 구설수에 오르 내리는 인물군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서태지의 결혼은 서태지가 ‘은퇴’한 이후 정현철로 ‘잠깐’ 돌아갔을 때 이야기다.

사람들은 한국 음악시장이 ‘보일락말락’ 핫팬츠를 통한 섹시함으로 중무장되고, TV 음악프로그램을 켜면 웬걸, 여전히 나이트클럽에서 볼 수 있는 저질 댄스와 선정적인 안무들, 여성들이 집단으로 나와 통일된 안무를 보여주며 ‘가수’라고 하하호호거리는 현 흐름에 한국 음악이 상상을 초월할만큼 퇴보했다고 쓴소리를 던진다.

그래서 모 방송사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서태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굳이 그를 비아냥거리고 싶다면, 한국 최고의 뮤지션답게 서태지도 ‘나는 가수다’에 참여해서 “노래를 부르고 실력을 발휘해라”고 씹는(?) 게 차라리 낫다.

도대체 언제까지 서태지 사과문이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걸려 ‘여론몰이’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서태지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고,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이게 어떻게 사과글인가. 서태지가 국민 앞에서 무슨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나? 서태지가 누구누구 연예인처럼 음주운전이라도 한 뒤 뺑소니라도 했단 뜻인가.

대한민국은 ‘거품’ 사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언론은 거품이 아니다. 하나가 터지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른다. 그게 서태지와 같은 하이레벨의 뮤지션이면 더더욱 그렇다.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가 벗겨야 직성이 풀린다.
 
유명인의 불화설과 이혼설 등 스캔들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터지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다.

그렇지만 한국의 수준은 아니다.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르윈스키와 벌인 정사가 포르노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개됐어도 미국인들은 클린턴을 욕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 불던 주식투자 열풍 때문에 너그럽게 그들의 스캔들을 용서했다. 클린턴 부인은 장관으로 세계를 호령한다.

지금 서태지와 관련된 뉴스가 연예계를 도배할 때인가. 뉴스란 새로운 것이고 매일 새로운 뉴스가 보란듯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10일이나 지난 연예뉴스, 이렇게 저렇게 짜깁기해서 만들어내는 것도 고역이지 않나 싶다.

이지아 심경글이 검색어로 등극해서 봤다. 이지아의 입장도 나름대로 이해는 되지만 이지아가 아직도 모르는 게 하나 있다. 그게 문제이고 그게 핵심이다. 그래서 자꾸 이야기가 꼬이고 신경질적으로 흐른다.

서태지는 정현철로 돌아가 이지아라는 사람과 평범한 삶을 바랐던 것이고, 이지아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서태지와 결혼해서 정현철이 아닌 서태지를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가슴을 울리는(?) 멋진 표현구는 많지만, 이지아는 다른 여자 연예인들이 결코 쉽게 이뤄낼 수 없는 연예인으로 엄청난 권력을 누렸고, 상상을 초월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그 배경은 여전히 대중들의 궁금증으로 남아 있고, 의혹으로 고리가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그 사람(서태지)을 깎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정말 조금도 없었다”는 글에서 대중들의 고개는 자연스럽게 갸우뚱해진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 버리고 깎아져버린’ 서태지란 인물은 ‘결혼’과 ‘이혼’이라는 단어에 적합하지 않다. 서태지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상품, 새로운 음악을 대표할 뿐이다. 서태지 현상은 그 세대가 시장이 되고 그의 노래가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는 시대와 호흡을 할 뿐이다. 지금의 이런 모습은 우리가 서태지를 피의자로 만들고 있는 행위이고, 그를 죽이는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서태지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생활은 있다”면서 “서태지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소송에 이르기까지 대중이 원하는 만큼만 풀어냈으면 될 일”이라며 서태지 관련 보도에 ‘안전 벨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이런 보도가 지속될 경우 서태지 죽이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태지 기사도 하루빨리 ‘거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그래서 나온다. 서태지 이혼 사건보다 더 기사로 가치가 높았던 ‘지방선거’는 서태지보다 더 늦게 시작됐으면서도 빨리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하지만 서태지 이야기는 참으로 질기고 오래간다. 이지아가 작성한 글의 진실여부를 떠나, 이지아가 이번에 쓴 장문의 글이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풍선을 터트릴 바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제 몫을 해내고 있는지 자꾸만 자문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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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션 서태지. 프라임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