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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입장 공개’ 기사에 ‘측근’만 있고 서태지 없는 이유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4.30 13: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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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지 입장이라는데 서태지 입장은 없다. 서태지 입장은 독자들이 알아서 찾아라는 뜻인가.
[프라임경제] 삼척동자도 아는 ‘아바타’라는 게 있다. 이른바 ‘나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사이버상의 캐릭터를 이르는 말이다.

기사에도 아바타는 있다. 누군가 먼저 작성하면, 받아쓰기를 주 업무로 하는 기자라는 이름의 소설가들은 ‘아바타’다.

그런 아바타들을 향해 팬들은 묻는다. “대체 우리 오빠를 뭘로 보고 허구헌날 언플질들이냐?”라고. 왜 서태지와 관련된 기사에 허구헌날 ‘측근’들만 등장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일부 기자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결론을 내놓고 답한다. “서태지 기사가 등장하는 것은 서태지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지지리 못난 사람일수록 같이 있는 동료를 망신시킨다는 말이다.

서태지 입장 공개가 실시간 검색어로 뜨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기사는 1분전, 2분전, 3분전으로 수백여개가 쏟아지는데 ‘특종’은 없다.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하다. 기사를 하나씩 분석해보면 공통분모도 있다. ‘측근’이다. 궁금증이 생긴다. 서태지의 측근은 언제부터 이리도 많았지? 서태지, 신비주의 맞아?

‘기사의 핵심’은 이거다.

서태지가 지난 2000년 이지아와 결별했으며, 이미 위자료를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서태지가 입을 열었다는 기사엔 아쉽게도 서태지는 없다. 서태지는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서태지가 최근 지인들과의 화상채팅을 통해 이 같은 엄청난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 전부다.

화상채팅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빠졌다.

문제는 모든 기사들이 이런 식으로 서론을 열더니, 본론에선 한결같이 “서태지는 현재 공식적인 입장이나 심경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개도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지 안다. 클릭 때문 아니겠는가.

맹구 받아쓰기 개그가 있다. 선생님이 맹구에게 ‘바보’가 무슨 뜻인지 알아오라고 했는데, 맹구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없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쓰다가, 정작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앞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아주 오래된 개그다.

지금 서태지 관련 기사가 꼭 맹구 받아쓰기 같다.

서태지의 이혼과 관련된 것에 대해 궁금증은 넘쳐나는데, 이 매체가 쓴 것을 받아 쓰고 저 매체가 쓴 것을 받아 쓰고 하다보니, 도대체 서태지와 관련된 입장 정리는 안되고, 이상한 3류 허섭스레기 기사가 나오는 분위기다.

본인도 자신이 없으니 ‘측근’으로 포장해버리고 휙 도망가고 클릭이 오르길 기다린다. 물론 나름대로 책상에 앉아서 5분 동안 고민하고 쓴 기사라는 것도 안다.

서태지와 이지아의 결혼과 이혼이 5분만에 똑딱 생산될 기사들인가.

다시 서태지 입장 공개로 돌아가자. 서태지라는 한국 최고의 뮤지션의 ‘스타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방법으로 설명을 해드리겠다. 서태지의 입장을 정말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진짜로 서태지가 입을 열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서태지가 입을 열 때까지 측근 지인이라는 표현으로 서태지와 관련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다.

선거가 다가오거나 이상한 재판 등을 목전에 두고 서태지와 관련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다. 언론들이 이렇게 약속하면 서태지는 입을 열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 가든 뭘하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서태지와 인터뷰를 직접 하고, 서태지의 기분을 달래서 같이 사진 한방 찍어라. 서태지란 사람 속이 넓어서 가끔 단체사진도 즐겨 찍는다. 서태지, 그러면 대중 앞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직접 열 수도 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화상채팅한 측근들이 누군지 공개해달라. 요즘 온라인 상에는 너도 나도 ‘측근’이라는 용어 남발 때문에 “나도 기자하겠다”는 초딩들의 조롱들이 넘쳐나고 있다. 같은 기자로서 쪽팔린다.

서태지닷컴이나 위드태지 등 서태지 관련 사이트 등에서 흘러나온 분위기를 파악해라. 눈으로 3D를 만드는 매직아이처럼 뚫어지게 쳐다보고 분석하다보면 ‘정답’이 나오고 노하우가 생긴다.

다른 연예기사들을 보면 소속사 입장이 잘 설명돼 있고 소속사 아무개와 통화했다는 이야기도 많다. 그리고 기사 내용도 긍정적이다. 어떤 연예인 기사는 그야말로 찬양조에 가깝다.

서태지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찾지도 듣지도 못하겠으면 찬양조는 아니더라도 ‘중립’은 지키면서 기사를 써라. 서태지가 진짜 입을 열지도 모른다.

서태지와 관련된 기사쓰기에 기자들이 이런 열정만 보여준다면 그땐 서태지가 언론을 ‘호출’할지도 모른다. 서태지와 관련된 ‘특종’이라는 당첨 확률은 희박해도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임해보시라.

이렇게도 설명했는데 ‘서태지 입장’ 기사가 계속 나오면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알바’라고 생각한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고, 이 글 역시 서태지 팬들이 제기한 ‘분노의 의견’을 이렇게 저렇게 짜깁기 해서 만든 글이다.

대한민국이 ‘표시가 덜나게’ 짜깁기를 원하는 세상 아닌가.

사진=프라임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