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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존 걸린 주거정비, 자치단체 홍보용 아니다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4.29 09: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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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한 집안의 가장 A씨는 공사장 인부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을 주민을 위해 순찰도 돈다. 밤잠도 아껴가며 봉사했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전과 3범이라는 빛바랜 훈장이다. 그래도 ‘이정도 쯤이야’ 하며 참을 수 있다. 정말 부끄럽고 참을 수 없는 건 자식 일이다. 학교에 간 자식이 집 주소를 기재하지 못 할 때, 자식이 친구를 집에 데려오지 못할 때, A씨는 자식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 그의 집 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곧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B씨. 그는 지방 고등학교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등수를 자랑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서울 소재 대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당장 B씨에겐 지낼 곳 걱정이 앞섰다. 서울지역 방값이 비싸다는 걸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입생 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부모님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당장 방을 구해야 했다. 보증금에 월세, 관리비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할 수 없이 잠을 줄여서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B씨가 현재 재학 중인 학교는 고려대학교.

최근 기자가 취재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이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비슷했다. 서울시의 주거정비 대책 발표가 주민의견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것.

이들은 곧바로 시위 현장으로 나갔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강남구청에서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 당하고 발길을 돌렸다. 구청장 입에선 “이런 것들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고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며 캠퍼스타운 조성안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은 “아직 정확하게 확정된 안이 아니다. 차후 보완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주거정비 목적을 위한 계획안을 만들면서 정작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
   
목들이다. 서울시나 관할 구청이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린 계획안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나 구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이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순 없다. 하지만 호화스러운 청사에서 한 발만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다면, 주민들의 반발과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낙후지역 주거정비를 위한 대책이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이지, 시나 구청의 홍보용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