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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그들에겐 영구임대아파트 ‘그림의 떡’

[르포] 주민 무시 개정안 발표에 ‘탄식’…강남구청 문전박대에 ‘분통’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4.29 09: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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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월28일 오후 서울 강남 개포동 판자촌. 구룡마을 자치회관 주변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오전 강남구청 시위를 막 마치고 온 참이었다. 이들이 시위까지 나서게 된 데는 서울시가 구룡마을 일대 아파트 2739가구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비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구룡마을 한 주민은 “임대주택은 돈 안 내나. 그 돈 있으면 벌써 전세 얻어서 다른 동네로 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판자촌 구룡마을 모습. 구룡마을에선 강남의 고층 아파트들이 한 눈에 보인다. 서울시의 정비안 발표에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청년회 안내로 들어선 구룡마을은 말 그대로 판자촌 이었다. 여기저기 얽혀있는 전깃줄에 성인 한명이 제대로 지나기 힘든 폭 1m 정도의 골목길이 미로같이 뻗어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머리위로 지나는 수도관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LPG 가스통들이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사람 머리위로 수도관이 있는 곳은 전국에서 구룡마을뿐이고, 화재라도 난다면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화염에 휩싸일 것이란다.    

 

◆정비안 시행되면 다시 길거리로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28일 구룡마을 일대 개발범위 25만2777㎡에 총 2793가구(임대 1250가구, 분양 1543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학교, 공공청사, 녹지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 주체는 SH공사로 공영개발 방식을 택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기초수급생활자에게 영구임대아파트를 공급키로 했지만 전체 약 2530여명의 주민 중 대상자는 100명도 안되기 때문이다. 즉 나머지 주민들은 공공임대아파트에 살 수밖에 없는 것.

구룡마을에 17년간 거주해 온 한 주민은 “공공임대아파트에 살아도 문젭니다. 10년 후에는 시세에 따라 대가를 지불해야 소유권을 넘겨받는데 우리한테 그런 돈이 어딨냐”며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10년 후에는 다시 길거리로 나가야 합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공영개발 대신 민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민영개발을 제안한 주체가 5년 임대 후 분양 시 건축비만 내면 주거권을 보장키로 해서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민영개발을 제안한 주체를 알고 있다”며 “주민들이 줄기차게 민영개발을 요구하는데 그들 간에 무언가 (거래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믿지 못할 강남구청

   
구룡마을 주민들은 민영개발을 중심으로 한 정비안에 찬성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이야기가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발에 관한 논의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구룡마을 주민들도 자체 주민단속에 나섰다. 개발소문이 돌면서 부당 이득을 노린 입주민이 생기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다.

구룡마을 청년회 회원은 “한 밤중에 몰래 입주하는 걸 막기 위해 24시간 자체 순찰을 돈지 횟수로 4년째다. 주민 몰래 입주해도 (무허가라) 그걸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기적으로 실제 거주지에 주거하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강남구청 직원 입회하에 공가처리 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순찰과 더불어 주민들은 구청에 제안서를 보내기도 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강남구청에서는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개발계획을 구의회에서 통과시키고 공람도 마쳤다. 하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서로 계획추진이 어렵다며 핑계를 대다 SH공사 주도의 공영개발 계획안을 발표한 것이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유귀범 회장은 “G20회의 전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구룡마을을 찾아 분명히 개발에 관한 약속을 주민들과 했다. 그때 찍은 영상도 있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 면담신청을 하라더니 막상 가보니 문전박대 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