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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뷰] 이싸(예수)를 죽여라

김민주 기자 기자  2011.04.28 15: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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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설이란 상상의 산물이다.

   
<이싸(예수)를 죽여라> 표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처음 세상에 발표됐을 때, 많은 크리스천들이 신성모독이라며 그를 질타했다. 그의 전작 <천사와 악마> 때에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던 이들이 <다빈치 코드>에는 눈에 불을 켜고 덤벼댔다. 당시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 역시 신성모독에 대꾸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며 작품을 폄하했다. 필자의 대답? “소설은 소설일 뿐.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허튼짓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제목부터 <이싸(예수)를 죽여라>이다. 이싸(Issa)는 이슬람에서 예수를 부르는 말이다.(이 단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잠시 제쳐놓도록 하자.) 예수를 죽이라니? 궁금증을 가지고 첫 장을 넘기면 현재가 아닌 미래의 한국과 그 주변 정세가 드러난다.

북한의 붕괴와 중국의 한반도 점령. 한국은 뒤늦게 국군을 파병해 황해도와 강원도를 자국의 땅으로 흡수한다. 인구가 부족한 한국은 외국 이민자들을 수용해 자국민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토착 한국인과 이민자의 갈등을 낳게 됐다. 특히 이민자의 3/4을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라마단 성수를 요구했고, 기득권자인 개신교는 무슬림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민자들은 포항공대의 한 건물에서 농성을 하게 되고, ‘나’는 포항공대에 숨겨져 있던 타임머신을 타고 기독교의 교조, 예수를 죽이기 위한 이크마르의 계략에 따라 2000년 전의 과거로 향한다.

◆ 활짝 편 상상의 날개, 그리고 풍자

작가는 공생애(共生涯)를 시작하기 전까지 베일에 싸인 예수의 삶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그가 ‘카론’이라는 이름으로 전 팔레스타인을 공포에 떨게 했다거나, 로마로 향해 빌라도를 만났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더 풍부하고 즐겁게 만든다. 상상의 산물인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성경 구절을 삽입해 예수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읽는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 작품은 단순히 예수의 생애를 패러디하고 있지 않다. 이야기 전개의 커다란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락한 정치구조와 사회모순 등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풍자하고 있다. 통일 한국의 허점, 이주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불합리성 등을 적절하게 꼬집으며 2000년 전 팔레스타인과 미래의 한국의 모습을 비꼬는 모습에서 통렬함을 느낄 수 있다.

◆ 힘있는 문장과 즐거운 사건들로 이뤄진 수작

작가 홍승희는 2000년 제1회 한국판타지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에는 <이싸(예수)를 죽여라>로 제2회 디지털문학상 판타지부문을 수상했다. 그가 구축해놓은 세계에는 즐겁고 유쾌한 모험이 있다. 발칙한 상상력을 가지고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자신도 모르게 팔레스타인 한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머리에서도 지적한 바이지만, 소설은 소설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의 만화를 보면서 현실성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소설에 종교니 사회니 하는 잣대를 들이대면 작품의 진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부디 색안경 끼고 이 작품에 접근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적 선입관을 버리고 접근한다면 <이싸(예수)를 죽여라>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