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사기범에 속은 부모가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의 기지로 재산을 지켰다.
기지를 발휘해 지역주민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영월 연당우체국 김진옥 집배원. |
우편물을 배달하던 영월 연당우체국의 김진옥(39) 집배원은 창백한 표정으로 집 앞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고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평소와 다르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김씨는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김씨의 모습에 김진옥 집배원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김씨에게 보이스피싱이라고 설명하고 안정시키려 했으나, 김씨는 손을 내저으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김 집배원은 김씨의 남편인 설씨(55)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해 빨리 오도록 하고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다. 급히 달려온 설씨도 사기범과 통화를 하고 몹시 당황했으나, 김 집배원의 설명을 듣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 무사함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에 따르면, 아들을 납치했다는 사기범이 아들이라고 전화를 바꿔줬고 “엄마 잘못 했어요. 내가 사채 500만원을 썼는데 못 갚아 납치됐으니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도 들려줘 정신이 아득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또 “지금 전화를 끊지 말고 돈을 송금해라, 전화를 끊는 순간 아들이 죽는다”고 말해 남편에게 전화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 집배원은 평소와 다른 김씨의 모습을 보고 보이스피싱에 대해 교육을 받은 것을 떠올렸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김씨 부부를 옆에서 도왔다. 김씨 부부는 “김 집배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사기범에게 빼앗겼을 것”라며 고마워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수법도 다양화되고 지능화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돈을 송금하라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인근 우체국이나 파출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