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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혼란 가능성…民·孫 위상 강화

[포스트 재보선] 與 , 민심이반 확인 속 조기전대론 등 진통 예상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4.28 01: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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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27 재보선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은 거센 후폭풍을 경험할 전망이다.

그간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과 다음 청와대 주인을 뽑을 대선 방향에 상당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초전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이른바 '중간선거론'이나 '정권심판론'이 바람몰이를 하느냐 여부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하거나 잃는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각당이 주요 거물을 전면에 배치한 점이나, 투표일 직전까지 여야간에 '불법선거 논란'이 뜨거웠던 점은 이번 재보선으로 얻고 잃을 여지가 그만큼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제 1 야당이자 이번 재보선에서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 자리를 차지한 민주당과, 2곳의 큰 선거에서 패하고 경남 김해을 승리에 만족하게 된 여당(한나라당) 간에는 입장차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들 두 당 외에도 여러 정당이 이번 재보선으로 공식화된 새 정치 지형 앞에서 나름대로 손익계산서를 짜야 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조기전대론 불거질 가능성 상승

분당을 국회의원 지역구과 강원도지사 자리를 잃으면서 한나라당 안상수 지도부 체제는 상당한 격랑에 휘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큰 상황에 여러 실책으로 안 대표 체제에 대해 쌓여온 불만이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짇고 있는 것. 그간 안 대표 체제 외에 적당한 다른 카드도 마땅찮다는 논리로 당 지도부 체제에 대한 논의가 미봉되어 온 측면이 있으나,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없는 만큼 전면 쇄신이 빨리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질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보수적 지역으로 평가되어 온 분당을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한나라당에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패색이 짙어지고 이로 인한 소장파와 초선 수도권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소장파에서 당대표에 직접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진 외에도,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 이를 견제할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당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선거 개입 문제로 잡음을 빚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발목을 잡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간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고, 분당을 지원 유세 사실상 거부 등으로 이번 재보선 성적표에 대한 책임론에서는 일정 부분 자유로우나, 대신 일정한 역할을 하라는 주문에 직면할 수 있어 이득만 본다고 할 수 없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인물은 표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 탈당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던 상황과 겹쳐 볼 때, 청와대와 정부가 여당과 소통하면서 힘을 작용할 여지는 작아지고, 따로 구심점으로 역할을 할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재보선 이후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카드 덕 총선과 대선 준비에 화색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얻었다. 야권연대 과정에서 텃밭인 호남권의 순천에 무공천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이 자리는 민주노동당에 돌아갔다), 보수적 표심이 강하게 응집돼 있다고 평가받아온 분당을에서 승리, 제 1야당이라는 존재감과 명분을 모두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정부와 여당의 독주에 반발하면서도 의석 수에서 밀려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를 절감해 온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특히 수도권 민심의 잣대와 같은 분당을을 확보, 다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데 한층 여유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아울러 여당인 한나라당의 소장파와 수도권 초선 의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입히는 성과를 얻었다.

사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꼽혀온 분당을에 손학규 대표가 출마, 당선증을 거머쥠으로써 손 대표의 당내 입지가 더 탄탄해진 점도 시선을 모으는 대목이다. 그간 손 대표의 출마를 놓고, 선당후사(先黨後私)적 결단인 만큼 패하더라도 명분을 확보할 수는 있다는 풀이가 있었으나, 그런 한편 어쨌든 패배하면 책임론은 비켜갈 수 없다는 시각이 공존해 왔다. 

자칫 패배하는 경우 민주당 내 거물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컸는데, 이를 비껴가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점이 큰 성과다. 손 대표 진영은 이번 재보선에서 "중산층은 잘 먹고 잘 살아도 독재를 용납 안 한다"며 정의감을 자극, 표심을 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긴 백의종군을 하며 전력 문제를 보속해 온 손 대표는 종로에 이어 또 한 차례 어려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 입지 구축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참여당, '첫 국회의석 확보의 꿈' 무산, 향후 행보에 주목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에 밀린 국민참여당은 친노 정서의 바람을 강하게 불러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에 만족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야권연대 협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 남은 친노 세력과 유시민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참여당)이 매번 원만히 타협안을 도출해 온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지나 다름없는 김해을을 잃었고, 민주당에서는 '손 대표의 분당을 당선'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냈기 때문에, 참여당으로서는 입지가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당초 19대 총선에서 바람몰이를 하고(비례대표 등 포함 20석 확보 구상이 부각된 바 있다) 정권 교체(진보개혁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또 다른 야당과의 협상력을 키우는 수순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유 대표로 한정해 놓고 볼 때에도(대망론)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참여당이 입지를 넓히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